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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美,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외교 들여다본다”

한국 대선 야당 집권 가능성에 맞춰 과거 정부 외교 분석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14(Tue) 13:44:13 |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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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북 정책 수립이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 권력 공백이 생긴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확정된 초유의 사태와 관련해 한·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는 뜻밖에도 미국의 대북 정책을 언급했다. 그만큼 워싱턴 일각에서는 당장 한국의 권력 공백 사태가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 정책 수립에 또 하나의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기 대선 결과, 야권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한·미 관계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미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의 한반도 담당 실무자들은 한층 더 상황 분석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 등 도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에 이어 한국 정권마저도 현실적으로 최소 두 달의 권력 공백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여권 성향의 대선후보가 당선된다면 기존 한·미 당국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야권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대북 정책을 포함한 한반도 외교정책 프레임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한국에 권력 공백이 생기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의 대(對)중국·북한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 EPA 연합


트럼프 “중국과 북한 어떻게 다루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자, 미 국무부를 비롯한 한반도 정책 실무자들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한·미 관계를 다시 자세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선 기존 한·미 관계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대중국 정책과 관련해서는 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한국 정부와 마찰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야권이 집권에 성공해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으로 대표되는 유화적인 대북 협상과 대화 우선 정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상황에 밝은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백악관 대북 정책 수립이 전면 보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북한이나 한반도 문제에 관해 정제되지 않은 즉흥적인 여러 발언을 쏟아냈지만, 막상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는 ‘놀랄 만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외교·안보 라인의 공백으로 인해 대북 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말 한마디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한국마저 대통령 탄핵으로 정책 수립과 공동 대응의 파트너가 당분간 사라진 상황에서 트럼프의 ‘침묵’은 더 오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미 행정부의 한반도 담당 실무자 사이에선 한국의 권력 공백 기간이자 대선 기간인 최소 두 달간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을 명분으로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도 대비하면서 한국의 대선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 분석가는 “전례가 없는 탄핵 사태로 인해 한국에 권력 공백이 발생하는 3월과 4월이 한반도 상황에서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백악관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 정책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는 있으나,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월10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P 연합


미국의 동북아 정책 수정될지 주목돼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권력 공백기에 이어 현재 야권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자신들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해 후보 시절부터 “중국이 북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중국 역할론’을 내세우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 자신의 공약대로 무역 문제 등 중국과의 싸움에서 일정 부분 승리를 거둬야 하는 트럼프로서는 한국 정부와의 연대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문제에서 불거지듯이, 한·미 관계의 전반적인 재정립이나 재협상을 요구하는 야권이 집권할 경우 난감한 처지에 빠질 공산도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조기 대선으로 인해 만약 야권 후보가 새롭게 집권하면, 한·미·일 동맹 강화보다는 다소 친(親)중국 성향의 정책을 추진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중국 견제’를 기본으로 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박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직접 참여하자, 워싱턴 일각에서 한·미 관계에 대한 급속한 우려가 확산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담당자들은 한국의 대선 기간에 각 후보들이 내놓을 국제관계와 관련된 공약들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 진영과 물밑 접촉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한국에서 야권 후보가 집권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일정 부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는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과도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을 내세우면서 미국의 이익을 먼저 챙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등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이어질 경우, 새로 등장한 한국 정부와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으로 5월 이후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야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은 물론 새로운 한·미 관계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에 대해 “한반도에 봄은 왔지만, 올해 봄은 그 어느 해보다도 추울지 모른다”면서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대통령 탄핵 결정에 따른 이러한 ‘추운 봄’이라는 권력 공백기를 이겨내고 불확실성을 제거해 다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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