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데, 나비가 보이지 않는다
  •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3 10:52
  • 호수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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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나비 5년 사이에 34% 감소 나비 개체수 감소는 식량난도 부추겨

바람 끝에 겨울 기운이 완연하게 사라지고 있다. 봄은 꽃과 나비 등 ‘봄의 전령(傳令)’들과 함께 찾아온다. 우리 조상들은 특히 노랑나비를 먼저 보면 한 해에 길운이 따른다고 믿었다. 그런데 한반도에 서식하는 나비들이 15년 전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기온 높아질수록 나비들은 죽을 맛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은 강원도 영월군의 석회암 지대에 서식하는 나비의 개체수와 종류들이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립산림과학원과 목포대학교·국립농업과학원·동아시아환경생물연구소가 공동으로 1999년과 2014~15년 두 차례에 걸쳐 이 지역의 나비들을 조사하며 나타난 결과다.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15년 동안 나비의 개체수가 약 34% 감소했고, 종(種) 또한 82종에서 71종으로 11종이나 줄었다. 특히 북방계 나비가 남방계 나비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나비들은 왜 점점 사라지는 것일까.

 


국립산림과학원의 권태성 박사는 그 원인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보고 있다. 15년 사이에 나비 서식지인 영월군 지역의 기온이 평균 1.2도 올라갔고, 강수량도 50%쯤 감소해 숲이 건조한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 1999년에 평균 11.08도이던 기온이 2015년에 12.3도로 높아졌고, 1999년에 1360.6mm이던 강수량은 2015년에 675.8mm를 나타냈다. 더구나 열대지방에서 사는 나비들이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그런 예다.

 

나비의 개체수 감소는 도시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녹지를 도로로 만들면서 흙길이 사라지고, 꽃들도 점차 사라져 나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가로수를 소독하기 위해 빈번하게 뿌리는 살충제 또한 나비들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 농약을 접촉한 나비의 유충들은 조직이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져 1~3주가 지나면 몰살하게 된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나비들의 먹이가 줄고 유충이 자랄 곳이 사라지면서, 결국 한반도 전체적으로 개체수가 감소하는 추세라는 얘기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곤충 가운데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 ‘나비류’라며, 지구온난화로 도시 지역에서 나비가 더욱 급격하게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도시의 나비 개체수 감소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월17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발표된 영국 나비보호협회와 켄트대학 등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영국 도시 지역에서 감소한 개체수가 69%나 된다. 이는 시골 지역의 44%보다 25%나 더 높은 수치다. 특히 ‘작은주홍부전나비’의 경우, 시골에서 17% 줄어든 반면 도시에서는 무려 7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 같은 변화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 생물학부 캐롤 보그 교수팀도 우리와 비슷한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콜로라도주에 있는 로키 마운틴 생물학 실험실에서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눈이 처음으로 절반 이상 녹은 시기와 표범나비·망초꽃의 개체수를 기록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져서 겨우내 쌓인 로키산맥의 눈이 예정보다 이른 4월에 녹으면 표범나비에게 양분을 공급해 주는 망초꽃 새싹이 자라지 못해 나비의 개체수도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말쯤 눈이 녹기 시작하면 피어 있는 망초 수는 600개에 달하지만, 4월말쯤 눈이 녹으면 망초 수가 200여 개로 준다. 표범나비는 망초를 가장 좋아하며 여기서 꿀을 얻어 알을 낳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다. 꽃의 수가 줄어들면 표범나비가 먹을 수 있는 꿀의 양도 적어진다. 눈 내리는 시기라는 단 하나의 요인만으로도 표범나비 개체수가 여러 해 동안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포식자가 없을 때 먹이가 되는 피식자들 사이에는 개체수 불균형이 일어나 결국 약한 종들이 사라져 종 다양성이 줄어든다.

 

 

나비 개체수 줄면 농업·경제 전반에 악영향

 

국립산림과학원의 보고에 따르면,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100년간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1.5도 올라갔다. 특히 겨울철의 기온이 높아지고, 봄이 2주 빨리 찾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나뭇잎이 돋는 시기가 5~7일 빨라지고, 꽃이 피는 시기도 10일 정도 계속 앞당겨졌다. 이런 변화가 한반도 나비의 생태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나비는 전 세계에 약 2만 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비는 250종. 이들 나비의 종류와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최근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식물의 수분(꽃가루받이)을 돕는 매개곤충인 나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인해 세계의 작물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북유럽과 북미에서 야생 벌과 나비의 종들이 감소하고, 특히 유럽에서 9%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고, 개체수가 30%나 줄어들어 식량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나비와 벌은 식물의 꽃에서 꿀을 얻는 대신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수분을 담당해 식물의 수정과 번식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들 매개곤충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게 되면 식물이 뿌리를 키우지 못하거나 번식에 지장을 받고,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특히 과일과 채소, 견과류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과일이나 채소, 견과류의 생산 감소는 일부 농작물 재배가 더욱 어렵게 돼 결국 저소득층이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이런 식재료의 감소가 전 세계 저소득층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비 개체수 감소가 자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세계의 생물학자들도 말한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먹이사슬의 하부 단계인 동식물의 생태계 교란은 ‘인간 생태의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그런 점에서 나비 생태 변화에 대한 연구가 사실은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가 모르는 새에 사라지는 나비의 아주 작은 변화가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일. 지금부터라도 나비 개체수 감소를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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