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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강로에서] 탄핵 후 분열은 亡國의 지름길이다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7.03.09(Thu) 14:46:23 | 1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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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그날이 되면 어쨌든 결론은 나올 것입니다. 인용, 기각, 각하 셋 중 하나겠죠. 여기서 각하는 박 대통령이 선고 전에 하야(下野)하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인용 아니면 기각이 많이 거론됩니다. 현재로서는 인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세상사가 다 그러하듯이 재판도 뚜껑을 열어봐야 압니다. 보수로 분류되는 재판관 중 상당수가 신문(訊問)에 별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흔히 법관들은 법리(法理)에 따라 재판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법은 정치의 종속물일 때가 많습니다. 같은 사안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법리 적용이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한 건 이 때문입니다.

 

©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문제는 선고 이훕니다. 선고 전부터 벌써 승복 여부를 둘러싸고 기싸움이 대단합니다. 특히 박 대통령 진영은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시에는 내란 운운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작태는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재판에 승복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입니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 때만 승복하겠다는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보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념전쟁입니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일련의 행위는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로 볼 만한 대목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을 찍은 우파 중에서도 배신감을 느끼거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부끄럽다는 사람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지율 4%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지 않았겠죠.

 

문제는 상식과 몰상식이 이념대결로 변질됐다는 것입니다. 촛불집회는 주최 측은 있었지만 초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대거 참여로 순수성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뭐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입니다. 촛불집회가 매 주말 계속되고 집회에서 ‘이석기 석방’ 같은 좌파 구호가 나오고 ‘사드 배치 반대’ 같은 정치적 주장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침묵을 지키던 일반 국민들이 “이건 아닌데”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북세력이 활개 치거나 안보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틈을 비집고 서서히 골수 박근혜 지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념싸움이 되면 내 잘못은 안 보고 남의 잘못만 봅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이미 그렇게 변질됐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탄핵 결과가 어찌 나오든 앞으로는 피 튀기는 내전 양상만 전개될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이 민족주의 광풍(狂風) 시대라는 겁니다. 민족주의는 20세기 전반부의 낡은 유물로 치부됐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냉전 종식 후 민족주의는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약소국 위주로 바람이 불었던 민족주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국을 모조리 휩쓸고 있습니다. 강대국의 민족주의는 제국주의로 연결될 공산이 큽니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제국주의 이야기를 하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쎄요 저도 그리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시대 흐름이 어떨지 모르겠군요.

 

우리 주위에 세계 4강이 다 있고 이들이 민족주의로 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끼리 서로 못 잡아먹어서 혈안이 돼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영남·호남, 좌파·우파 프레임에만 매몰돼 있으면, 우리 주위 열강(列强)에게 손쉬운 노리개로 전락할 것입니다. 지금 중국이 우리한테 보이는 광태(狂態)는 우리가 자초한 것입니다. 국민적 깊은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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