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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이야기

김세형 매일경제 고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7(Sat) 16:00:00 |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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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아는가? 70만 명을 고용하는 월마트다. 그 뒤를 잇는 기업들은 GE·IBM 등일까? 틀렸다. 유명한 사모펀드(PE)들인 칼라일·KKR·블랙스톤 같은 금융서비스 업종이 대략 6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삼성전자 10만900명, 현대차 6만6934명, LG전자 3만8033명, 기아차 3만4228명, LG디스플레이 3만3001명 등 3만 명 넘는 기업은 달랑 5개다. 10대 그룹, 30대 그룹 같은 이른바 좋은 일자리 기업들의 고용인원은 매년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하여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서고, 체감으론 22%나 된다. 독일·일본은 청년실업률이 4~5%밖에 안 되고, 그리스·스페인은 50%가 넘는다. 프랑스는 청년실업률이 25%인데, 15년 전만 해도 독일과 1인당 GDP, 실업률이 같았다. 그러던 프랑스가 이젠 독일과 게임이 안 된다. 분노에 찬 프랑스 유권자들은 39세짜리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한국으로 치면 기획재정부 과장 정도의 나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심의 바다는 기존 간판정당을 모두 뒤엎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한국이 10년 만에 보수 정권이 진보 세력에게 권력을 내준 까닭은 표면적으론 ‘박근혜 탄핵’이지만, 양극화·불평등 같은 인간 본연의 고통이 더 큰 역할을 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물은 여론조사는 예외 없이 청년실업·경제 활성화를 맨 위 순위에 놨다. 아비를 죽인 살인범은 용서해도 재산을 훔쳐간 강도는 지옥 끝까지 쫓아가는 게 인간 심리란 에드먼드 버크의 철학은 역사상 진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이런 이치에서 일자리위원회를 1호 정책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130만 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냈다. 위원장을 대통령 본인이 맡았다. 또 인천공항공사를 찾아가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일자리를 정부가 직접 만들기는 어려운 법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 미국 소매업의 붕괴를 특집기사로 냈다. 전통적인 3대 백화점인 페니(Penney)·메이시(Macy)·시어스(Sears)가 죽어간다는 것이다. 소매용품은 아마존(Amazon) 같은 온라인을 이용하기 때문에 작년에 4000개 정도 소매점들이 문을 닫았다. 수년간 소매업 종사자 가운데 16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만 5만 명이 쫓겨났다. 세상의 변화에 끊임없이 일자리와 산업은 부침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위원회도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긴 어려울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천공항공사의 일을 전원 자동화로 만들 수도 있다. 중국·일본 공항은 로봇이 일하는데, 인천공항만 사람에게 높은 임금을 주면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10년 만에 보수 진영에서 진보 진영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진보 진영 논리의 이론가였던 조국 민정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등이 정책의 손잡이를 잡으니 세상은 완전히 바뀐 느낌이다. 슘페터가 지적했듯 경제의 부는 창조의 대가이며, 그것은 독점의 이익을 보장한다. 그리하여 그런 기업이 많은 실리콘밸리 같은 곳만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 공무원만 잔뜩 늘려 나눠먹기식 정책을 폈던 그리스 등 라틴국가들은 결국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이야기의 전개가 퍽 궁금하다. ​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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