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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코미디 천시’의 시대

《웃찾사》 전격 폐지 사태로 본 코미디 프로그램의 위기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0(Sat) 10:30:00 |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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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뽀식이’ 이용식이 SBS 방송사 앞에서 ‘웃기던 개그맨들이 울고 있네요. 한 번 더 기회를. 최초의 공채 1기 선배’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 화제가 됐다.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엄용수 회장도 SBS를 방문하는 등 행동에 나섰고, 많은 코미디언들이 이에 동조하는 발언을 내놨다.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의 갑작스러운 종영 때문이다.

 

5월31일 방송이 마지막이었다. 출연자들이 관련 보도 일주일 전에야 소식을 들었을 정도로 전격적인 종영이다. 폐지 논란이 일자 SBS 측에서는 “폐지가 아니라 시즌제 준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은 시즌2에 관한 논의 자체가 없고, 대학로에 있는 웃찾사 소극장도 함께 문을 닫기 때문에 사실상 폐지라고 주장한다.

 

 

웃음의 중심이 코미디에서 예능으로 이동

 

SBS는 지난해 4월에 16기 공채 개그맨을 뽑았다. 61대 1의 경쟁률이었다. 그렇게 들어온 16기 개그맨들의 2년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이다. 남은 계약기간 동안 개그맨들이 묶여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SBS는 계약 해지 등 원하는 조치를 취해 주겠다고 했다. 계약에서 풀려난다고 해도 결국 실업자 신세가 된다. 몇 년간의 준비 끝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방송사에 들어가, 한 달에 이틀 쉬면서 코미디에 매진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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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웃찾사》는 KBS 《개그콘서트》와 더불어 한국 코미디의 양대 산맥이었다. ‘미친소’ ‘화상고’ ‘행님아’ ‘나몰라 패밀리’ ‘그런거야’ 등 수많은 인기 코너들을 배출하며 2000년대 중반엔 시청률 20%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시청률이 저조해지자 SBS는 2010년에 《웃찾사》를 폐지했다. 2011년에 tvN 《코미디빅리그》가 시작되고 좋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에서 2013년에 《웃찾사》는 부활한다. 하지만 부진이 이어졌고, 최근 재도약을 선언했지만 시청률 2%대로 동시간대 꼴찌 수준이었다. 방송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되는 환경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안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개그맨들은 방송사가 방영 시간을 수시로 바꾼 것이 패착이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웃찾사》가 방영된 13년여 동안 시간대가 16번이나 바뀌었다. 한 개그맨은 이를 두고 “맛집도 16번 이사를 가면 단골손님은 발길을 돌린다. ‘○요일=《웃찾사》하는 날’이라는 공식을 마련해야 하는데, 철새처럼 이사를 다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기 드라마 작가가 《웃찾사》 시간을 달라고 하면 바로 편성이 바뀌었다는 주장도 있다. 《웃찾사》와 같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면 국민의 웃음은 누가 책임지느냐는 항변도 나온다. 그런데 만약 방송사가 고정된 시간대를 유지해 주면 《웃찾사》가 국민의 웃음을 책임질 수 있을까? 그렇지가 않아 보인다는 게 문제다. 《웃찾사》만이 아니라 《개그콘서트》도 최근 약세다.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가 국민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스포츠맨 출신, 연예인의 부모, 연예인의 자식 등이 국민의 웃음을 책임져준다. 가수와 배우도 ‘큰 웃음 빅 재미’를 준다. 웃음의 중심이 코미디에서 예능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00년대 초에 버라이어티 예능이 득세할 때부터 비(非)코미디계 연예인들의 활약이 커지기 시작했다. 리얼버라이어티 시대에 이런 경향이 더욱 강화됐다.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 등이 국민 예능 대회전을 벌일 당시 고정 멤버와 특별 출연자 중에 코미디언의 비중은 극히 미미했다. ‘떼토크’라 불리는 집단 토크쇼에선 아예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까지 영역을 넓혔다. 리얼리티 시대에 코미디언의 설 자리가 더욱 줄었다. 김구라는 종종 리얼리티 대세의 중심인 나영석 PD를 가리켜 ‘이제 우리랑 노는 분이 아니야’라고 섭섭함을 토로한다. 이서진·차승원 등 배우들과 예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운동선수 출신이나 연예인의 가족들이 대거 예능계에 진출했다.

 

 

코미디언들 천대당하는 풍토 여전

 

이제 대중은 순간적인 재치나 자연스러운 리얼함을 원한다. 코미디언들이 짜내는 콩트는 이런 것과는 거리가 있다. 대중의 시청 행태도 수동적으로 바뀌었다.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편안하게 화면을 보면서 주어지는 자극을 받으려고만 하는 것이다. 콩트는 각 코너가 시작될 때마다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능보다 적극적으로 시청해야 한다. 시청자 입장에선 피곤하다. 이런 배경에서 대중은 코미디로부터 멀어졌다. 방송사 입장에선 코미디언들을 일 년 내내 관리하며 힘들게 콩트를 만들어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코미디만의 수준 높은 장점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도 문제다. 권력은 코미디를 저질이라고 폄하하면서도 막상 코미디가 수준 높은 풍자를 하면 철퇴를 가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코미디는 신체 비하나 유행어, 몸개그 중심으로 정형화됐다. 코미디에서 ‘지성’이 거세된 것이다. 방송 특유의 제약도 있다.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웃음이 케이블TV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데, 지상파는 거기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스타 개그맨들이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도 코미디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과거 코미디언이 천시됐던 시절이 있었다. 배삼룡·이주일 등은 국민적 인기를 누렸지만 저질이라며 천대당했다. 요즘은 그렇지는 않지만 또 다른 형태로 코미디언들이 천대당한다. 예능 MC들은 마치 심사관 같은 태도로 개그맨을 대하고, 개그맨들은 쩔쩔맨다. 코미디를 하층 계급으로 보는 것이다. 최근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서도 선배 개그맨들이 특별 출연 예능인들에게 밀려나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선 스타 개그맨들의 이탈과 코미디의 부실화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 지상파에선 《개그콘서트》 하나만 전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남았다. 이렇게 코미디가 사라져가도 되는 것일까? 코미디는 기본 종목이다. 운동으로 치면 육상 종목 중 하나와 비슷하다. 아무리 구기종목이 인기를 끌어도 육상을 폐지하지는 않는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단련된 사람이 결국 유재석·강호동·김구라·신동엽·김용만·김국진 같은 스타 MC로 성장한다. 코미디가 지금 당장 시청률이란 과실을 가져다주진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가요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낮기는 마찬가지지만 명맥을 유지한다. 그것 역시 기본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주일에 코미디 프로그램 한 편 정도는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미디언들이 신분상의 불안에서 벗어나 권력의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때 한국 코미디의 고급화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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