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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 기적’ 주역들에게 표창 대신 몽둥이질하는 中 공산당

쑨정차이 충칭시 당서기 실각으로 촉발된 권력투쟁 서막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6(Sun) 17:31:00 |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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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중국 충칭(重慶)시 주민들의 눈과 귀는 신문과 TV로 쏠렸다. 차세대 최고지도자 중 하나로 손꼽히던 쑨정차이(孫政才·53) 충칭시 당서기가 전격 실각됐기 때문이다. 7월25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 논평을 통해 “쑨에 대한 조사는 엄중한 기율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충칭 시민들 중에는 이런 인민일보 입장을 그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장성리(64)는 “지난해 말에는 시장이, 이번에는 당서기가 경질됐다”면서 “충칭의 지도자들이 왜 이런 곤욕을 치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12월30일엔 황치판(黃奇帆) 전 충칭시장이 한직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으로 좌천됐다. 황 전 시장은 지난 수년간 충칭을 중국 31개 성·직할시·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로 이끌었던 주역이다. 충칭의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보다 70% 이상 증가했지만, 어느 지역보다 부동산과 물가가 안정됐다.

 

이런 ‘충칭 기적’의 주역들에게 표창은커녕 몽둥이질하는 공산당의 결정에 대한 충칭 시민들의 반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은행원인 량차오(가명)는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충칭시 서기를 역임했지만 재임기간이 반년여에 불과해 대부분 시민들은 그가 거쳐갔던 사실조차 모른다”고 지적했다. 쑨 전 서기를 낙마시킨 이유로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과정에서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잔존세력을 청산하지 못했다고 밝혔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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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前 충칭시 서기 잔존세력 청산

 

확실히 충칭에는 보 전 서기를 그리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그의 재직 시 중소형 아파트와 임대아파트(公租房)를 대거 건설해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 전 서기가 강력히 추진했던 조직폭력배와 섹스산업 소탕은 지금도 호평받고 있다. 장이(여)는 “보 전 서기가 곳곳에 설치했던 노면 파출소 덕분에 충칭은 중국에서 가장 치안이 안전하고 민생업무 처리가 손쉬운 도시로 거듭났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런 향수는 일부 시민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실제로 현재 충칭에는 임대아파트 외에 보 전 서기가 남긴 정책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보 전 서기를 그리워하는 시민들조차 공식석상에선 보시라이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산당은 무슨 속내로 쑨정차이를 끌어내렸을까. 엄중한 기율 위반에 대한 해외 언론의 시각은 좀 다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는 쑨의 부인 후잉(胡穎)에 주목했다. 후잉은 사치를 즐겼는데, 여기에 민성(民生)은행이 후원했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에선 민영기업이 고관 부인들에게 허울 좋은 감투를 주고 고액 급여를 지급하는 게 비일비재했다. 민성은행은 숙청당한 링지화(令計劃) 전 공산당 통일전선부장의 부인 구리핑(谷麗萍)과 함께 후잉을 ‘사모님 클럽’ 멤버로 적극 관리했다. 여기에 쑨이 둥원뱌오(董文標) 민성은행 전 회장과 각별했고 고급시계 수집광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쑨의 실각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4월 일부 중국 언론은 “은행감독위원회가 사모님 클럽을 벼르고 있다”며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이와 전혀 다른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쑨정차이는 1963년생으로 2012년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에서 중앙 정치국원으로 선출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정치국원에 선출된 ‘류링허우(60後·1960년대 출생자)’는 쑨과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 두 명뿐이었다. 후 서기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직계 후계자다. 이에 반해 쑨은 농업대학을 나와 농림기관과 베이징에서 성장해 2006년 농업부 장관에 오른 ‘농업통’이다.

 

2009년부터 지린(吉林)성 서기로 재직하던 쑨은 표면상 후 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천거했다. 하지만 실제론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밀었다. 쑨은 장 전 주석과는 베이징농림과학원 부원장 시절 여동생인 장쩌후이(江澤慧) 임업과학원 원장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쩡 전 부주석과는 베이징시 비서장 때 안면을 텄다. 이 때문에 쑨은 ‘상하이방(上海幇·장 전 주석과 쩡 전 부주석이 상하이에서 일하며 형성한 파벌)이 아닌 상하이방’으로 손꼽혔다.

 

 

19차 전당대회 앞두고 달아오르는 권력투쟁

 

따라서 쑨의 낙마는 차기 최고지도부에 장 전 주석 파벌의 진입을 막기 위한 시진핑 주석과 후 전 주석의 합작품이라는 설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즉, 오는 가을 19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을 일소하고, 권부 3대 파벌 중 하나였던 상하이방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최고 권부엔 장더장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장가오리(張高麗) 상무위원 등 장 전 주석의 후계자들이 건재하다.

 

하지만 이들은 19차 전당대회에서 67세 이하는 유임하고 68살이 넘으면 퇴진하는(七上八下) 관례에 따라 퇴진해야 한다. 시 주석은 2년 전부터 왕민(王珉) 전 랴오닝(遼寧)성 서기, 양웨이쩌(楊衛澤) 전 난징(南京)시 서기, 추허(仇和) 전 윈난(雲南)성 부서기 등 상하이방과 장 전 주석의 고향 후배인 장쑤방(江蘇幇)을 꾸준히 퇴출시켰다. 황치판 전 시장도 2001년 충칭시 부시장으로 영전하기 전까지 줄곧 상하이에서 공직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태자당(太子黨)과 후 전 주석 및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끄는 공청단파가 권력을 나눌 가능성은 작다. 시 주석의 권력독점은 태자당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유임 여부에 달려 있다. 왕 서기는 한때 실각설이 나돌았다. 미국에 망명한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이 “왕 서기의 부인 야오밍산(姚明珊)이 조카를 통해 하이난(海南)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해 미국에 호화주택과 부동산을 사놓았다”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5월13일 이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가, 7월4일 구이저우(貴州)성 기율위 회의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현재로선 왕 서기만 ‘칠상팔하’ 관례에서 벗어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될 전망이 지배적이다. 쑨정차이의 후임으로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성 서기가 임명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서기로 재직할 때 선전부장을 지냈다. 당시 시 주석은 매주 저장일보에 ‘즈장신위(之江新語)’라는 칼럼을 썼는데, 그 초고를 천 서기가 썼다. 따라서 쑨의 실각과 천의 부상은 19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달아오르는 권력투쟁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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