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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김지현 프로 “기회 왔을 때 많이 우승하고 싶다”

[이영미의 生生토크] 올해 연거푸 3승 거두며 KLPGA 대세로 떠오른 김지현 프로골퍼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6(Sun) 09:00:00 |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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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23)에다 박성현(24)마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향했을 때, 한국 골프 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선 전인지와 박성현의 실력과 인기를 능가할 만한 뚜렷한 스타플레이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전히 기우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나타난 것이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김지현(26·한화)은 1부와 2부 투어를 오가며 무승의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우승 문턱까지 올라갔다가 뒷심 부족으로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던 아픔도 있다. 그런 그가 4월30일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고, 6주 후인 6월11일 S-오일 챔피언십에서 2승을 거뒀다. 7일 뒤에는 KLPGA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마저 제패했다.

 

실력뿐만 아니라 빼어난 외모와 친절한 팬 서비스 덕분에 김지현은 순식간에 KLPGA ‘대세’로 급부상했다. 상반기에 거둔 상금은 5억8000만원(지난 시즌 31개 대회에서 준우승 1회 및 톱10 8번, 상금 13위, 3억5367만원). 상금 랭킹도 1위에 올랐다. 정신없이 몰아쳤던 상반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2주간의 휴식기 동안 경북 상주 블루원CC에서 연습 중인 김지현을 만났다. 블루원CC에는 그의 스승인 안성현 코치가 운영하는 SBS골프 아카데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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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승 이후 인터뷰를 얼마나 했나.

 

“한 열 번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예상보다 인터뷰 횟수가 적은 편인 것 같다.

 

“계속 대회가 있다 보니 이렇게 개별적으로 기자를 만나 인터뷰하기가 어려웠다. 2주간 KLPGA가 쉬지만 그렇다고 휴식이나 휴가를 보내는 게 아니다. 상반기 동안 부족했던 점들을 보충하고 보완하는 시간이라 몸과 마음이 더 바쁘다. 서울에서 방송 인터뷰, 촬영 등 골프 외적인 일정들을 소화했는데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골프만큼 날 편하게 해 주는 게 없는 것 같다.”

 

우승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미디어와 인터뷰하는 선수들이 부러울 때가 있었을 텐데.

 

“당연하다. ‘아, 나도 저 선수처럼 우승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팬들의, 기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받는 상황이 부럽기도 했다. 그걸 느꼈기 때문에 지금 내게 주어진 일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전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상반기에 3승 할 거라 예상했었나.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목표가 우승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우승보다 톱10 안에 꾸준히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우승이 나한테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3승은 꿈에도 없던 숫자라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마치 7년간 힘들었던 일들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느낌이다. 올해가 내 골프 인생 최고의 해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고 싶다. 우승 기회는 해마다 오는 게 아니고, 올해 그 기회가 나한테 찾아왔다면 할 수 있을 때 많은 승수를 올리고 싶다.”

 

125번째 대회에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의 우승도 중요하지만 첫 승의 감격만큼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동료 선수들이 우승할 때마다 옆에서 물을 뿌리며 축하 세리머니를 해 주다 내가 그 대상이 되니까 벅찬 감정이 솟구치더라. 나도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하게 되는구나 싶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많은 눈물을 쏟았다. 8년 만에, 125번째 대회 출전 만에 거둔 첫 승이라 더 감격스러웠다. 그때의 느낌은 내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3승까지 이루는 바람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후반기에는 욕심을 버리고 여유 있게 투어를 즐겨도 좋겠다.

 

“전혀 그렇지 않다. 솔직히 이전보다 훈련량이 두 배나 늘었다. 어른들 말씀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고 하지 않나.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훈련해서 올 시즌 내게 주어진 우승이란 선물을 많이 받아내고 싶다. 그리고 상반기 동안 매주 대회에 참가하느라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쉬는 동안 그 연습량을 채우느라 하루 24시간이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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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의 ‘대세’로 불리는 소감이 어떤가.

 

“아직은 대세가 아니다. 그 정도의 골프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우승을 하면 할수록 내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 같다.”

 

어떤 장단점을 의미하나.

 

“숏게임과 어프로치, 퍼팅이 완벽하지 않다. 지난 두세 게임 정도는 퍼팅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 주에 어프로치와 퍼팅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샷도 점검하면서 퍼팅, 어프로치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우승이 없는 상태에서 훈련하는 것과 3승을 거두고 훈련하는 지금은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을 텐데.

 

“우승을 하고 나니 자신감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자신감이 붙으니 퍼팅도 더 잘되는 것 같고. 그리고 더 이상 ‘새가슴’이란 얘기를 듣지 않게 돼 홀가분한 마음이다.”

 

그동안 뒷심 부족으로 ‘새가슴’이란 별명이 붙긴 했었다. 그 별명이 듣기 싫었나.

 

“너무 싫었다(웃음). 잘 치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고꾸라지는 일들이 반복되니까 주위에서 그런 별명을 붙여줬는데 당사자인 나로선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우승을 놓칠 때마다 아직 기회가 오지 않은 거라고 애써 위로하며 버텼다. 남들은 나를 ‘새가슴’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나 스스로는 그런 평가를 인정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쇼트트랙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골프를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7세부터 12세까지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다). 만약 지금까지도 쇼트트랙 선수로 뛰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은퇴해서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때 쇼트트랙을 그만두고 골프를 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체중 조절할 필요도 없고, 나이 먹는다고 은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한테 골프만큼 좋은 스포츠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성적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말이다.”

