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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박지성의 길을 따라 걷다

英 무대 첫 해트트릭…첫 시즌 부진 딛고 맹활약, 롱런 발판 마련​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31(Fri) 15:00:01 | 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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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3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전 원정 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한국은 중국 원정 10경기 무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에이스 손흥민의 공백은 예상외로 컸다. 손흥민은 경고 누적으로 중국전에 뛰지 못했다. 슈틸리케는 남태희를 대체 카드로 썼지만 손흥민처럼 한 방의 역습으로 수비진을 붕괴시킬 수 있는 선수가 부재했다. 충격적인 패배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을 실감하는 역설이었다.

 

 

퇴출설 위기 딛고 일어선 손흥민

 

3월12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의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 밀월을 상대로 잉글랜드 FA컵 8강전에 선발 출전한 손흥민이 세 차례에 걸쳐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41분 완벽한 왼발 슈팅으로 첫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은 후반 9분 발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종료 직전 때린 발리 슈팅은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통과했다. 해트트릭을 달성한 손흥민은 팔을 하늘로 치켜 올리며 기쁨을 표출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기록한 최초의 해트트릭, 그 역사에 손흥민의 이름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 PA Images


하부리그 팀을 상대로 한 경기였지만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큰 찬사를 받았다. 돌풍의 한가운데 있던 밀월은 손흥민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무려 6골을 허용하며 토트넘에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은 큰 기대를 받고 합류했지만 필드골이 없어 고전하던 네덜란드 대표팀 출신의 동료 빈센트 얀센의 골을 후반 35분 도왔다. 훌리건들이 많기로 소문난 밀월의 서포터들은 손흥민이 활약할 때마다 인종 차별 구호를 외쳤지만, 그럴수록 골망은 더 흔들렸다. 경기 후 영국 언론 전체가 손흥민의 활약을 집중 보도했다. 축구통계기록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은 10점 만점의 평점을 내렸다.

 

밀월전이 끝난 뒤에는 상대 팬들의 인종 차별을 이겨낸 것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밀월은 영국 내에서도 훌리건 분포가 가장 많은 극렬 서포터로 유명하다. 그들은 경기 중 손흥민을 향해 “눈을 더 크게 뜨면 골을 잘 넣을 것이다” “DVD나 팔아라” 등 아시아인을 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영국의 유명 심판들은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고 몰수패를 선언해도 할 말이 없다”며 밀월 팬들의 도를 넘어선 언행을 비판했다. 오히려 그런 공격을 이겨낸 손흥민은 언론에 의해 “손흥민이 밀월 팬들의 저급한 공격에 해트트릭으로 답했다”라며 영웅으로 평가받았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본인에게도 의미가 각별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함부르크SV,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치며 세 시즌 연속 두 자리 골을 기록하며 차범근을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파괴력을 지닌 아시아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분데스리가 무대에서도 두 차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득점력을 증명했다. 손흥민의 기량을 높이 산 토트넘은 2015년 여름 3000만 유로(약 400억원)의 이적료를 레버쿠젠에 지불하고 프리미어리그로 데려왔다.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몸값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2015~16시즌은 손흥민에게 지우고픈 시간이었다. 이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바닥 부상으로 고생하며 페이스를 잃은 그는 8골을 기록해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선수라는 혹평을 받았다. 시즌이 끝나고는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 등이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이며 1년 만에 독일로의 복귀설이 돌았다. 사실상 퇴출을 의미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참가했지만 8강에서 아쉽게 패하며 병역 문제를 해결할 기회도 놓쳤다. 악재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기대를 접었을 때 손흥민은 일어섰다. 토트넘 잔류를 선언한 그는 시즌 첫 출전 경기였던 스토크시티전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9월에만 5골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수상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아시아 선수였던 박지성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었다. 11월엔 단 1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해 이전 시즌의 부진이 재현되나 싶었다.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으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간 것이 화근이었다. 시즌 초반 손흥민에게 신뢰를 주던 포체티노 감독도 다시 로테이션 멤버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2월 들어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한 달간 5골을 넣으며 3개 대회를 병행하는 토트넘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줬다.

 

위컴비와의 FA컵 16강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시즌 두 자리 득점에 다시 도달했다. 밀월전 해트트릭은 올 시즌 손흥민이 완벽하게 부활했음을 알린 상징적인 활약이었다. FA컵에서만 6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시오 월컷(아스널·5골),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4골)를 제치고 대회 득점 선두에도 올랐다. 26년 만의 FA컵 우승을 꿈꾸는 토트넘에 가장 큰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달라진 평가, EPL 롱런을 열어라

 

침체를 딛고 올라선 손흥민에 대한 영국 현지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잉글랜드 역대 최고의 골잡이로 평가받는 앨런 시어러는 국내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 바라기’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호평 일색이다. 자신이 출연하는 영국 국영방송 BBC의 간판 축구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에 출연한 시어러는 “그의 침투를 좋아한다. 환상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최근 손흥민의 해트트릭에 대해서는 “그는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선수다. 원톱에도 충분히 어울린다”며 지지를 보냈다.

 

화제를 모은 손흥민은 이제 선배 박지성의 길을 따른다. 올 시즌 활약상을 통해 토트넘과 타 팀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롱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 가장 롱런한 선수는 박지성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을, 퀸즈파크 레인저스에서 1시즌을 보내며 총 8시즌을 뛰었다. 이청용과 기성용이 각각 6시즌, 5시즌을 소화하는 중이다. 올 시즌 14골 중 7골을 리그에서 기록 중인 손흥민은 1골만 더 넣으면 프리미어리그 역대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넘어선다.

 

최근 토트넘의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을 입고 시즌을 마감할 위기에 처하며 손흥민의 팀 내 비중은 한층 높아졌다. 리그 2위 경쟁을 이기고 FA컵 우승에 도전하려는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의 활약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을 넘어 아시아인 프리미어리거의 새 역사를 써가는 손흥민에겐 또 한 번의 중요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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