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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범죄는 우리 사회를 향한 보복극이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펴낸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1.29(Sun) 13:00:16 | 14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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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히 서울의 거리는 안전 사각지대라 해도 할 말이 없겠다. 얼마 전 잠실에서 길을 걷던 20대 여성 2명이 남성에게 돌로 내리찍히는 ‘묻지마 폭행’을 당해 얼굴을 크게 다쳤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밤길을 두려워하던 차에 또다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형사들조차 고개를 흔드는 강력 범죄를 뉴스에서 접할 때마다,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언론의 단골 패널로 알려진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를 펴내며 이렇게 설명한다.

 

 

“범죄자들 이야기를 잘 들어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 급속히 모든 조건이 나빠졌다. 점점 더 나빠지고 있고. IMF 시절에 미성년자였던 사람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된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과 생각이 굉장히 다르다. 전혀 사회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 사람 중 일부가 ‘강남역 살인 사건’의 주인공처럼 되는 거다. 오늘날의 범죄는 사회를 향한 보복극이다. ‘나는 이 꼴인데, 너네는 왜 잘사느냐’ 이거다. 그래서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낯선 사람을 상대로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런 범죄는 점점 늘어날 것 같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펴낸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 중앙m&b 제공


시체를 훼손하며 태연하게 치킨을 시켜 먹는 연쇄살인범, 소아기호증적 성범죄자인 초등학교 교사, 환청과 환상 때문에 살인자가 된 남자, 영아를 살해한 엄마를 통해서 본 산후우울증의 무서운 그늘, 두 살배기 아이를 2주간 혼자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게임 중독자 아빠, 방화범들이 불에 탐닉하는 이유, 묻지마 범죄자들의 일상과 심리…. 이수정 교수는 지난 10년간 범죄심리학자로서, 프로파일러로서, 그 범죄자들을 직접 대면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실제 사건 속 범죄자들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알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으로 폭력 범죄를 살펴보면 폭력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도구적 폭력의 행사’라고 표현하는데, 강도 행위든 성폭력 행위든, 폭력은 목적이 아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아이를 죽이는 엄마에게 폭력 행위는 곧 생존의 목표였다. 훈육이라는 함정을 파놓은 뒤 철없는 아이가 함정에 빠지는 순간을 노려 마치 아이에 대한 폭력 외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던 것처럼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도 범행 동기와 원인은 분명히 있다. 이 교수는 그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 그들의 일상과 심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범죄자도 모두 다르다. 살인범이라도 어떤 이는 정말 안타까운 입장에 놓여 있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범죄자는 일반인보다 더 건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지만, 또 다른 이는 심각한 정신착란을 앓기도 한다. 그러니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어디서 문제가 시작됐는지 분석한 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사회적 리소스들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을 때만 그들의 재범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수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된 이유다. 그들의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분석하고 이해해 재범을 막고, 범죄의 순환 고리를 끊는 사회적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혹자는 범죄자들을 위한 예산 집행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우리 사회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이 갱생되지 않으면 우리가, 우리 가족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없다.”

 

이수정·김경옥 지음
중앙M&B  펴냄
340쪽
1만4000원


“집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는 게 시급”

 

이수정 교수는 주변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심해야 하는 이유 또한 범죄의 순환 고리를 끊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그들이 인간 사회 생태계의 맨 꼭대기에 있는 거다. 남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량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테두리 내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그런 종류의 위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는 ‘한국형 범죄’라는 용어를 쓰며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는 범죄의 심각성도 알린다. 잘못된 사회적 통념이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술에 관대한 사회도 그중 하나다. 술에 관대하다 보니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사람도 술타령을 하면 ‘음주 감경’해 준다. 외국에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우리는 아동 성폭행범도 감경해 줬다. 이건 사회문화적 공감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외국에서는 특히 음주 과실 전과가 있는 사람이 술을 먹고 범죄를 저지르면 감경을 전혀 안 해 준다. 자신이 술을 먹고 어떻게 변하는지 알면서 술을 먹지 않았느냐 하는 거다. 음주로 인한 위험을 본인이 체감한 경험이 있다면 감경해 주면 안 되는 거다.”

이 교수는 집 안의 폭력을 관리하지 못하면 사회적 폭력도 관리할 수 없다며,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이 사회가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집안 문제’가 아니라 ‘폭력’이기 때문이다. 

 

“범죄가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지만 안 그렇다. 아는 사람들끼리 죽고 죽이는 경우가 제일 많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는 게 굉장히 시급하다. 가정폭력 기소율이 8%밖에 안 된다. 92%의 인간이 살려 달라고 전화를 거는데 기소되는 게 8%뿐이라면 법은 왜 있나. 성범죄도 과거에는 그랬다. 길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도 목격자는 신고할 필요가 없었다.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적용되는데, 이런 것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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