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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헐값 인수·시세차익 의혹…KB금융 몸집 불리기 ‘잡음’

대주주 이해관계 따라 제각각인 주가…소액주주 피해 불가피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7(Fri) 11:00:00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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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간 ‘리딩뱅크’ 쟁탈전이 뜨겁다. 1등 수성을 다짐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과 3년간 성장세를 바탕으로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는 KB금융그룹의 싸움이다. 20년 전만 해도 KB금융은 자산이나 고객 수 등 덩치 면에서 여유 있게 신한금융을 따돌렸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LG카드 인수 등 순익 기여도가 높은 계열사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최근엔 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014년 취임한 이후 비(非)은행 계열사를 적극 인수했다. 은행과 카드 부문에서의 약세를 다른 부문에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국내 2위권 손해보험사인 LIG손해보험 인수로 단숨에 손보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산 5조원대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승리하며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KB금융의 지주사인 KB금융지주는 2016년 3월 현대증권 지분 29.62%를 1조2500억원에 사들이며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후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KB금융이 의도적으로 현대증권 주식을 저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몸살을 알았다.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 간 주식교환가액, KB투자증권과 합병비율(1대 0.19)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최근 KB금융 내부에서 유사한 일이 또다시 벌어지면서 윤종규 회장의 몸집 불리기 방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는 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이 자리 잡고 있다. KB손보를 현대증권처럼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춰 대주주인 KB금융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의혹이다. 최대주주인 KB금융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과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KB금융의 몸집 불리기 과정을 둘러싼 소액주주와 KB금융의 갈등 상황을 취재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2014년 취임 이후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을 통해 리딩뱅크 탈환을 추진했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보유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 뉴스1


시끄러웠던 KB손보 주총…JP모간도 ‘반기’

 

3월17일 열린 KB손해보험 주주총회에선 소액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고성이 오갔다. KB손보 소액주주 가치수호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유재억씨는 “(KB손보가) 주가를 낮추기 위해서 치졸한 방법을 동원해 조직적인 시세조정, 주가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KB금융의 헐값 인수를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유씨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주총에 참석해 KB금융지주의 지분을 획기적으로 늘려준 자사주 매각과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그러면서 주주 이익에 반한 결정을 한 사외이사들의 재선임 반대를 요구했지만 찬성표 지분이 과반을 넘어 실패로 마무리됐다. 표 대결에서는 졌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과 JP모간자산운용도 소액주주 입장에 동조하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KB금융의 KB손보 헐값 매입 논란은 2015년 11월 처음 불거졌다. 당시 KB금융은 KB손보 주식 829만 주를 주당 2만7850원에 매입했다. 2014년 KB손보의 전신(前身)인 LIG손보를 인수할 당시 주당 매입가(5만5200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인수 당시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헐값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거래로 KB금융의 KB손보 지분율은 기존 19.47%에서 33.29%로 껑충 뛰었다.

 

유사한 일이 지난해 12월28일 또 발생했다. KB손보는 신주 650만 주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했다. 최근 1개월간 가장 낮은 종가(2만6250원)에 해당하는 금액에 자사주 650만 주를 KB금융에 넘겼다. 특히 KB손보는 이사회 결의 및 공시 바로 다음 날인 12월29일 신주를 발행했다. 소액주주에게 불공정한 신주 발행의 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신주발행유지청구권을 행사할 기회마저 빼앗아버린 결과다. 이를 통해 KB금융의 KB손보 지분율은 39.81%까지 올랐다. 주식 매입 대급을 납입한 뒤 불과 사흘 만에 배당을 결정해 배당금까지 챙기게 됐다. 최근에는 추가적인 유상증자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KB손보 측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작년 말 150%대를 기록해 금융 당국의 권고치를 겨우 맞췄다고 한다. 이를 확충하기 위해 유상증자는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액주주 측은 “자본 확충을 위해 다른 보험사들이 선택하는 후순위채 발행이나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같은 대안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RBC 비율 제고를 위한 것처럼 포장됐지만 대주주의 지분을 헐값에 늘려주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최근의 주가 흐름을 보면 간접적인 주가 조정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KB금융의 주가는 1년 만에 대폭 상승했지만, KB손보의 주가는 하락했다. KB금융의 주가는 4만9900원(3월29일 종가 기준)으로, 1년 전 3만2350원에 비해 54% 정도 뛰었다. 반면 KB손보의 주가는 2만7500원으로 오히려 18%가량 낮아졌다. KB손보의 실적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다. KB손보는 2016년 영업이익 389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15년보다 60.4%나 증가했다. 통상 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대주주가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데, KB손보에선 발생하지 않았다.