 

언제까지 필드에서 골프채를 잡고 투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뚜렷한 시기를 정해 놓은 게 없다. 이전에는 서른네 살 정도면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잘되고 있어서 그런지 오랫동안 하고 싶다.”

 

만으로 26세의 나이는 KLPGA에서 후배들과 끊임없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위치다.

 

“이전 선배들이 나한테 ‘너도 스무 살 중반 넘으면 우리 마음 이해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나이 어린 프로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터라 그들과 붙으려면 체력 유지가 관건이다. 어렸을 때부터 쇼트트랙을 해서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가장 뼈아팠던 대회가 박성현과 우승을 다퉜던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아니었나? 그 대회에서 프로 첫 승을 달성하는가 싶었는데 연장에서 패하며 우승이 물거품이 됐었다.

 

“맞다.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무척 힘들었다. 2개 홀을 남긴 상태에서 2홀을 앞서고 있었던 터라 2개 홀에서 한 홀만 비겨도 우승은 내 차지였다. 그런데 17번과 18번 홀을 연속으로 내줬고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박성현의 승리로 대회가 마무리됐다. 당시엔 그 패배의 아픔이 깊어서 후유증이 좀 오래갔지만 돌이켜보면 그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성장을 이뤘던 것 같다. 우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도 다른 선수들보다 경험하고 배운 건 더 많다고 자부한다.”

 

우승을 기다리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나.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진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내가 할 걸 다 해놓고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기다림으로 꿋꿋하게 버티면 꼭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도 난 운도 좋고 인복도 많은 편이다. 1부와 2부 투어를 오락가락하면서도 CJ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았고, CJ와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한화와 스폰서 계약을 맺을 때도 무승의 기록임에도 좋은 내용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단, CJ 소속 선수로 있을 때 우승을 한 차례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많은 도움만 받고 보답을 하지 못하고 나온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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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온 인터뷰를 보니까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의 투어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건가.

 

“당장 이번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내년 LPGA투어 KIA클래식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설령 LPGA 대회에서 우승 후 풀시드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미국에서 투어 생활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들이 진짜 안 갈 거냐고 묻는데 난 진짜 안 가고 싶다. 내년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여덟 살이 된다. LPGA투어에서 우승해서 미국 투어를 시작한다고 해도 빨라야 스물아홉 살부터다. 그 나이에 미국에서 루키 신분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너무 힘들 것만 같다. 만약 내 나이가 스물세 살만 됐어도 도전해 볼 생각을 가졌겠지만 지금의 나이에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건 좀 늦은 것 같다.”

 

우승을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를 깨닫는 중인가.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전까지만 해도 난 우승자를 쫓아가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쫓기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끼고 있다. 그래서 두 배 이상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시력이 안 좋다는 게 사실인가.

 

“난시와 근시라서 초점이 안 맞는 편이다. 눈이 예민하니까 자꾸 인상을 쓰는 편인데 필드에선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한다. 가끔은 시력이 좋지 않은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리더보드가 안 보인다거나 다른 선수의 스윙을 정확히 보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안성현 코치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안성현 코치는 연예인 성유리와 최근 결혼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2008년 프로골퍼로 데뷔했고 2014년부터 국가대표팀 상비군 코치 역임 후에는 스윙코치로 활동 중이다. 김지현을 비롯해 박결·조윤지 등의 스윙코치를 맡고 있는데 그한테 스윙을 배우려는 선수들이 줄을 섰다는 후문이 있다. 김지현이 ‘대세녀’라면 안성현 코치는 코칭 분야의 ‘대세남’이다.)

 

“안 코치는 매니지먼트사인 스포티즌 소속이다. 나도 그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는 이전까지만 해도 여자선수들을 받지 않았는데 나 때문에 그 벽을 깨뜨렸다. 내가 여자선수 중에선 안 코치로부터 레슨을 받은 1호 선수다. 알고 지낸 지 5년이 됐고, 그가 가르친 선수들 모두가 우승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만 우승 경험이 없어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안 코치에게 빚진 마음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중이다.”

 

한국 여자골프는 해마다 경쟁이 치열하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스타급 선수들이 배출된다. 이런 환경이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한데.

 

“모두 잘하고, 모두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신경 쓰다 보면 아무것도 못한다. 골프는 상대적인 스포츠 아닌가. 내가 10언더파를 쳤다고 해도 상대가 11언더를 쳤으면 그가 이기는 것이고, 내가 5언더파를 쳤어도 상대가 4언더를 쳤다면 내가 이기는 것이다. 그게 바로 골프의 매력인 것 같다.”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골프는 연습량과 정신력에 비례한다. 외국 선수들도 놀랄 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연습량은 엄청나다. 강한 정신력과 연습량이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돈 관리는 누가 하는지 궁금하다.

 

“부모님이 하신다. 지난해에 이어 올 우승 상금은 모두 부모님께 드렸다. 그동안 날 뒷바라지하느라 경제적으로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김지현은 인터뷰 말미에 “내 골프는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올해 첫 우승이 나왔으니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열심’이란 단어를 자주 꺼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나타내는 거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한 가지. 골프 기자들이 사진보다 실물이 예쁜 선수로 김지현을 꼽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화장기 없는 외모가 빛이 났다.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기자가 그와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했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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