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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감독, “태극마크 달고 들어오는 만큼 사명감 갖고 모였으면 좋겠어”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 인터뷰…“선수들 인성교육에 더 신경을 써야”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8(Sun) 15:00:25 | 1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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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 잇단 악재가 불거지면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69)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강정호(피츠버그)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는 바람에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해졌고, 김광현(SK)도 팔꿈치 수술로 출전이 어려운 상태다. 이용찬(두산)과 붙박이 2루수 정근우(한화)도 수술을 받았다. 지난 12월9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김 감독을 만났을 때 첫 인사가 “감독님, 괜찮으세요?”였다. 대표팀의 어려운 상황을 빗댄 인사였는데 김 감독은 “요즘 그런 인사 정말 많이 받고 있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끝판대장’ 오승환의 부재다. 야수보다 투수에 대한 아쉬움이 큰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고 있는 오승환이 도박 파문 때문에 WBC 엔트리에서 제외된 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오랜만에 김 감독을 만나 대표팀과 야구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 © 시사저널 임준선



요즘 안부 인사를 많이 받는 것 같은데, 대표팀은 괜찮은 건가요?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돼 가는 건지(웃음).”

 

 

감독님이 모르시면 누가 알아요.

 

“답답해서 그렇지. WBC 대회조직위원회에 대표팀 명단 제출 마감 시한이 2월6일이거든. 일찌감치 최종 명단 28명을 공개했지만 수술과 사건 사고 등으로 빠진 선수들도 있어 1월 중순까진 명단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요즘에 선수들한테 전화가 오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겠어요. 

 

“기사 보기가 겁나(웃음). 내가 WBC 대표팀 감독 맡고 기자회견 했을 때 이런 얘길 했었지. 2월까진 걱정 속에서 살 것 같다고. 그대로 되고 있잖아. 난 여러 차례 국제대회를 치러봤어. 단 한 번도 순조롭게 대표팀이 운영된 적이 없었지. 지금 관건은 ‘적게 빠지느냐, 많이 빠지느냐’야. 즉 최종 엔트리에 오른 선수들 중에서 몇 명의 이탈자가 나오게 될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금 이탈자들은 모두 주전 멤버들이거든. 그래서 걱정이 더 많아진 것이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도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 아닌가요? 구단에서 보내주지 않을 경우 강제성을 부여할 수가 없잖아요.

 

“그것도 우려하는 부분이지. 김현수·추신수 등은 구단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지만 박병호 같은 경우엔 수술을 받은 선수잖아요. 완쾌가 됐다고 해도 구단에선 시즌 전에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박병호를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없을 거라고. 구단과 먼저 얘기가 잘돼야 한다고 봐.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에서 각 구단과 이 부분에 대해 서로 이해를 구해야 하겠지. 그런 다음에 선수 차출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일부 메이저리그 선수는 팀 훈련 때문에 대표팀 합류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연습경기엔 빠져도 돼. 합류만 할 수 있다면. 어차피 소속팀에서도 몸을 만들며 훈련할 테니까 그 정도는 괜찮아. 추신수는 아마 개인 트레이너를 데려올 수도 있을 거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야. 소속팀에선 아무래도 선수 몸 상태에 대해 걱정이 클 수밖에 없을 테니까. 제일 중요한 건 투수야. 대회가 열릴 때까지 부상 없이 훈련을 잘 마쳐야 하는 거니까.”

 

2009년 3월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러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에 10대2로 대승, 결승 진출을 확정한 한국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 김광현이 수술로 빠지는 상황에서 대체 선수가 누가 될지 궁금한 면도 있어요.

 

“일단 예비 엔트리에 뽑힌 50명 선수들 중에서 대체자를 발탁해야 되겠지. 1월 중순 즈음에 기술위원회를 열어서 다양한 의견 교환을 한 다음 결정할 예정이야. 연말에는 행사가 너무 많아서 모이기가 힘들어. 1월15일 이후에나 기술위원회가 열리지 않을까 싶네.”

