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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공정위 ‘재벌 개혁’ 첫 타깃 될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강화될 경우 현대글로비스 ‘표적’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8(Tue) 14:30:00 |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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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대표 물류기업으로 성장한 현대글로비스. 지난 2001년 정몽구 회장이 10억원,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이 15억원을 출자해 설립된 현대글로비스는 15년이 지난 시점에 한 해 매출액이 12조~13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갑자기 충북지역에 위치한 석회석 운송사업에 개입하게 됐다. 지역 물류업체들이 담당했던 운송계약에 끼어들어 이른바 ‘통행세’ 의혹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규모로 봤을 때, 덤프트럭 한 대당 약 1만5000원 수준의 수수료를 챙기려고 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현대글로비스는 왜 시골 마을에 위치한 광산 물류에 관여하게 됐을까.

 

실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침에서 찾을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뒤 “대기업의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를 제대로 감시하겠다”고 밝힌 직후 현대글로비스가 첫 타깃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총수 일가 지분과 내부거래 비중 모두 높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내 운송 물량을 대부분 담당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과도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비계열사 매출을 높일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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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칼날 앞에 선 현대글로비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특정 재벌을 찍어 몰아치기식으로 개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 위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수차례 강조했다.

 

대기업의 불법·탈법 행위 가운데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일감몰아주기로 불리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 일가에게 회사의 부(富)가 부당하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해 왔다. 김 위원장은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로 시장에 어떤 폐해를 줬는지 파악한 후 조치하겠다”며 “일감몰아주기 관련 제도 전반을 개선하고 기업집단국을 신설, 대기업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를 제대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45개 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내부거래 분석 과정에서 법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선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타깃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현대글로비스를 첫 타깃으로 꼽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내 물류사업을 주력으로 담당하는 기업이다. 2016년 매출액 12조2505억원을 올린 대기업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급속한 성장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2011~12년 당시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80%를 넘었다. 이후 조금씩 낮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66.9%에 달했다.

 

그동안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 요건을 상장회사는 30%, 비상장회사는 20%로 정했다. 그러자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13.5%를 팔았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도 8%가량 처분해 두 회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을 29.9%로 낮췄다. 규제를 간신히 피해 간 셈이다.

 

정부가 바뀐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로 시장에 어떤 폐해를 줬는지 파악한 후 조치하겠다”고 강조하면서 현대차그룹을 겨냥했다. 때마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꼬집으며, 관련 기업으로 현대글로비스를 지목했다.

 

공정위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에 칼을 꺼내든 것은 지난 3월의 일이다. 자산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45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섰다. 각 기업들은 4월에 공정위가 규정한 점검표에 따라 거래 내역 등을 확인해 제출했다. 사익 편취 점검 대상 기업은 총 225개사다. 삼성그룹에선 삼성물산 등 3개사가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엠코, 이노션 등 12개사가 점검 대상에 들어갔다. GS그룹은 21곳, 롯데그룹은 7곳, 한화그룹은 6곳, SK그룹은 3곳의 계열사가 포함됐다.

 

 

김상조가 이끄는 공정위는 다를까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를 점검하는 것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각 거래별로 점검 항목을 세분화했다.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졌다. 특히 대기업의 ‘통행세’ 수취 행위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에 직거래를 하다가 계열사를 끼워넣어서 계열사(총수 일가)에 이익을 주기 위한 행위다. 2015년 조사 때에는 없던 항목이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등에 대한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여당도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분 20% 이상으로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현대글로비스와 같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수 일가 지분을 30% 아래로 낮춘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와 여당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나선 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상속 및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이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해당 계열사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역대 정부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했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는 오히려 늘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위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91개 계열사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 총액이 7조9183억원으로 2014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규제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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