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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의 손자까지 인사청문회 출석해야

美 의회 청문회 막강 파워…“보좌진 일의 거의 전부가 청문회 일”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0(Sat) 09:30:00 |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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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에서 시작되고 청문회에서 끝난다.”

 

미국 워싱턴 정가(政街)에서 늘 회자되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현재 탄핵 위기까지 몰아넣은 사건도 사실은 청문회에서 시작됐다. 미 의회는 수시로 행정부의 장관이나 관료들을 청문회장으로 불러 견제와 감독을 시작한다. 바로 대통령 권력에 대한 감시인 것이다.

 

그런데 이 청문회는 행정부 내에서 세력 다툼의 장이 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해임된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먼저 트럼프를 향해 칼을 들이댄 것도 청문회장이었다. 3월20일 코미 당시 FBI 국장은 미 의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폭탄선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의 선거사무실을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오바마 측의 도청 의혹에 관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로 만들었다.

 

코미 전 국장은 더 나아가 “러시아가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내통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나마 40%대를 유지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하며 위기의 서막이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9일 코미 FBI 국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졌다. 각종 언론 매체들이 러시아 내통설에 대한 의혹을 쏟아내며 트럼프를 궁지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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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사무실엔 청문회 자료가 ‘산더미’

 

여기서 또 힘을 발휘하는 것이 미 의회의 청문회 시스템이다. 의혹의 당사자가 줄줄이 청문회 소환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는 미 의회 청문회장에 쏠렸다. 코미 전 국장이 향후 소환될 청문회장에서 무슨 말을 하느냐에 온 세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또 다른 의혹의 당사자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른바 ‘묵비권’ 행사 권리를 명시한 수정헌법 5조를 근거로 의회의 청문회 소환에 불응하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플린도 청문회에 자료 제출을 약속하는 등 한발 물러섰다. 미 의회 청문회 소환에 불응하는 자체가 더 의혹을 확산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 의회에서 상시 청문회 제도는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공격하는 미 주류 언론들을 ‘가짜(fake) 뉴스’라고 몰아치면서도 의회 청문회 제도에 대해선 한마디도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고위직 관료들의 인준과 관련한 인사청문회의 힘은 더욱 막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 당선되고 3개월이 넘는 정권 인수위원회 기간을 가졌지만, 행정부 관료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취임 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현실이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거의 끝났지만, 1200여 개에 이르는 각 부처 부(副)장관, 차관, 차관보 등에 대한 의회의 인사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 등 관련 인사들은 아직도 공석이다.

 

미 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집요하게 질문 공세를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1월11일,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장에서 열린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이 무려 9시간 넘게 틸러슨을 몰아세웠다. 과거 러시아와 친분이 있는 틸러슨이 새 외교 사령탑으로 자질이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공화당의 유력한 차세대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당 지도부의 협조 요청도 무시한 채 집요하게 틸러슨을 물고 늘어졌다.

 

미 의회 청문회의 힘은 당일 청문회 개최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다. 의원들은 사전에 수많은 자료를 요구한다. 자료가 부족하면 의원들은 언제든지 추가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개인 신상에 관해선 인선 과정에서 행정부에 의해 1차적으로 검증을 통해 걸러지지만, 다시 청문회에서 추가로 모든 관련 자료가 제출돼 세세한 항목까지 혹독한 재평가를 받는 것이다. 미 의회 보좌진들이 하는 일의 거의 전부가 청문회 관련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회 의원들의 사무실에는 청문회 관련 자료가 늘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청문회가 개최되기 전에 이미 의원 보좌진들이 검증에 나서는 것이다. 후보자가 추가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했다가는 청문회장에서 호되게 당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요구하는 세세한 항목의 자료까지 모두 제출해야 한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 의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부인과 자녀, 때로는 손자까지 참석하는 것이 거의 관례가 돼 있다. 청문회 현장에서는 주로 정책적인 질문이 집중되지만, 개인 자질과 인성에 관해 모든 것을 검증하는 자리가 청문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문회가 견제와 균형의 유력한 도구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관한 의혹이 확산하고 특별검사를 임명하라는 여론이 비등하자, 온통 시선은 로드 로즌스타인 미 법무부 부장관에게 쏠렸다. 특별검사 임명 권한은 미국 법무부 장관이 가지고 있지만, 트럼프 캠프 출신인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지난 대선 기간 러시아 인사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본인 스스로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사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특검 임명을 미적거리자, 의회는 다시 청문회 소환을 검토했다. 결국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5월17일 특별검사를 전격적으로 임명했다. 행정부 산하 기관이기도 한 FBI가 실제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게끔 만드는 것도 어찌 보면 청문회의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의회가 청문회 제도를 이용해 행정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셈이다. 미 의회 안팎에 과도한 청문회 제도로 인한 행정부의 업무 마비 등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막강한 권한을 지닌 행정부를 의회가 제대로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 압도적인 국민 여론이다.

 

미국도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지만, 이렇게 의회와 사법부의 이른바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이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이민 정책이나 공약 사항이 줄줄이 의회나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막무가내식 청문회 개최로 인해 행정부의 정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문회가 견제와 균형의 유력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입법부와 사법부의 각종 제동에 볼멘소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DNI)을 역임한 제임스 클래퍼 전 국장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국가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목을 더 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가능하게 하는 청문회의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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