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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이 빚은 명품 커피의 허상

[구대회의 커피유감] 루왁·위즐 커피 위해 사향고양이·족제비 등 동물 학대 논란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6(Sun) 15:00: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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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리스트》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시한부 인생의 백만장자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은 카터 챔버스(모건 프리먼) 앞에서 금장으로 고급스럽게 장식한 커피 도구를 꺼내 커피 한 잔을 추출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잔을 들고 감성에 젖어 그가 던지는 대사는 “Kopi luwak, The rarest coffee in the world”(루왁 커피,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것이지)이다. 카터가 그게 무슨 커피냐고 물으니, 에드워드는 사향고양이(Common Palm Civet) 똥으로 만든 커피라고 답한다. 그때 카터의 똥 씹은 듯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필자 역시 ‘코피 루왁’을 알기 전에 영화를 봤던 터라 그 커피가 궁금했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 끝에 위치한 이젠(Ijen) 커피농장에서 코피 루왁의 참담한 뒷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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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체리 먹은 사향고양이 배설물 채집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 남짓 되는 철창 안에는 사향고양이 ‘루왁’이 사육되고 있었다. 아라비카 커피농장의 부속시설인 코피 루왁 농장에만 100여 마리의 사향고양이가 오로지 커피 생산을 위해 갇혀 있었다. 코피 루왁은 인니어로 커피(Kopi)와 사향고양이(Luwak)의 합성어다. 철창 안에 갇힌 사향고양이는 커피 시즌에는 커피체리를 공급받고, 비시즌에는 고양이 사료가 제공되었다. 순간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철창에 갇혀 군만두만 먹을 수밖에 없었던 오대수(최민식)가 떠올랐다. 사향고양이 가운데는 눈이 하나 없는 것도 있었고, 몸에 깊은 상처가 나거나 피부병이 심하게 나 있는 것들도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들 몸에 난 상처는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때문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항생제가 섞인 사료가 제공될 수밖에 없고, 그들이 배설한 커피 덩어리에는 소량이라도 그 성분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배설물을 보니 대부분 덩어리지지 못하고 설사를 한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채집되는 야생 코피 루왁은 약 1000kg쯤 된다. 500kg 정도가 인도네시아에서 모아진 것이고, 나머지는 기타 여러 나라에서 난 것이다. 수량이 턱없이 적은 이유는 고양이의 특성상 배설을 숲속 깊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향고양이 배설물을 채집하는 것 자체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야생에서 채집된 코피 루왁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맛 때문이 아니라 영화에서 언급했듯이 그 희소성 때문이다. 항간에는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체리만을 골라 먹기 때문에 커피가 맛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굳이 고양이 배 속을 거쳐간 것이 아니라 잘 익은 커피체리를 따면 해결되는 문제다. 야생 코피 루왁은 100g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자들의 수요가 많다 보니 순수 야생은 아니지만, 동물원에서 보는 것과 같은 거대한 철창을 만든 후 그 안에서 사향고양이를 사육해 배설물을 채집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필자가 맛본 것은 100% 야생에서 채집된 것은 아니고, 반(半)야생 상태의 것이었다. 누구는 초콜릿 향이 난다고 하며, 사향고양이의 위(胃)와 장(腸)을 거치는 과정에서 발효되어 독특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향미인 것만은 분명한데, 그렇다고 특별히 맛있다거나 향기롭지는 않았다. 다른 커피와 섞어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이 커피를 맞힐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게 다른 커피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치 물리학자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에 나오는 와인 라벨 실험과 같은 것이 아닐까? 피실험자들은 같은 와인인데도 값비싼 라벨을 붙인 와인이 더 맛있다고 느낀다. 값비싸고 희귀한 코피 루왁이니까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이지, 이게 정말 차별화된 맛과 향을 지녔기에 선택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코피 루왁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위즐 커피(Weasel Coffee)가 있다. 바로 족제비 커피다. 이 역시 족제비가 커피체리를 먹고 배설한 것으로 만든다. 커피농장 인근에 서식하는 족제비가 먹을 것이 없었는지 쥐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지 않고 커피체리를 먹는 바람에 그의 얄궂은 인생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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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소비자의 의식전환이 중요

 

베트남 달랏(Dalat)에 위치한 커피농장을 방문하고 오는 길에 간판을 보고 들어간 카페에서는 위즐 원두를 판매 중이었다. 믿고 사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지 닭장만 한 우리 안에는 족제비가 있었고, 철창 바닥은 족제비의 배설물이 통과되도록 듬성듬성 철제 막대로 막아놨다. 족제비는 커피체리만을 먹었는지 단단하게 굳은 배설물에는 온통 소화되지 않은 생두뿐이었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아무 죄도 없이 철창 안에 유폐된 족제비를 바라보자니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위즐 커피 맛이 궁금해 다른 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주문했다. 예상대로 이게 뭐라고 마시나 싶을 정도로 그저 그런 커피 맛이었다. 차라리 연유를 듬뿍 넣은 베트남 특유의 핀드립 커피를 마시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 위즐 커피라 해도 강하게 볶으면 탄 맛이 강해 그 특유의 맛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 생두를 구해 로스팅을 해 볼까 싶었지만, 족제비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그만두고 말았다.

 

베트남에는 위즐 커피뿐 아니라 다람쥐 똥으로 만든 콘삭 커피도 있고, 예멘에는 원숭이 똥으로 만든 커피도 있다고 한다. 태국과 인도에서는 코끼리에게 생두를 먹여 만든 코끼리 똥 커피인 아이보리 커피도 있다고 하니, 세상이 온통 똥 커피 천지다. 이러다가는 개똥 커피라고 나오지 말란 법도 없겠다.

 

닭장의 닭고기는 먹으면서 왜 코피 루왁이나 위즐 커피를 문제 삼느냐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한 피하기 어려운 현실과 굳이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의 차이인 것이다. 둘 간에는 거위를 먹는 것과 푸아그라를 소비하는 것의 차이만큼이나 큰 간극이 존재한다. 결국 코피 루왁이나 위즐 커피 등은 ‘동물의 피로 만든 커피’라는 인식에까지 다다른다. 공정무역커피 소비도 좋지만, 그에 앞서 루왁·위즐 커피 등의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결국 소비가 생산을 유발하기 때문에 커피 소비자의 의식전환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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