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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에 즈음해서

[시론]

김세형 매일경제 고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30(Fri) 17:00:00 | 14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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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6월20일 애플의 팀 쿡, 구글의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 기라성 같은 기업인들과 대통령 당선 후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와 보니 정부의 운영방식이 기업에 비하면 10~20년 낙후돼, 기업인들에게 정부 운용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묻고 그걸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달라”고 부탁했다. 이 자리에 엘론 머스크(테슬라 창업자) 등 몇 명은 안 왔는데, 그 이유는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무식한(?) 대통령과 더 이상 말상대를 안 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분위기가 자유로운 나라다.

 

그로부터 이틀 후 한국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에 나서라. 민간기업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공기업·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니 이행하겠지만 민간기업은 어떻게 할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토론도 좀 했으면 좋겠다.

 

에릭 슈미트가 쓴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와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등을 보면, 그들이 인재 채용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국내 삼성·현대차·LG그룹도 미국 전역을 돌며 한국의 우수 두뇌 모시기가 연례행사다. 아무튼 문재인 정부는 공공분야에 대해선 마음껏 실험을 시작했다. 공기업 성과연봉제 폐지, 공공분야 81만 명 채용에 이어 드디어 블라인드 채용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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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블라인드 채용으로 좁혀보자. 취지는 지방대 출신이나 여성 등 약자(?)에게 기회의 문을 넓히자는 보호심리가 가미된 것 같다. 블라인드를 시작한다면 어떤 변화가 올까. 문 대통령도 간판이 아닌 실력으로 겨루기를 하자고 한 만큼 기준을 만들 터다. 토익 점수, 학점, 전공, 이런 기초적인 것으로 일단 서류에서 거를 수밖에 없다. 대개 채용인원의 4~5배수쯤 필기시험을 치른다. 거기서 1.5~2배쯤 압축해 면접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어떤 회사라도 여성 90%, 남성 10% 그렇게는 안 한다. 철학과·심리학과 출신만을 뽑을 수도 없다. 결국 다양성과 차이가 조직을 발전시킨다.

 

블라인드를 한다 해도 ‘당락의 결과’를 만드는 장치는 필수다. 그게 뭘까. 필기시험과 면접이다. 대학은 필기·면접을 위한 각축장이 될 것이고, 수험자들은 전문학원으로 또 몰려들 것이다. 세계적으로 공무원·공기업 시험에 목을 매는 학생 수가 많은 나라치고 잘되는 국가가 없다. 이스라엘이 그렇고 중국이 그렇다.

 

새 정부는 불평등과 차별 폐지에 정성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상적인 모습을 그린 게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다. 그곳 백성들은 하루 6시간 일하고, 모두 월급·의복·주택이 같다. 개인 소유는 없다. 예절 바른 종교생활을 하며, 1516년에 쓴 소설이지만 안락사까지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모어는 그 소설을 ‘지상에 없는 나라’라고 이름 붙였다. 왜 그랬을까. 인간사회는 차이가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인구 100명당 기업 수가 선진국보다 적고, 특히 종업원 500명 이상의 기업에 취직된 숫자 비율이 미국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싹트고 있다. 블라인드도 좋지만, 우선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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