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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세상을 재단하지만, 소설은 세상과 공감한다”

국내 대표적 사회학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 장편소설 《강화도》 펴내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4(Thu) 15:19:00 | 14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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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리 밖으로 자주 외출해 소설과 밀회했다. 논리는 세상을 재단할 뿐 공감하려 하지 않았다. 세상은 감성의 바다에 떠다녔다. 민얼굴의 인간과 사회가 거기 있었다. 오래 미뤄뒀던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정치·경제·사회를 넘나드는 넓은 안목과 정교한 분석으로 국내외에 칼럼니스트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동안 사회학과 관련한 수많은 책과 논문을 저술했는데, 환갑을 넘어 장편소설 하나를 내놓았다. 바로 《강화도》다.

 

4년 전 송 교수는 조용필 19집 《Hello》에 수록된 《어느 날 귀로에서》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곧이어 그는 한국의 50대 인생 보고서인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를 펴냈다. 냉정하게 사회를 파헤치던 그가 감성으로 무장해 활동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밝히며 “나는 중도 우파 성향으로 봐야 할 것이다. 사안에 따라 좌도 될 수 있고 우도 될 수 있다. 지식인이라고 어느 편에 고정관념처럼 눌어붙어 있어서는 세상을 바람직하게 바꾸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설 《강화도》는 그런 ‘이념적 성향’으로 빚어낸 소설이라 할 만하다.

 

소설 《강화도》 펴낸 송호근 서울대 교수 ©  나남 제공


강화도는 19세기 조선의 격전지이자 20세기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곳이다. 양적(洋賊)이 밀려든 그곳에서 강화도 수호조규가 맺어졌고 그 후로 조선의 방향이 바뀌었다. 조규(條規) 체결 때 전권을 위임받고 협상대표로 나선 유장(儒將) 신헌. 그가 바라본 19세기 후반의 조선과 세계사 움직임을 송호근 교수가 주목한 것이다.

 

“신헌을 접한 것은 오래전 일이다. 그는 봉건과 근대가 겹치는 19세기 중후반을 살았던 무장이다. 그는 봉건과 근대 사이에 선 경계인이었다. 진영논리가 대치하는 21세기 한국에서 경계인의 자리는 좁다. 나는 과거와 미래, 내부와 외부를 끊임없이 진자운동하는 사회학자로 살았다. 그 경계선 위에 올라앉아 옛것과 새것, 민족과 세계, 시세와 처지를 관찰하는 문사를 자처했다.”

 

“진영논리 대치하는 사회에서 경계인의 자리 좁아”

 

송 교수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밀려오는 일본 함대를 몸 하나로 대적했던 신헌의 내면이 궁금했다. 그래서 밀려오는 왜양(倭洋)과 사대부의 척사(斥邪) 사이에서 고뇌했던 신헌이 쓴 《심행일기》를 파헤쳤다. 

 

“《심행일기》는 19세기의 《난중일기》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과 노량에서 수없이 몰려드는 왜선과 대적했다. 해류의 본능과 군졸의 공포를 읽지 못했다면 조선은 그곳에서 익사했을 것이다. 조정의 헷갈리는 기류에 휩쓸리지 않은 무장의 굳건한 심지가 조선인을 지금 여기의 한국인으로 살게 만든 역사의 방벽이다. 방벽을 무너뜨리려 1876년 정월, 일본 함대가 왔다. 단출했지만 신식 화기로 무장한 무적함대였다. 전함 9척, 보급선 3척에 1000명의 병력과 기마병, 대포와 회선포를 실었다. 사령관은 36세 나이의 구로다 기요타카(黑田淸隆). 판중추부사 신헌은 강화도로 나아갔다. 빈손이었다. 경병 1000명과 강화해협 포대가 숨을 죽이고 있었으나 막강함대의 화력에 비하면 빈손과 마찬가지였다.”

《심행일기》는 1876년 강화도 수호조규가 체결되기까지 한 달간 그 과정을 소상히 적은 기록이다. 송 교수는 지금 한국의 상황과 닮은꼴이 있다며 신헌에게서 배우려 강화도로 나아갔다. 