 

(WBC는 총 16개국이 참가하며 4팀이 한 조를 이뤄 4개 조로 시합을 펼친다. 한국은 A조에 포함됐고, A조에는 이스라엘·대만·네덜란드가 속해 있다. 대표팀은 내년 2월12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소집돼 13일부터 열흘간 전지훈련에 돌입한다. 현지에서 연습경기를 가진 후 1월23일 귀국 예정이다. 한국은 내년 3월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이스라엘과 예선 첫 경기를 펼친다. 1라운드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3월12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 출전한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LA 다저스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이탈자들 중에서 가장 아쉬움이 큰 선수가 누군가요?

 

“예비 엔트리에 뽑지는 못했지만 아무래도 오승환을 처음부터 뽑을 수 없었던 게 제일 안타깝지. 우완 투수가 부족한 상황이고 오승환이 대표팀에 들어온다면 마무리는 걱정할 게 없잖아. 어쩔 수 없이 좌완으로 꾸렸고 선발 투수들 중 그래도 나은 선수가 김광현인데 김광현이 또 빠졌으니까 골치 아픈 거지.”

 

 

현재 A조에 이스라엘·네덜란드·대만이 포함됐어요. 그중 가장 까다로운 팀이 네덜란드가 아닐까 싶은데요.

 

“내가 지난(11월) 11일 일본으로 건너가서 이틀간 일본과 네덜란드 친선전을 지켜봤잖아요. 일본이 2연승했지만 내용상으론 모두 진 거나 마찬가지였어. 네덜란드는 전체 멤버가 다 모이지 못했다고. 그런데도 공격이 만만치 않았어. 앞으로 야수 3명, 투수 4명 정도가 더 합류할 거라 들었는데 상당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쉽게 상대하기 어려울 수가 있어. 네덜란드가 우리한테는 복병이 될 것 같아.”

 

(한국은 2013년 WBC 1라운드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대5로 패해 2승1패를 거두고도 득실차에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야구팬들은 ‘그래도 김인식 감독인데’하는 생각이 있어요. 김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면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 때 일본을 역전승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승리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는 거죠.

 

“아무리 김인식이라고 해도 선수가 없으면 어려워. 이번엔 정말 부담이 커. 악재가 끊이지 않으니까 더 힘들기도 하고. 대표팀을 맡다 보면 ‘감’이라는 게 생기거든. 대부분 그 ‘감’대로 결과가 나왔었고. 아무리 악재가 발생했다고 해도 닥치면 해결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엔 느낌이 너무 안 좋아. 상대 전력에 비해 우리 전력이 약해진 점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야. 이런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바란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 그런데 우리 야구계가 한 번쯤은 경종(警鐘)을 울려줘야 해.”

 

2009년 3월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결승 경기에서 베네수엘라를 10대2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팀 김인식 감독과 이날 경기의 주역인 김태균·추신수·윤석민·김현수·박기혁이 더그아웃에 앉아 승리를 음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어떤 경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인성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아무리 돈을 많이 벌면 뭐해. 사회적으로 존중과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조차도 불행한 거잖아.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이런 얘길 해 주고 싶어. 책가방 들고 학교 가서 수업부터 받으라고. 공부는 못해도 돼. 수업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들어가서 앉아 있어야 해. 그래야 귀동냥이라도 할 수 있는 거야. 우리가 ‘상식’이란 말을 하는데, 배움이 없으면 상식이란 게 뭔지도 몰라.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 유명해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배움이 중요한 거지.

 

또 한 가지! 부모가 어떤 사고를 갖고 자식을 키웠는지, 선수의 배우자가 어떤 마인드를 가졌는지도 매우 중요해. 프로팀 맡았을 때 시무식이 열리면 빠뜨리지 않은 잔소리가 ‘대리운전비 아끼려다 인생 망치는 수 있다’는 거였어.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해마다 일어나잖아. 어느 시상식 자리에서 ‘우리는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 평소엔 보통 사람들과 비슷하게 인식되다가도 사고가 일어나면 사생활이 이슈가 되기 때문이지. 선수 스스로 프로 의식을 갖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해. 구단과 KBO(한국야구위원회) 모두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신인 교육 때 한두 번 얘기하는 걸로는 부족해. 분기별로 자꾸 상기시켜줘야 한다고. 만약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선수가 지도자가 된다고 가정해 봐. 그들이 선수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겠어.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야.”

