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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상실 이후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

소설집 《오직 두 사람》 펴낸 김영하 작가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6(Sat) 15:30:00 | 14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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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는 최근 자신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살인자의 기억법》) 개봉을 앞두고 있어 극장가에서도 유명 배우만큼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들떠서 여름휴가를 떠날 스타일은 아닌지 각종 문화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자신의 신작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김 작가는 최근 《오직 두 사람》이라는 소설집을 펴냈다. 제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 제3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를 포함한 일곱 편을 엮었다. 수록된 작품 모두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다. 각자도생하는 하루하루가 외적 관계뿐 아니라 내면마저 파괴시키는데, 인간은 그 공허함을 어떻게 메우며, 혹은 감당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김 작가는 이 작품들을 쓸 당시를 이렇게 돌아본다.

 

“그해 4월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참혹한 비극이 있었다. 그 무렵의 나는 ‘뉴욕타임스 국제판’에 매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칼럼으로 쓰고 있었다. 4월엔 당연히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의문의 참사에 대해 썼다. ‘이 사건 이후의 대한민국은 그 이전과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썼는데, 팩트와 근거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편집자가 그 발언의 근거를 물어왔다. ‘근거는 없다. 그냥 작가로서 나의 직감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라고 답했더니, 그런 과감한 예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을 그만두었다. 작가는 팩트를 확인하고 인용할 근거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잘 느끼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나는 잘난 팩트의 세계를 떠나 근거 없는 예감의 세계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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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다시 쓰게 된 《아이를 찾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2014년 겨울에 발표한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그 전과 그 후의 삶과 소설이 모두 달라졌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적 사건이 있기 이전에 쓰인 소설 《옥수수와 나》 《최은지와 박인수》 《슈트》에서는 무언가를 잃은 인물들이 불안을 감추기 위해 자기기만에 가까운 합리화로 위안을 얻고 연기하듯 살아가는 데 반해, 그 이후에 쓰인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 속 인물들은 자위와 연기는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간다. 이 차이는 2015년 《아이를 찾습니다》로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을 당시, 김 작가가 쓴 수상소감에서도 감지된다.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문학에 어떤 역할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어의 그물로 엮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문학은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어떤 반환의 좌표 같은 것을 제공해 줍니다.”

김 작가는 이 수상소감을 다시 읽어보면서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자신의 삶도 둘로 나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 전에 썼던 작품에 비해 이후에 썼던 작품들은 훨씬 어두웠기 때문이다. 

 

“희극처럼 시작했으나 점점 무거워지면서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아이를 유괴당했거나, 첫사랑을 잃어버렸거나, 탈출의 희망을 버렸거나,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딸의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쓰고 있었던 것이다.”

김 작가가 《아이를 찾습니다》를 쓰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 이전이지만 묻어두었던 초고를 서랍 속에서 다시 꺼내 집필에 착수한 것은 그 일이 일어난 직후였다. 그러니 쓰는 내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를 잃어버림으로써 지옥에서 살게 된다. 아이를 되찾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그 아이를 되찾는 순간부터라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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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아이러니를 압축적으로 보여줘

 

《아이를 찾습니다》는 실종자 가족의 이야기다. 세 살 때 유괴된 아들을 찾기 위해 윤석은 10여 년간 좋은 집과 직장과 평범한 일상을 바친다. 그의 아내는 충격으로 얻은 조현병이 심해져 제정신이 아니다. 11년 만에 아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는데, 평범한 간호사로 밝혀진 유괴범은 친아들처럼 키웠다고 한다. 11년 만에 돌아온 아들은 낡은 집도, 가난한 아버지도, 정신병 걸린 엄마도 낯설어 한다. 원래 살던 곳이 진짜 집 같고, 유전자가 99% 일치한다는 친부모가 유괴범같이 느껴진다. 윤석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나타난 아들은 오래 배포해 온 전단지 속 아이와 너무도 달라서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아들을 찾으면 아내의 조현병도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아들을 끝내 알아보지 못한다.

 

김 작가는 이 소설로 2015년 김유정문학상을 받을 당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다시 읽고 있었다. 김 작가는 《페스트》 속 지옥도와 세월호 참사 이후 목도한 일이 흡사하다며, 카뮈가 세월호 참사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발상은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바야르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그는 과거의 작가가 미래에 발표될 후배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흥미로운 개념, ‘예상 표절’을 소개한 바 있다. 수십, 수백 년 전에 쓰인 텍스트와 불과 몇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집으로 ‘소설적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과 인생의 아이러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현실 밀착적인 정공법이 돋보이는 작품을 통해 한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다종다양한 관계의 모순, 더 나아가 소위 신의 뜻이라 비유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까지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New Book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어크로스 펴냄│448쪽│1만6800원 

 

디지털 라이프가 영구적인 현실이 된 지금, 새로운 얼굴을 한 아날로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부터 미국 내슈빌의 레코드 공장까지 디지털 시대의 놀라운 반전 현장을 탐험한 저자는 관련 업계 최전선의 다양한 리포트를 종합해 디지털 라이프의 한계와 그 바깥에 실재하는 아날로그 세계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준다.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이웅종 지음│쌤앤파커스 펴냄│304쪽│1만5000원

 

 

나의 개를 더 알고, 제대로 사랑하기 위한 인문학. 반려견 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반려견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정작 개에 대한 인식과 사육 태도는 여전히 아쉬운 점에 주목한다. “사람처럼 키워서, 개도 힘들고 사람도 힘들다”고 주장하며 반려인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사람과 개가 행복하게 동거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한다.

 

 

답사의 맛!

홍지석 지음│모요사 펴냄│392쪽│1만5500원

 

 

익숙한 미의 표준이나 관습적 형식을 벗어나 독특하고 개성적인 감각을 간직한 작품들을 또 다른 잣대로 들여다본다. 우리 문화유산을 천천히 온몸으로 느끼며 ‘눈으로 맛보는’ 일이 가능했던 근대 지식인들을 따라, 서로 다른 예술관, 가치관, 미적 취향이 경쟁하는 작품들을 선택해 취향의 갈림길에 서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이해인 지음│샘터 펴냄│176쪽│1만원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평소 언어생활, 언어문화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가 특히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을 위해 ‘잘 말하기 연습법’을 제안한다. 거창한 구호나 이론이 아닌, 일상 속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상 매뉴얼로,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들, 만난 사람들,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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