 

“강화도는 완충이었다. 반짝이는 한강물이 넘실거리며 흘러가 닿은 곳, 그리움의 퇴적이 강화도였다. 강물은 강화도를 육지에서 밀어냈다. 그 강물에 그리움을 실어 나도 떠내려갔다.  양적이, 왜적이 바다를 밀고 올라왔다. 그 역류는 천년의 고립을 끝내라는 제국의 명령이었다. 밀쳐내고 밀려드는 두 개의 힘이 맞부딪혀 와류가 만들어지는 섬, 나의 완충 강화도. 그리운 여인에게 갈 수 없는 완충에 나의 작은 십자가가 있는 것처럼. 함대와의 협상은 완충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그렇게 마감한다는 마지막 결재였다.”

송호근 지음  
나남 펴냄
296쪽
1만3800원


“1876년 강화도와 2017년 광화문 맞닿아”

 

송호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함대가 남중국해에서 맞붙고, 사드 배치로 한류가 쫓겨나고, 촛불과 태극기 물결이 광화문에서 대결하던 지난해 12월, 오랫동안 방치했던 문학의 세계로 잠시 이주했다. “논문으로는 도저히 화해시킬 수 없는 세상 현실을 언어의 바다에 절이고 싶은 욕망을 따라가고자 했다. 언어의 상상력은 때로 현실을 재구성한다. 40년 전 문학평론을 쓰던 대학 시절이 새삼스러웠다.”

 

송 교수는 강화도 열무당(閱武堂)에서 대좌했던 신헌과 구로다 기요타카에게서 돌고 도는 역사의 흐름을 알아챈다. “20세기 동아시아의 비극이 거기서 발원했고, 위안부 소녀상, 독도, 사드 배치와 같은 최근 쟁점의 본적이 거기 숨었다. 구로다와 대적하는 신헌은 서로 밀치는 두 개의 힘 사이에서 비장했는데 사대부와 유림은 명분을 놓고 각축했다. 2017년, 갈피를 못 잡는 정치권과 내부 싸움에 여념이 없는 한국 사회와 어딘가 닮지 않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얘기는 ‘오래된 미래’다. 안타까운 과거에서 발원하는 통한의 성찰을 진취적 사고로 갈아 끼우지 못한 채 반복의 덫에 빠져드는 누추한 미래, 그것이다.”

 

《강화도》는 그래서 지난 겨울의 광화문을 가리키고 있다고 할 것이다. 송 교수는 엄청난 사건을 겪은 시민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어느 편에 서서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모두가 성찰하기를 바랐다.

 

“누구나 다 마음에 상처를 갖고 있다. 그런데 누구는 승리감을 얘기한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건을 통해서 누구도 승리하지 않았다. 승리가 아니고 모두를 역사의 법정 앞에 세워 반성을 요구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 

New Book

 

가곡의 탄생  

이정식 지음│반딧불이 펴냄│387쪽│1만7000원

 


한국 가곡의 원류를 찾기 시작한 저자는 2011년 가곡 에세이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를 펴낸 후 두 번째 가곡 에세이를 내게 됐다. 그가 찾아낸 우리 가곡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수난사다. 노래뿐만 아니라 가곡의 시인, 작곡가들의 삶 또한 그렇다. 그렇기에 저자는 가곡의 역사를 더듬는다는 것은 20세기 초 일제에 빼앗겼던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또 꿈을 꾼다

안병훈 지음│기파랑 펴냄│612쪽│3만원

 

 


조선일보 편집국장·부사장을 지낸 저자는 이 회고록에서 “내가 조선일보와 함께한 38년7개월은 대한민국 역사와도 맞물려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우리 현대사의 비화가 많이 담겨 있다. 2007년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이유와 언론이 만든 이른바 ‘7인회’에 대한 오해를 해명해 눈길을 끈다.

 

 

절대영감 

김상경 지음│지은북스 펴냄│248쪽│1만4000원

 

 


‘유레카!’를 외칠 정도로 기발한 생각을 일상에서 빈번하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영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그런 능력을 ‘절대영감(Perfecspiration)’이라 명명했다. 절대영감은 노력으로 가능한 것일까? 저자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성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정여울 지음│아르테 펴냄│360쪽│1만6000원

 

 


가치관과 정체성이 사회적 시선에 의해 흔들리는 등 인생의 수많은 선택지 앞에 놓인 30대라는 시기를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까? 저자는 30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불안에 대해서는 위로와 응원을 건네면서도,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을 나이·관계·포기·선택·독립·이기심·후회·균형 등 20개의 키워드로 풀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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