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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백인 중산층 우선주의’

‘두 동강 난 미국’ 트럼프의 노림수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03(Fri) 21:15:23 |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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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조기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최근 극심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놓고 미국의 한 정치분석가가 내뱉은 말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행정명령이 치열한 반대에 부딪힐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1월20일, 취임사에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래도 이제는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되었으니, 무언가 좀 달라지겠지”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선 때부터 거의 둘로 갈라지며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는 미국 사회의 현실에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이른바 ‘오바마케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폐지는 물론 급기야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잠정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반이민 행정명령’까지 시행하고 말았다. 현재는 사법부의 제동으로 시행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트럼프는 반대와 반발에도 개의치 않고 대선 기간 약속한 공약을 조기에 시행하는 모습으로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 웨이’는 어디까지일까. 일각에서는 지지층을 잡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 EPA 연합


‘집토끼’만 의식하는 트럼프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예상대로 급격한 반발에 부딪히고 말았다. 워싱턴주(州)를 비롯한 각 주의 법무부 장관들도 이에 반대해 행정명령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해 승소했다. 트럼프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항소법원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기각을 당해 1차전은 트럼프의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트럼프는 별로 손해 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민자 계층을 비롯한 시민단체 등 수많은 미국 시민들이 전국적으로 ‘반이민 행정명령’ 시행을 계기로 ‘반(反)트럼프’ 대열에 동참해 트럼프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트럼프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거의 반으로 나눠진 것도 트럼프 입장에서는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하는 이유다. 오히려 시행의 여파로 인한 불만이 아니라, 사법부의 제동으로 시행 자체가 보류된 것도 트럼프가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면죄부를 받은 셈이라는 평가다.

 

사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 제동 직후 바로 대법원에서 결말을 보겠다던 트럼프가 현재 입장이 다소 바뀐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급하게 최종 법원에서 결말을 보는 것보다 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트럼프가 법원 입장을 고려해 또 다른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곧 발동하겠다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사법부의 제동으로 인해 1차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자신은 기존 공약을 계속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지지자들에게 각인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의 지지층을 이루는 백인 노동자층에서는 몰려드는 이민자들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이러한 ‘반이민 정책’ 시행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미국의 국가 안보 보호라는 명분을 더해 우선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반이민 행정명령’ 카드를 내던진 셈이다. 트럼프가 이에 더해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설치를 취임 초기부터 강하게 밀고 나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쉽게 말해 ‘백인 노동자층’이라는 ‘집토끼’는 확실히 잡아 놓고 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트럼프가 취임 직후 파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은 오히려 ‘일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자신의 지지 기반인 ‘백인 중산층 우선주의’로 해석해 보면 모든 의문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돌풍’으로 불리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사실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국 중산층을 대표하는 백인 노동자층, 이른바 ‘블루칼라층’들은 그동안 누구보다도 소외감에 빠졌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소득의 양극화로 인해 이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이른바 ‘워싱턴 기득권 세력’이라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극에 달했다. 바로 이러한 틈새를 꿰뚫고 그 힘을 이용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내놓는 정책들은 거의 모두 자신의 지지 기반인 백인 중산층, 특히 백인 노동자층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말로는 국가 통합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 기반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1월31일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PA 연합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민을 고용하라”

 

트럼프는 자신의 이민 정책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이나 통상 등 무역 정책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민을 고용하라(Buy America, Hire American)’는 것이다. 그가 당선 직후부터 여러 세계적 자동차업체를 비롯해 세계 굴지의 기업 대표들을 불러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 더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을 가한 것은 이를 잘 말해 준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압력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최근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의 관심은 오직 일본이 미국에 투자를 늘리라는 것이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다소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일본 아베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 약 70억 달러(8조5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에 70만 개의 일자리를 안긴다는 ‘선물 보따리’를 가지고 가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1차적인 관심은 미·일 동맹 등 군사적인 차원이 아니다. 미국 백인 노동자층의 일자리 회복을 위해 경제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하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트럼프는 앞으로도 모든 다른 국가나 해외 기업들은 미국 노동자, 특히 자신의 기반인 백인 노동자를 위해 ‘미국에 투자하고(Buy America)’ 미국 국민, 정확하게는 ‘백인 노동자를 고용하라(Hire American)’는 정책을 계속 펼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이 인권 문제 등으로 반발을 일으키고 트럼프의 ‘보호 무역’ 정책이 자유 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세계적 관점에서 비난을 받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전략이다. 정확하게는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지지 기반인 ‘백인 노동자층 우선주의’를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러한 ‘집토끼’ 전략이 그의 생각대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도 백인 노동자층에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받겠지만, 다수의 미국 국민들을 더욱더 자신의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또한, 실제로 미국 노동자층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도 회의적인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는 미국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과 멕시코의 값싼 상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인상해 미국 시장의 문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과연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미국의 사양 산업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경제적 위기가 반드시 자유무역주의 때문에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동안 미국 경제의 기반이었던 자유무역주의를 없애는 것은 독이 든 화살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이 같은 정책은 미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니라, 단지 지지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처방’에 불과해 오히려 미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월1일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 EPA 연합


2년 후 ‘중간선거’서 심판받을 ‘트럼프 정책’

 

트럼프는 향후 중국과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의 돈과 일자리를 뺏어가는 주범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싼 가격으로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면서 자국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양국 간에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벌어진다면,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이는 상상을 뛰어넘는 파국을 초래해 자칫 세계적인 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 트럼프는 미국에 값싼 공산품을 대량으로 공급해 왔던 중국이나 멕시코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서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노동자, 서민층이 떠안게 된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 당장 일자리 회복은 고사하고 서민 경제만 파탄이 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중국과의 일전도 불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못하면 얻는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아무리 자신의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의 이익을 위해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놔도 세계는 이미 복잡한 글로벌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딜레마다. 즉, 보호무역주의로 미국 노동자층이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전체 세계경제가 불안해지면 미국 경제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기존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지지표만 계산하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전략은 당장 2년 후에 있을 ‘중간선거’에서 1차로 결말이 날 전망이다. ‘집토끼’라는 백인 노동자층만 바라보고 있는 트럼프가 만약 ‘중간선거’에서 그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에서도 표를 잃는다면 그의 힘은 급속하게 쇠퇴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적 정책’ 추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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