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안철수 반등할 기회 있을까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13 10:23
  • 호수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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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의 지지기반 ‘호남’ ‘청년층’ ‘중도보수층’ 세 축 모두 무너져

20대 총선에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3당 체제를 구축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위기에 놓였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당시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 발 빠르게 뛰었지만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추락, 탄핵 정국에서 급부상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뒤져 4위권으로 밀려난 처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6년 연말 치러진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이 지원했던 김성식 의원이 호남 중진인 주승용 원내대표에게 큰 표 차로 패배하면서 당 장악력마저 상실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安, 당 장악력 상실…사면초가”

 

안 전 대표의 위기는 새해 들어 발표된 7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고스란히 노정됐다. 2016년 총선 이후 두 자릿수를 꾸준히 유지해 왔던 안 전 대표는 이번 신년 여론조사에서 낮게는 4.7%, 높아도 6.8%에 그쳤다. 그의 앞에는 20%대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10%대의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리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안희정 충남지사와 동일한 지지율(4.7%)이 나오면서 경우에 따라선 또다시 순위가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2011년 지지율이 50%에 육박할 당시 5%대에 불과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며 ‘안풍(安風·안철수 바람)’과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의 지지율은 ‘상전벽해’라 아니할 수 없다. 정계 입문 5년 만에 지지율이 1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前 국민의당 대표 © 시사저널 고성준


안 전 대표의 지지율 하락은 그간 안 전 대표의 지지기반으로 꼽혀온 호남과 청년층, 중도보수층 등 세 축이 모두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국민의당의 지역적 기반이자, 안 전 대표를 떠받쳤던 호남에서의 지지율 하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1월2~4일 전국 유권자 1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 21.3%)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호남지역에서 7.9%를 얻는 데 그쳐 문 전 대표(33.4%), 이 시장(12.4%), 반 전 총장(10.4%), 안 지사(8.3%), 박 시장(8.2%)에 밀린 6위를 기록했다. 국민의당 지지층에서조차 20%대의 지지율을 얻는 데 머물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월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의 떡이 커 보여 바깥에만 신경 쓰다 안방까지 내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서 드러났듯 호남 중진들과 계속된 불협화음도 안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안 전 대표는 12월29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의 측근인 김성식 의원이 주승용 원내대표에게 패배한 뒤 1월4일까지 공개일정을 하지 않는 등 사실상의 ‘칩거’를 한 바 있다. 이 기간 안 전 대표의 주변에선 “원내대표 선거로 호남당 이미지가 굳어져 우려된다” “호남 의원들과 같이할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또한 안 전 대표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중도층의 지지를 잃은 것도 뼈아픈 대목으로 지적된다. 전략통으로 평가받는 야권의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탄핵 정국에서 안 전 대표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며 “안 전 대표의 현재 지지층과 잠재적 지지층이 안철수에게 기대하는 것은 문 전 대표나 이 시장과 같은 행보의 정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같은 행보를 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면서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처럼 지지율이 급락하자 안 전 대표 측도 고심이 깊은 눈치다. 이른바 제3지대의 주도권이 반 전 총장에게 넘어갈 공산이 커지는 데다, 당 장악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안 전 대표가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을 더 이상 보여주지 못할 경우 국민의당 내 호남 의원들이 다른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안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당 안팎에선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의 조기 입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청년, 호남, 중도가 지지층의 코어인데, 이들 세 축의 성향이 다르다는 게 안 전 대표로선 딜레마”라며 “이를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가 문제”라고 털어놨다.

 

 

자강론 내세우며 단합과 결속 주력

 

일단 안 전 대표는 ‘자강론(自强論)’을 내세우며 당내 단합과 결속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연대론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자강론을 통해 단일한 목소리를 유도해 내고, 이를 통해 당내 장악력을 높여가면서 대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안 전 대표는 1월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대보다 자강이 먼저다. 총선 때 제3당 정치혁명을 만든 그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국민의당을 튼튼히 세워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7’ 참관차 미국행(行) 비행기에 오르기 전 “우리 힘이 약하니 연대가 우선이라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반대 생각이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거듭 자강론을 강조했다.

 

자강론의 연장선상에서 미국 방문 이후 당내 호남 의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당의 모든 의원들과 대선 승리를 위한 스크럼을 짜겠다. 술을 잘 못하지만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전 대표 측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방미 일정을 마친 뒤 호남을 찾아 호남 민심을 정밀하게 청취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호남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과거 친노(친노무현) 세력처럼 ‘정권교체’만 강조하면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도 이를 당연시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라며 “안 전 대표의 최근 행보가 호남 사람들에게 이런 우려를 안겨주는 경향이 있는데, 안 전 대표가 호남을 찾아 이를 불식시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또 1월15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반등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점쳐진다. 안 전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한 당직자는 “이젠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안철수만의 행보를 보여주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국민의당의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장이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현재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유력한 당권주자이니만큼 안 전 대표가 대항마 후보를 지원해 판을 흔들거나 ‘박지원 체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당내 변화와 혁신을 상징할 만한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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