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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양약품 오너 3세, ‘황제병역’ 논란

아버지 소유 회사서 산업기능요원 대체복무…일양약품 “근무한 건 맞지만, 법적으로 문제 없어”

박준용·송응철 기자 ㅣ juneyong@sisapess.com | 승인 2017.01.26(Thu) 16:00:10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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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소유 회사로 출퇴근하던 한 산업기능요원은 10년 뒤 이 회사의 ‘사장’이 된다. 유명 기업 오너 3세의 ‘남다른’ 병역 이야기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중견 제약업체인 일양약품의 오너 3세가 이런 병역특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양약품의 자회사 ‘칸테크’는 병역지정업체로 허가받은 뒤 해제될 때까지 7년 동안 이 오너 3세를 포함해 단 두 명의 산업기능요원만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양약품이 오너 3세의 병역특혜를 위해 의도적으로 자회사를 병역지정업체로 신청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자양강장제 ‘원비디’ 등으로 알려진 일양약품은 시가총액 7342억(1월20일 기준) 규모의 코스피 상장사다. 이른바 ‘황제병역’의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은 이 회사 오너 3세 정유석씨(40)다. 그는 현재 일양약품 전무다. 정씨는 이 회사 창업주 정형식 일양약품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현재 일양약품 최대주주(지분율 21.38%)인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회사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다. 정씨는 정도언 회장에 이어 일양약품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3세 후계자로 꼽힌다.

 

서울 도곡동 일양약품 서울사옥(왼쪽),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오른쪽) © 시사저널 최준필·시사저널 자료사진


‘회장 아들’ 병역지정업체 선정 이후 첫 근무자

 

정유석씨에 대한 병역특혜 의혹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계와 병무청에 따르면, 일양약품의 IT(정보기술) 자회사 칸테크는 2001년 회사를 병역지정업체로 선정해 줄 것을 병무청에 요청한다. 병역지정업체란 군복무를 대신하는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정한 회사를 말한다. 칸테크는 그해 11월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다. 병무청은 당시 병역법상 ‘5인 이상의 종업원이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기준을 칸테크가 충족했다고 보고 이곳을 병역지정업체로 선정했다.

 

칸테크는 병역지정업체가 된 뒤인 2003년에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한다. 칸테크가 처음으로 뽑은 산업기능요원이 바로 정씨다. 시사저널이 병무청으로부터 입수한 정씨의 복무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2003년 7월16일부터 2006년 5월27일까지 이곳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다. 산업기능요원 복무 규정상 현역병 입영대상자(신체등급 1~3급)는 34개월, 사회복무요원 입영대상자(신체등급 4급)는 26개월을 병역지정업체에서 일해야 한다. 다시 말해 34개월을 일한 정씨는 현역병 입영대상자였다.

 

이는 정씨가 ‘아버지 소유 회사’로 출근하며 현역 군복무를 대신했다는 뜻이다. 정씨가 근무한 칸테크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일양약품의 IT 자회사로 운영되는 곳이다. 일양약품은 칸테크의 지분 80.2%를 가지며 지배하고 있다. 정씨의 복무기간(2003~06년)에도 칸테크의 모기업 일양약품은 정씨의 아버지 정도언 회장이 최대주주였다. 칸테크는 정씨가 복무 중이던 2005년 5월 회사 사무실을 일양약품의 서울 사옥인 도곡동 일양빌딩 5층으로 옮기기도 했다.

 

 

아들 복무 마친 직후 병역지정업체 허가 취소

 

일양약품이 칸테크를 병역지정업체로 신청한 것은 사실상 일양약품 전무인 정유석씨에게 ‘황제병역’ 특혜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칸테크는 2001년 11월 병역지정업체가 된 뒤 약 7년 동안 정씨를 포함해 단 두 명의 산업기능요원만 채용했다. 또 정씨가 복무를 마친 2006년 김아무개씨(38)를 채용한 것 외에는 더 이상 새로운 산업기능요원을 뽑지 않았다. 병역법은 2년간 산업기능요원을 뽑지 않으면 해당 회사를 병역지정업체에서 해제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칸테크는 2008년 9월 병역지정업체 허가가 취소된다. 칸테크는 병역지정업체 허가가 취소된 이후 추가로 지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IT 전공자가 아닌 정씨가 IT 회사의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칸테크와 같은 IT 회사는 통상 산업기능요원으로 국가기술자격증이 있는 IT 기술자를 채용한다. 실제로 정씨가 복무한 뒤인 2006년 6월, 칸테크가 산업기능요원 취업사이트에 낸 공고에는 ‘IT 기술자(웹개발 등)를 모집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정씨는 IT가 아닌 경제학 전공자(미국 뉴욕대학)였다.