 

그간 KB손보는 손보주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주식으로 꼽혔다. 대기업을 향해 적극적인 발언을 꺼리는 애널리스트조차 “KB손보는 적극적 주주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을 정도였다. 손보 업계에선 KB금융이 KB손보를 완전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KB손보의 지분 매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공시를 내놓은 뒤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완전자회사 편입은 회사가 부정하지 않는 사안이고 결국 시기의 문제”라며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한 뒤 KB금융과 지분 교환을 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주주에겐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KB손보에 드리운 현대증권의 그림자

 

KB손보 소액주주들은 현대증권 흡수 과정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증권시장을 호령하던 현대증권이 상장폐지됐다. 처음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주식을 상장한 지 41년여 만이다. 지난해 3월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 지분 29.62%를 1조2500억원에 사들이며 계열사로 편입한 지 약 8개월여 만이기도 하다. KB금융지주는 최초 인수한 지분 외에 나머지 70.38%에 대해 자사주와 현대증권 주식을 교환하는(1대 0.19 비율) 형식으로 현대증권 주식 100%를 확보했다. 당시 이 거래를 두고 현대증권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KB금융이 의도적으로 현대증권 주식을 저평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상당한 잡음이 일었다.

 

KB금융이 2016년 4월 현대상선으로부터 현대증권 지분 22.56%를 인수하는 데 쓴 비용은 1조2400억원이다. 6월말에는 현대증권 지분 7.06%를 인수하는 데 1100억원을 썼다. 하지만 KB금융이 같은 해 8월 현대증권 주식과 주식교환을 하면서 지분 70.39%를 교환하는 데 든 비용은 1조1200억원에 불과했다. KB금융지주와 현대증권의 교환 비율은 1대 0.19였다. 주당 가격으로 치면 4월 인수 당시 2만3183원에서 4개월 만에 6766원으로 70% 이상 저렴해진 셈이다. 당시 현대증권 주주들은 현대증권을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청구권 가격은 6637원에 불과했다. 때문에 당시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식교환 가격이 장부가를 하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되는 등 현대증권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KB손해보험 소액주주들이 3월17일 주주총회에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 KB손해보험 소액주주 가치수호모임 제공


현대증권의 주식 100%를 취득한 KB금융은 11월 KB투자증권과 합병을 결정했는데 양사 간 합의에 의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비율은 1대 1.34로 결정됐다. 주당 가격은 9100원이었다. 3개월 전 주식교환 당시 주당 가격(6766원)보다 30% 다시 뛰었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기회손실은 막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증권 인수 과정에서 KB금융이 소액주주에게 입힌 기회손실은 2조7335억원에 달했다. 연구소는 자사주를 매각한 현대증권 역시 674억원의 기회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식교환이나 합병 이후 KB금융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주주들도 이익을 얻게 됐다는 반론도 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적 대안을 내놓는 흐름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1월 합병 시 종가뿐만 아니라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의 가치를 반영해 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신주를 배정할 경우 2주 전까지 공시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주식교환 또는 포괄적 이전의 방법으로 다른 법인의 주식을 전부 보유하게 되는 경우 3개월 전에 지분 80% 이상을 확보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합병비율에 대한 입법, 주식교환에 대한 시행령 개정 등이 이뤄진다면 소액주주에 대한 재산권 보호가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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