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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들 먹는 모습만 봐도 다 안다

[김유진의 시사미식]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서민 코스프레’ 시장통과 국밥집

김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30(Sun) 11:05:18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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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에는 돈이 쏟아져 나온다. 후보당 대략 500억원씩 잡으면 2000억원 정도가 도는 셈이다. 물론 이 거금이 다 식당으로 흘러 들어오지는 않는다. 선거 ‘선수’들도 고용하고, 유세용 차량도 빌리고, 인쇄도 해야 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그리고 이들의 삼시세끼도 선거운동본부에서 지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단 첫 번째 수혜자는 짜장면·피자·치킨 같은 배달음식 전문점, 두 번째는 김밥·국수 등 분식점, 세 번째는 일 마치고 한잔 걸치는 삼겹살 전문점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감자탕이나 백반집 등이 득세를 하는 곳도 있다. 밥때가 되면 정말 아수라장이다. 대목을 놓치고 싶지 않은 업주들은 두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다. 배달이 많은 지역은 아예 홀 영업을 그만두기도 한다. 그 양이 어마어마한 까닭이다.

 

선거는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고 또 울게도 하는 법. 잘되는 사람이 있으면 정반대의 입장으로 추락하는 이들도 많다. 전국에 있는 오피스 타운이 그렇다. 주택가나 이면도로 쪽은 크게 상관이 없지만, 선거운동 사무소가 오피스가 밀집해 있는 곳에 있으면 식당 주인들은 아주 난감해진다. 자칫 꼼수를 부리다가는 고정고객이 유실손님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만 동동 구르며 뉴스에 등장하는 선거철 대박 식당들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볼 뿐이다.

 

선거 하면 떠오르는 식당들이 몇 곳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늘 ‘서민’만 찾는다. 서민 친화적이라는 이미지가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연구를 해 봐야 알겠으나, 거개의 후보가 일시적으로 서민 코스프레에 나선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시장통을 누비고, 국밥집 들르기를 빼놓지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머릿속에서 여러 명의 대통령과 매칭이 되는 시장통 식당들이 하나둘 떠오르리라 생각된다. 그중 국민들 뇌리에 가장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식당은 아마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TV 선거광고에 등장했던 바로 그 식당이 아닐까. 꽤 기획이 잘된 선거광고로 꼽히는 작품이다. 철저하게 신분을 세탁하는 데 도움을 줬고, 또 선거 이후에도 인지부조화 이론을 완벽하게 대입해 할머니의 식당을 방문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광주 월산시장의 식당과 서울 연남동의 기사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위쪽부터)

 

MB의 국밥집 선거광고, ‘성공작’ 꼽혀

 

“쓰잘데기 없이 싸움박질만 하고 지랄이여. 우린 힘들어 죽겠어”(국밥을 퍼주며), “밥 쳐먹었으니까 경제는 꼭 살려라 이놈아”. 욕쟁이 할머니로 알려진 강종순 할머니는 광고에서처럼 실제 국밥집을 운영하지는 않았다. 광고를 보고 찾아 나선 많은 이들이 낭패를 본 이유는, 이 할머니가 낙원동이 아닌 강남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미식가로 꼽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식객으로 유명하다. 국회 구내식당에서부터 한때 사대문 안에서 홍어가 제일 맛있기로 유명한 한정식집 ‘수정’, 을지로의 양대창 전문점 ‘양미옥’, 목포의 민어 전문점 ‘옥정’까지 선호했던 식당들의 스펙트럼도 아주 넓다. 국회 구내식당을 제외하고는 필자도 다 방문을 했던 곳이라 고개가 끄덕여진다. 쿰쿰한 김치 한 조각 깔고 반짝이는 기름이 두툼하게 붙은 고기 한 점 올리고 가장 위쪽으로 초고추장 듬뿍 친 홍어 한 점 올린다. 볼이 미어져라 욱여넣는다. 그로테스크한 풍미가 입안에서 폭발한다. 선거를 앞두고, 또 선거를 마치고 참모들과 찾았다는 ‘수정’의 홍어 이야기다. 문을 닫은 지 예닐곱 해가 지나 이제는 맛을 볼 수 없는 곳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만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집이다.

 

어디 이뿐이랴! 달달한 양념이 인상적인 ‘양미옥’의 특양구이와 대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좀 피곤하다 싶으면 찾는 곳인데, 가끔은 대통령이 앉던 자리를 물어 간접적으로나마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또 있다. 민어 전문점 ‘옥정’. 혀 위에 올려놓으면 스르르 녹고 마는 이 집의 민어 코스는 이후 여름 특집에서 자세히 다루어볼 작정이다.

 

이에 비해 최근 처지가 아주 답답하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골집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서민을 부르짖으며 시장통을 누볐다. 특히 대구 서문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빈번하게 드나든 곳으로 유명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간식을 파는 노점이나 국밥집 등에서도 음식에 거의 입을 대지 않았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거의 숟가락을 들고 있는 정도이거나 국물을 입술에 묻히는 수준이 전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칼국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삼계탕 사랑도 유명하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삼계탕 사랑은 ‘토속촌’이라는, 적당히 유명했던 식당을 일약 세계 최대 삼계탕 브랜드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번 선거에 나선 문재인 후보는 해초 전문점 ‘해우리’와 한정식집 ‘동해’에 자주 등장한다. 문 후보를 담당했던 서버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식사를 마친 자리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단다.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생각보다 먹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레이스에서는 친서민적이고 부드러운 학자의 이미지보다 강력한 한 방이 있는 ‘강철수’를 심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식사 정도가 그나마 드러나고 있다.

 

 

식욕, 일 욕심과 정비례한다는 말 있어

 

이에 비해 홍준표 후보는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없다. 기분 좋게 먹는다. 조찬이든 오찬이든 술자리든. 그래서인지 맛있게 먹은 표시가 난다. 입술이 발그스름하게 부어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는데 아마도 이런 먹성이 쓴소리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 유승민 후보는 중식당 ‘싱카이’와 일식집 ‘키사라’를 자주 애용한다고 한다. 산전수전 공중전에 이제 막 심리전에 접어든 유 후보는 음식을 먹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심상정 후보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민적, 아니 서민이다. 국회의원임을 의심케 할 만큼 편안한 식당에서 자주 모습을 보여준다. 여의도에서 빈번히 끼니를 해결하는 필자도 부대찌개집과 순대국밥집에서 몇 차례 마주쳤을 정도니 말이다.

 

식욕은 일에 대한 욕심과 정비례한다는 소리가 있다. 내가 먹는 게 나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민생을 챙긴다는 이유로 시장통을 누비지만 진정으로 민초들을 위하는지 아닌지는 먹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정 감사한지 그저 카메라 앞에서 감사한 척하는지 우리 모두는 다 안단 말이다. 그러니 생각을 바꾸고 태도와 습관을 바꾸고 삼시세끼 꼭 챙겨 드시고 근사하고 멋진 대통령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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