 

이에 대해 칸테크 측은 정씨가 ‘정보처리기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산업기능요원 채용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IT 관련 국가기술자격증 중에서도 난이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두고 정씨가 ‘아버지 소유 회사’에서 군 생활을 대체하기 위해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지정업체로 선정된 IT 회사가 채용하는 산업기능요원의 경우, 다른 전공자가 자격증을 따서 채용되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칸테크에서 대체복무를 마친 2006년 일양약품에 입사해 근무해 오고 있으며, 2015년 10월부터는 칸테크 대표직도 겸하고 있다.

 

현재 정씨의 이런 ‘수상한 병역’을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는 없다. 현 병역법상 ‘병역지정업체 대표의 4촌 이내 혈족’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나 그 회사에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씨가 복무한 기간에도 칸테크의 실질 소유자는 정씨의 아버지 정도언 회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칸테크의 대표이사는 정씨의 혈족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정씨가 이 회사에 채용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씨가 법적 처벌을 피한다 해도 이 같은 ‘황제병역’ 사례는 ‘병역부담 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편법 대체복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일양약품 자회사 칸테크. 이곳에서 정유석 일양약품 전무가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와 같은 병역특혜 의혹에 대해 일양약품 측은 “정씨가 산업기능요원으로 칸테크에 근무했던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사측은 “법적 문제나 불성실 근무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일양약품 관계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정씨는 칸테크에서 기업지능화(BI)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근무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당시 병역비리 파동이 있어서 정부에서 정씨를 조사했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정씨도 왜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칸테크 관계자는 “정씨가 칸테크에서 현역병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씨가 국가기술자격인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있었고, 실제로 출근하며 일했다. 수년 전 검찰에서 정씨의 위치정보 추적을 통해 근무 태만 여부를 수사했는데,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칸테크가 2008년 이후 산업기능요원을 뽑지 못한 까닭은 병무청의 병역지정업체 규정이 바뀐 탓이다”라고 설명했다. 

 

 

되풀이되는 유명 기업인 일가 ‘황제병역’ 논란

 

“이 틀림없는 죽음의 계곡에는 못 배우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 나라의 불쌍한 자식들만 보내지는가. 나라 사랑은 힘없는 자들만 하는 것인가.” 

-리영희《역정》-

 

고(故) 리영희씨가 한국전쟁 당시 부자가 아닌 가난한 이들만 전투에 동원되는 것을 보며 했던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2017년 현재도 유효하다. 최근까지 유명 기업인 자제의 병역 면탈과 편법·불법적 대체복무는 ‘병역부담의 평등’ 원칙을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명 기업인 일가가 병역의무를 건너뛰는 전통적 방법은 각종 사유를 통한 병역면제다. 실제로 2011년 연합뉴스가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삼성·현대·LG·GS·SK·롯데·한진·두산·금호·한화·효성) 성인 남자 124명의 병역사항을 파악한 결과, 군 면제율이 35.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균 면제율보다 5.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또 기업인 일가 자제 중 1970년대 생의 경우 병역 면제율이 41.7%에 달했다. 이는 일반인 평균 18.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불법적 병역면제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해진 최근에는 편법 복무 사례가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정유석 일양약품 전무와 같이 대체복무자의 편의를 봐줄 수 있는 회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는 경우다. 한솔그룹 오너 3세가 대표적이다. 한솔그룹 창업주 이인희 고문의 손자 조아무개씨는 2012년 한 금형제조 업체에 배치돼 산업기능요원 근무를 했다. 하지만 조씨는 이 중소업체 사장의 도움 속에 2013년 초부터 따로 오피스텔을 얻어 홀로 출근하거나, 출근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결국 조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5년 1심에서 징역 10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갑’인 재벌 일가의 자제가 ‘을’인 외주업체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다는 의혹도 나온 적이 있다. 2015년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SPC그룹 오너의 차남은 정보처리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2004~06년 J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그가 근무한 J사는 SPC의 외주업체였다. J사는 이후 SPC와 관련된 매출이 40%가량 늘었다. SPC그룹 오너의 장남도 SPC 외주업체인 S사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병무청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는 자녀의 병역사항을 공개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다. 하지만 경제인은 어디까지 규제할 것인지 범위를 정하기가 어려워 법의 테두리에 들어오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는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와 연계돼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같은 병역 비리가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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