 

 

지난해부터 KBO리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활성화되고 있고, 올해도 양현종·황재균 등 해외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들이 눈에 띄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일단 KBO리그의 투수들이라면 외국 나가는 걸 말리고 싶어. 물론 자기 명예와 꿈을 위해 어려운 도전에 나서겠지만 나 같으면 그 도전을 말릴 것 같아. 선수들은 내가 자신들 실력을 너무 깎아내린다고 불만을 갖겠지만 솔직히 그 정도의 실력 갖곤 외국 나가서 성공하기 어려워. 공의 구속, 컨트롤 등을 봤을 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보거든. 그리고 지금 FA 선수들 몸값이 100억원대에 이르렀는데 어느 정도 거품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해. 그렇다고 선수들이 돈 많이 받는 걸 싫어하진 않아. 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받아내야지. 대신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 그 정도의 돈을 받는 선수라면 책임감을 갖고 야구해야 한다고.”

 

 

투수들의 실력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 프로야구는 10년 넘게 좋은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어. 물론 좋은 선수가 나오는 시기도 있고, 그렇지 못한 때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눈에 띄는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지도자들 책임이야. 잘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처럼 눈에 확 띄는 선수가 보이지 않는 거라고. 일본 투수들 훈련하는 거 봤어? 걔네들은 우리랑 훈련량과 프로그램이 달라. 실제 어마어마한 양의 훈련을 소화하고 있고, 잔기술을 연마하기보단 하드웨어를 단련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내가 직접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정도였으니까. 가까운 일본은 이런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우린 지금 뭘 하고 있나 싶은 거야. 일본 투수들은 와인드업해서 공을 던지는 순간 넘어가는 속도가 달라. 공 끝을 채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나는 거라고. 지도자들이 열정을 갖고 임했으면 좋겠어. 선수들 인성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말이야.”

 

 

얼마 전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가 타자로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길 하셨더라고요. 투수로 나오면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오타니가 투수로 나오면 우리 선수들이 다 상대해야 하지만 타자로 나오면 그냥 거르면 되는 거잖아.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지(웃음). 투수로도, 또 타자로도 다 잘하는 선수라 그 자체가 부담되는 선수지만 가급적이면 타자로만 나오는 게 좋지.”

 

(오타니 쇼헤이는 일본 프로야구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스 소속의 선수로 투타를 겸하고 있다. 최근 닛폰햄과 28억원의 연봉 계약을 체결한 오타니는 일본 최고 구속 기록인 165km를 던지며 10승4패, 평균자책점 1.86의 성적을 남겼다.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던 타자 부문에선 3할2푼2리, 22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오타니의 별명은 ‘괴물’. 2018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다.)

 

 

앞으로 WBC 대표팀에 합류할 후배이자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요?

 

“먼저 미리미리 몸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 모두 프로 선수들이라 알아서 개인 훈련을 하겠지만 대표팀 소집된 후에는 바로 실전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겨울 동안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부상이 속출할 수밖에 없을 거야. 모두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들어오는 것이니만큼 내가 아닌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사명감을 갖고 모였으면 좋겠어. 구단들도 대표팀 관련 일에는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서로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서 함께 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 대표팀이 잘되면 팬들도 늘어날 것이고, 그 팬들은 프로팀으로 돌아가게 되잖아.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대표팀은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모이게 되는 거야. 서로 도와주지 않으면 시작하기도 힘들 거라고. 모두가 ‘야구’로 한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뭐 부딪혀 봐야지.”

 

© 연합뉴스


12년 전 뇌경색을 앓고 난 후 술·담배를 모두 끊었다고 말하는 김인식 감독은 “할 줄 아는 게 야구밖에 없어서, 야구를 못하게 될까봐 목숨 걸고 재활에 매달렸다”고 말한다. 여전히 걸음걸이는 불편하지만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는 그가 ‘사연 많은’ WBC 대표팀을 이끌고 순항할 수 있을까. ‘국민 감독’의 매직이 오는 WBC에서도 계속 이어지는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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