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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입 따로 취업 따로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3(Sat) 20:14:05 |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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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는 ‘캠리’가 한창이다. 캠리란 단어에 도요타 자동차를 연상하면 어김없이 구세대다. 신세대에게 캠리는 캠퍼스 리크루팅의 약자니 말이다. 기업의 채용 시즌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일단 채용 설명회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교수에게는 ‘출석 인정서’를 제출한다. 강의 시간에 채용 설명회장을 다녀왔으니 출석을 인정해 달라는 뜻이다. 학생들이 교수에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니 리포트를 줄여 달라”고 요구할 때, 이때 공부가 취직시험 공부를 의미한 지도 오래됐다.

 

취업준비생들은 절박하기만 한데 정작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원자들 스펙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학점은 보통 4.0 이상, 해외연수는 기본이요, 각종 자격증에, 토익·토플 점수도 하늘을 찌른다. 한데 막상 업무에 투입해 보면 ‘이 친구들 화려한 스펙의 주인공 맞아?’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상황 판단력, 문제해결 능력, 순발력 모두 평균 이하인 데다, 심지어 패기도 호기심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익 만점에 가까운 신입사원이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끗 못하는 장면은 이제 익숙하다는 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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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갑갑한 현실 앞에서 기업은 대학을 향해 “이제 불량품 생산을 멈추라”고 주문하고 있다. 배터리 하나를 사도 불량품은 바꿔주는데 대학이 생산해 낸 불량품은 바꿀 수도 없으니 기업 입장에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푸념이다. 심지어 꿈에 그리던 대기업에 보무도 당당히 입사한 신입직원의 약 20~30%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직하는 것이 적나라한 현실 아니겠는가.

 

대학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음은 물론이다. 훌륭한 내신 성적에 남부럽지 않은 수능 성적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 실력이 날로 하강 곡선을 그리는 현실 앞에서, 착잡하고 당황스럽긴 기업과 매일반이다.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대학 입학 때까지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건만, 우리 자녀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도 떨어지고,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도 감퇴하고 있는 데다,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유연하게 소통하는 능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음은 물론이요, 결정적으로 21세기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되리라는 창의력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기업이 신입사원 이직에 몸살을 앓고 있다면, 대학은 서열 높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반수생에,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학교를 떠나는 자퇴생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점수가 남아서” 점수에 맞춰 전공을 바꾼 덕분에 갈 길을 잃은 경우도 흔하고, ‘대학입시=운빨(?)’이다 보니, 나보다 실력 없는 친구가 나보다 좋은 대학 들어가면 자존심 상해 재수·삼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대학가의 익숙한 풍경이다.

 

온 국민이 교육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이유가 그저 일류대학 들어가고, 졸업하면 연봉 높은 대기업 들어가는 데만 몰두하는 현실에선 지금 대학과 기업이 동시에 겪고 있는 심각한 고통을 해소하긴 불가능할 것 같다. 실제로 대학은 학생들이 고등학교까지 어떤 교과과정 아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교육을 받고 입학했는지 관심이 거의 없다. 기업은 기업대로 어차피 현장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대학교육을 향해 관심은커녕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입시든 취업이든 현행 ‘따로 국밥식’ 관행은 멈춰야 한다. ‘일단 들어가고 보자 식’의 무모한 시행착오도 근절돼야 한다. 고등학교-대학교-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의 미래세대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 머리 터지도록 고민하고 함께 청사진을 그려야만 한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밀려오고 있는데, 수능 절대평가 문제 하나 해결 못한 채 허둥대는 우리네 교육현장이 참으로 초라하게 다가옴은 나만의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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