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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안희정 충남지사 “노무현이 민주주의 수준 높여서 헌정 유린한 대통령도 탄핵됐다”

[2017 대선 주자 릴레이 인터뷰-②] ‘시대 교체’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7.03.13(Mon) 15:22:31 |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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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반 만에 다시 마주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달라져 있었다. 1월 중순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던 그는 막 정치를 시작한 신인처럼 밝고 패기가 넘쳤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던 안 지사는 “30년 이상 함께한 동지들이 자신을 돕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악수할 때 눈을 마주 보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안 지사를 다시 만난 것은 3월3일 여의도 국회 앞에 자리 잡은 캠프 사무실에서였다. 이날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간 첫 토론회가 있던 날이다. 어렵게 인터뷰 약속을 잡은 안 지사는 인터뷰 시작 전까지 바로 옆방에서 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후 만난 그에게서 6주 전의 패기와 경쾌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절제와 신중함이 묻어났다. 토론회 준비 때문에 긴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뷰 며칠 전 논란이 됐던 ‘선한 의지’ 발언 여파로 보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어법이 사변(思辨)적이고 장황하다는 말을 의식한 듯 비교적 짧으면서도 간결하게 대답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다 보니 안 지사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고민 그리고 패기를 이전보다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장점을 드러내고, 단점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묻어났다. 안 지사와는 3월3일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3월10일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에는 서면으로 입장을 들어봤다.

 

© 시사저널 박은숙


1월만 해도 5%도 안 되던 지지율이 불과 한 달 만에 20% 선을 돌파했다. 지지율이 갑작스럽게 오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관되게 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온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지난달(2월) ‘대연정’을 제안한 것이다. 처음에는 의아해했던 사람들도 연정이 지금의 국가 위기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점차 안희정은 통합을 이룰 수 있는 후보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지율이 상승했을 때나 하락했을 때나 소신과 입장은 변한 게 없다. 그래서 지지율에 크게 제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다. 소신껏 나의 길을 가고, 선택은 국민이 할 것이다.

 

 

대연정이나 ‘선한 의지’ 발언이 문제가 돼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면 진보 내지 친노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은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 토론회가 이제 막 시작된다. 8번의 토론회와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의 진가가 다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경선이 ‘완전국민경선’이니만큼 일부 세력의 지지만을 등에 업고 당선 가능성을 자신할 수 없다. 5000만을 대표하려는 나는 국민의 고른 지지를 받고 당선돼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2008년 6월7일 경남 양산시 에덴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제9회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과 안희정 충남지사. 당시 안 지사는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이었다. © 연합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적폐 청산을 강조한다. 반면 안 지사는 상대적으로 여기에 대해서 선명한 입장이 없어 보인다. 적폐 청산에 대한 안 지사 입장은 무엇인가.

 

적폐 청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적폐 청산과 정의를 바로 세우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도 법을 통해야 한다. 적폐 청산을 위한 개혁입법에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국민합의에 의한 개혁과제 선별, 의회의 압도적 다수 구성, 국민의 통합된 지지가 그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 의회로 시작하게 되는 만큼,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왔다.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연정추진협의체 구성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당이 중심이 돼 촛불광장과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과제들을 선별할 생각이다. 이 국가개혁과제에 동의하는 압도적 다수파가 필요하다. 이번 특검 수사를 봐라. 아직도 규명할 진실과 수사할 내용이 많은 상황에서도 의석수 부족으로 인해 특검법 연장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탄핵이 인용됐다. 탄핵 반대 측이 탄핵재판 결과에 순순하게 승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탄핵 반대 측에 서 있는 국민들에게 정치적 소외감을 안겨주지 않을 생각이다. 국민들이 뽑은 대의정치 리더들을 통합해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또한 정권 교체를 하더라도 구(舊)집권세력에게 보복성, 한풀이성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한다. 51%의 지지를 받고 선출되더라도 대통령은 5000만을 대표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의로 단죄하면 또 다른 권위주의가 될 수 있다.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국민들이 뽑은 대의정치의 지도자들과 힘을 합쳐 소통과 협의를 통해 국가 위기를 헤쳐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탄핵 사태 속의 갈등을 넘어서 국민들이 힘을 모아 주시리라 생각한다.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은 나의 확장성 때문”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2002년 대선에서는 지역주의 타파, 2007년에는 경제 살리기, 2012년에는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이 시대정신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낡은 20세기 질서와 결별하는 ‘시대 교체’다. 추운 겨울 광장에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헌법 유린, 특권과 반칙은 용납하지 않겠다.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의 억울함과 현실적인 고통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나라를 만들자. 그런 외침 아니었나. 우리는 1987년 6·10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을 쟁취해서 제도적으로는 민주화는 됐는데, 우리가 생활하면서 여전히 비민주적인 권위주의 시절 같은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권위주의 통치, 재벌 중심의 경제와 정경유착이 여전하다. 이걸 바꿔야 할 정치와 정당은 대선후보에 따라서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검찰과 언론도 감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보여준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아니었나. 촛불혁명은 시민들이 이런 대한민국에 전면적 변화를 요구한 일대 사건이었다. 과거의 낡은 질서로부터 결별하고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안 지사 스스로가 ‘30년 직업정치인’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안희정이 생각하는 정치는 무엇이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30년을 살아왔나.

