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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에도 의연하게 견디는 주식시장

해외 기관투자가들, 한국 시장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모습도

송종호 서울경제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2(화) 11:30:00 |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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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9월3일 직후 열린 4일 아시아 증시는 코스피가 1.19% 하락하며 가장 낙폭이 컸고, 일본 증시는 0.93% 내렸다. 매수우위를 지켰던 외국인도 팔자세를 유지하며 시장의 공포감은 더 커지는 양상으로 갔다.

 

그런데 북핵 문제는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일으키지만, 결국 해결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 정책과 미국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해지고 있다. 주 초반만 하더라도 증권가의 초고액자산가들이 현금 보유뿐만 아니라 아예 원화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상담문의까지 이어졌지만, 주 후반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미국 노동절인 4일(현지 시각) 미국 주식시장이 휴장으로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었다는 점도 주효했다. 미국 시장은 북핵 위기에 하루의 여유를 가지면서 상황을 관찰했다. 특히 9월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를 통해 대북 군사행동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면서 북핵 관련 긴장 수위가 낮아지며 투자심리가 완화됐다.

 

당일 미국 뉴욕증시는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 완화에 합의한 미·중 정상의 소식과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의 부채 한도 상향기한 연장 합의 소식에 일제히 상승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전날까지 이틀 연속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도 7일 사자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북핵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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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으로 균형점을 찾게 될 것” 전망

 

증권가의 프라이빗뱅커(PB)들도 ‘중립’ 의견 속에 관망하는 자세에 돌입했다. 저가매수 단계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부담이지만, 그렇다고 자산정리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잦은 북한의 도발에 투자자들의 내성이 강해졌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영업부 부지점장은 “초기에 자산 리밸런싱(운용하는 자산의 편입비중을 재조정하는 행위)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점차 잠잠해지며 관망세로 돌아서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며 “당장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보다는 미국 시장을 일단 지켜보자는 흐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클럽원금융센터 상무도 ‘중립’ 의견을 내놓았다. 이 상무는 “단기적으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겠다는 국제적인 여론에 따라 시장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이 공포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북핵에 대응하는 미국의 선택지가 외교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곽 부지점장도 “북한 미사일이 괌을 하나라도 통과할 경우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리더십은 손상을 받는다”며 “MD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력사용을 지양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미국이 그만큼 선택지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 자산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핵 위기에 따른 여론의 ‘호들갑’과 달리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모습도 주목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은 최근 LIG넥스원과 아모레퍼시픽 등을 사들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금호석유화학과 두산밥캣을 매수했다. 펀드매니저들도 주식비중을 사상 최대로 늘려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펀드 내 주식 비중은 95.1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94.39%)보다 0.72%포인트 늘었다.

 

사모펀드 매니저들도 마찬가지다. 8월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내 주식 비중은 95.0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6월(96.07%)과 비슷해졌다. 8월에도 북핵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점에서 펀드 매니저들이 북핵 위기보다는 시장 상승 가능성에 더 주목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 팀장은 “북핵 리스크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지만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매니저들이 주식 비중을 늘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북핵보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이 굳건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외국계 운용사 주식운용팀장은 “경험상 펀더멘털과 관련 없는 조정장은 다시 회복됐다”며 “북핵 이슈가 하반기 기업실적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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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충격 후 반등 흐름이 기대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북핵 리스크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지만 “절대수익률이 하락하지 않은 비철금속·철강·정유·화학 등의 에너지·소재 섹터는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최근 1주 동안 리스크 경계가 높아지고 있어 수급은 크게 둔화됐다”면서도 “기관과 외국인이 매집하는 업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선제적 타격 등을 결정하기에는 9월 미국 의회 개회, 10월 중국 당대표대회 등 자국 내 이슈가 중요하다”며 “과거와 유사한 경우라면, 코스피는 단기 변동성 확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6차 핵실험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지수 등 수출 선행지표의 개선 영향으로 단기적 충격 후 반등 흐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미 북핵 위기에 대한 주가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학습효과가 견고해졌다는 점도 시장이 의연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혔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ECB(유럽중앙은행)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FRB(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대차대조표 축소, 미국의 예산안 처리 등 쉽지 않은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는 언젠가 맞이했던 이슈들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나온 이슈들은 이미 지난 2013년에 한꺼번에 터져 나왔던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3년 2월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지정학적 위험이 불거졌고, 5월에는 버냉키 쇼크로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을 경험했다. 10월에는 백악관과 공화당 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며 미국 정부의 셧다운이 발생했다. 소 연구원은 “당시처럼 펀더멘털을 훼손하는 사안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단순한 변동성 위험으로 인식하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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