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원 메이저 육성이 시급하다
  •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前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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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의 자원외교 이야기] 대형화・기술역량 강화・리스크 관리 등 글로벌 자원 메이저 성공 키워드

 

200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자원확보 경쟁이 심화됐다. 지난 10년간 (2006년~2015년) 자원가격 변동은 이전 10년 간 변동성보다 4배 이상 확대됐다. 자원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자원 수입국과 기업들의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 됐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 등 한국의 주요 경쟁국들도 자원 확보에 적극 나섰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2008년 이후 전 세계 자원기업 53개사를 인수했고, 최근 7년간(2009년~2015년) 자원기업 인수에 676억 달러를 투자했다. 일본기업이 2015년 인수합병한 상위 30곳 중 11곳이 자원기업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 4년간(2009년~2012년) 공격적 투자에 나섰지만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에 연속 패하고 말았다. 2009년 7월 중국 우한철강은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제치고 캐나다 블룸레이크 철광석 광산 지분을 인수했다. 당초 광물자원공사는 매장량 5억8000만 톤 규모의 광산 지분 인수를 목표로 끈질긴 협상을 벌였지만 캐나다 정부 등을 상대로 전방위로 로비를 펼친 중국에 밀려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그 해 2월 호주 로즈베리 광산 인수전과 5월 호주 10위 광산업체인 팬오스트사의 지분 인수전에서도 중국 업체와 맞붙어서 졌다. 로즈베리 광산 인수전 때 중국기업은 매물인 광산뿐만 아니라 광산을 소유한 기업을 통째로 사들였다. 팬오스트사 지분 인수전 때는 한국(5000만 달러)보다 3배 가까운 1억4200만 달러를 제시했다. 한국석유공사도 2009년 스위스 에너지 기업인 아닥스의 인수전에 뛰어 들었으나 중국의 석유기업 스노펙의 막강한 자금력에 손을 들고 말았다. 석유공사는 회사채까지 발행해 인수금액으로 69억 달러를 써냈지만 중국은 그보다 많은 72억 달러를 제시해 패했다. 2009년 한해 중국과의 자원전쟁에서 4전4패를 당했다.

 

ⓒ EPA연합

2009년 중국과의 자원전쟁 4전4패

 

지금도 세계 많은 국가가 자국 정부의 지원 아래 새로운 자원메이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5년 포춘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중 자원기업은 34개로 증가 했는데 모두가 신흥국 국영기업과 유럽계 자원기업이었다. 중국 국영석유(CNPC)는 2005년 46위에서 6위로 부상했고, 이탈리아 에너지기업인 ENI는 33위에서 21위로 올랐다.

 

자원메이저는 자원기업 가운데 자원개발 및 생산과 관련된 상류부문에 강한 경쟁력을 확보한 대형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 자원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따라서 자원메이저를 통해 신(新)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한국기업에게는 지금이 자원메이저로 부상하는 최적의 시점이다. 이미 2012년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 자원메이저’를 주제로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주된 내용은 ‘한국형 자원메이저의 육성이 시급하고 우리나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원산업은 한 번 뛰어들면 오랜 기간 참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대규모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탐사 단계의 리스크가 매우 크고, 외교 안보적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철강, 전자, 중화학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산업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자원개발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개발부터 가공, 판매까지 일관구조를 갖춘 글로벌 자원 전문기업이 필요하다.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에 생길 경우 자원 가격변동과 경기변화에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글로벌 자원 메이저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건인 일본 종합상사나 유럽의 후발형 메이저의 전략을 혼합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자원 메이저의 성공 키워드는 대형화, 기술역량 강화, 리스크 관 리등 3가지 전략이 마련 돼야 된다. 첫째 자원탐사, 개발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지역 거점을 확보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 우호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인력 및 기술 , 전략 등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현재의 자원 특성화 대학을 적극 활용해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자원개발 공기업에서 퇴직한 기술자를 인력 양성에 활용해야 한다. 셋째, 탐사・개발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실패로 생각지 말고 과감한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는 것이다. 즉 기업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기반으로 자신 있게 투자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IT,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우리의 주력산업의 피로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적 수익원으로서 자원개발사업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자원개발은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플랜트, 엔지니어링, 인프라 건설기술 등과 접목해 많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곧 출범할 새 정부가 이런 전 세계적 자원 전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해본다.

 

 

 

글쓴이 강천구 부회장은?

1986년 한국광물공사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광업 분야에 종사한 국내 최고 광업 전문가다. MB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상임이사)을 지냈고, 광업조정위원회 위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이사, 한국광업회 자문위원과 동양시멘트 사외이사, 현대제철 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올해 3월부터 기업M&A자문을 위해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언론에 에너지 자원관련 기고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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