 

직업정치인 안희정의 소명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회사원이든 자영업자든 직업인은 모두 각자의 직업윤리, 직업적 소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직업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저의 직업적 소명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자 자부심의 표현이다. 평생 직업으로 정치를 해 오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 저명하신 분들이 정당에 들어오시는 걸 많이 봤다. 그런데 그 분야에서 권위자로 남았더라면 우리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실 분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상당한 전문 영역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대화하고 조정하는 일이 정치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정말로 싫은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정치인은 그럴 수가 없다. 시민을 대신해서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타협을 통해 결론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선장처럼 먼저 도망가지 않고, 책임지고 일을 해내는 사람이 직업정치인이다. 나는 직업적 소명을 다하고 그 결과를 인정받고 싶다. 나의 직업적 소명은 보다 좋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2월1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 연합뉴스


 “北 미사일 발사는 채찍만 휘두른 결과물”
 

현재 외부로 드러난 인사 이외에도 우리들제약 김수경 회장이나 문성근씨 등 보이지 않는 친노 인사들이 안 지사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본인이 친노계의 적자라고 생각하나.

 

친노뿐 아니라 민주당 적자이자 장자 안희정이라 불러 달라. (안 지사는 기자가 질문을 통해 거명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확장성과 통합력이다. 최근 민주당은 역대 최고 지지율을 기록했다. 나의 확장성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분은 없을 것이다. 전통적 여야 구도 분석으로 50%에 육박하는 민주당 지지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지지층이 민주당을 주목하고 있다. 안희정은 호감도가 제일 높고, 비호감은 제일 낮은 후보다. 가장 우호적인 반대파를 가진 정치인이다. 분열과 갈등으로 고통받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통합력을 높일 수 있는 후보라는 국민적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이런 믿음은 정권교체 후 민주당 정권에 대한 폭넓은 지지로 이어질 것이다.

 

 

안 지사가 생각하는 참여정부의 공은 무엇인가.

 

민주주의 수준을 높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치력을 행사하라고 뽑아놨더니 검찰이 자기를 수사하게 만들고 아마추어가 아니냐’는 소리마저 들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통치력이라는 이름으로 국가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면 그게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나. 노 대통령은 그 원칙을 지키려 했다. 헌법 내에서 민주주의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도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과(過)’가 있다면 무엇인가.

 

양극화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화되고 개방화됐다. 산업의 주기상 고용구조는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실직자들이 자영업자로 전환하면서 그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중산층이 깨지는 과정에 있기도 하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소득 양극화도 심화됐다. 이것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모든 현실은 앞선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위배한 지도자가 아니라면  가급적 긍정적인 면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전임 정부의 과(過)는 후세대인 제가 풀어야 할 과제로 받아들이려 한다.

 

 

경제정책에 대한 선명성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의 연대설이 자꾸 나왔던 이유도 경제정책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20세기에 모방을 통한 추격형 성장모델은 성공했고, 세계는 우리를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추격형 모델로 성장한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조선, 해운이 대표적이다. 한때, 10%에 육박했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3%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성장에 관한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그래서 혁신형 성장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혁신형 성장모델의 전제는 공정한 시장질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과거처럼 경제개발 5개년을 짜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담보되면, 대기업은 골목상권을 넘보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을 키울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선거를 치르는 후보 입장에서 여기에 대해 분명하게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구조조정에 대한 안 지사의 입장은 무엇인가.

 

산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산업 수종 갱신 과정에서 고난과 희생과 시련 또한 불가피하다. 실직의 위험에 놓일 수 있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에 매트리스를 깔아야 한다. 튼튼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월22일 오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대선출정식을 겸한 ‘안희정의 전무후무 즉문즉답’ 행사를 열고 현장과 온라인상 각종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재벌개혁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벌이 기울어진 경제생태계에서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해치고 있고, 이것이 새로운 혁신형 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막고 있다. 재벌개혁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라는 우리 헌법의 대원칙을 실현하고, 공정과 혁신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재벌이 민주적 법질서를 초월해 편법·탈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혁신형 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막고 있는 재벌의 불공정한 시장거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권에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그리고 개헌을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

 

개헌의 필요성에 동의한다. 그러나 새로운 헌법은 누가 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개헌이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 나라에 살 것이냐에 대해 합의하는 개헌이어야 한다.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분권형 개헌이 옳은 방향이다. 이를 위해 국회 중심의 개헌특위뿐만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국민 논의기구의 구성이 필요하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논의 절차와 기구를 규정한 특별법을 만들어 국민들의 충분한 논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만약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김정은 정권과 마주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지난 8~9년간 북한의 핵능력은 지속적으로 증가돼 왔다. 당근은 빼앗고 채찍만 휘두른 결과다. 현 상황에서는 우리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북한은 핵개발과 실전배치의 단계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어떠한 장소에서라도 북한 측과 만나 대화하겠다. 끊어진 대화의 통로를 뚫기 위해 대화 창구를 찾고, 남북 간 대화의 통로를 열어,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논의를 추진할 것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 강화는 한반도가 평화·안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변화 징후가 보이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평화경제특별구역’, 이른바 개성공단을 추가 설치해 남북경협을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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