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도시’로 변신하는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4 14:52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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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활로 모색하는 마카오 현지 르포

8월3일 밤 9시30분 중국 동남부에 자리잡은 마카오(Macau·澳門)의 윈 팰리스(Wynn Palace). 늦은 시각에도 불구하고 호텔 앞은 투숙객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윈 팰리스가 운영하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였다. 케이블카는 10분 동안 윈 팰리스 전체를 한 바퀴 돌면서 바로 앞 호텔들을 고공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이점에다 누구든 탑승료가 무료다. 정저우(鄭州)에서 온 리옌(여)은 “고층객실을 제외하고 코타이(Cotai·路氹城)를 유일하게 조망할 수 있어 케이블카를 타러 왔다”고 말했다.

 

 

낮 시간에 자리가 텅텅 빈 스튜디오 시티의 슬롯머신장 © 사진=모종혁 제공


 

베네시안(Venetian)호텔의 또 다른 명물 앞에서도 행렬은 이어졌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본떠 만든 인공 수로(水路)를 오가는 곤돌라를 타기 위해서였다. 곤돌라는 단순히 수로만 오가지 않는다. 관리자는 관광객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뱃사공은 이탈리아와 각국의 노래를 불러준다. 수로 변에서는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인, 이탈리아 전통의상을 입은 모델 등이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부산에서 온 이영준씨는 “마치 이탈리아를 여행하듯 세심하게 구성하고 운영하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마카오 GDP 중 도박 산업 매출이 62%

 

우리에게 마카오는 카지노의 도시라는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도박 산업은 마카오 경제의 전부다. 이는 수치로 잘 드러난다. 지난해 마카오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3582억 마카오달러(MOP)인데, 도박 산업 매출이 2241억 MOP였다. 즉, 마카오 부의 62%가 카지노에서 나왔다. 마카오 정부의 세수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1024억 MOP 중 85%인 843억 MOP를 도박 산업에서 거둬들였다. 이런 편중 현상은 카지노의 호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보다 오히려 개선됐다.

 

그렇다면 마카오는 왜 도박의 성지로 자리 잡았을까. 먼저 포르투갈 통치 역사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16세기 중엽 포르투갈 상인들은 주장(珠江) 하류에서 암약하며 자신들을 공격하던 해적을 토벌했다. 당시 명조는 해적이 들끓어서 쓸모없는 땅을 포르투갈인에게 주어 지역을 안정시키려 했다. 이에 1557년 마카오 반도 일부를 특별 거주지로 빌려줬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청나라의 국력이 점차 쇠퇴하자, 포르투갈의 야심은 커져 갔다. 1849년 마카오를 자유항으로 선포하고 반도 전체를 점령했다.

 

불법 점령은 1887년에 맺어진 청과의 우호통상조약으로 인정돼 정식으로 할양받았다. 중국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1955년 과거 맺어진 불평등조약을 모두 폐기하고 마카오에 대한 주권 문제를 제기했으나 소용없었다. 중국은 전략을 바꿔서 1976년 ‘마카오 기본법’을 제정했다. 마카오를 반환받은 뒤 마카오 주민들에게 입법, 행정, 재정 등에 관한 자치권을 대폭 부여하는 법안이었다. 이것은 훗날 ‘일국양제(一國兩制)’로 발전돼 1997년 홍콩의 반환에도 적용된다.

 

 

용궁에 들어서는 형상 위에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윈 팰리스 © 사진=모종혁 제공


 

유럽과 중국 문화가 잘 융합된 성 바울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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