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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시론] 기술발전과 후유증

이현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치경영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30(Sat) 19:00:00 | 14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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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초래되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많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는 긍정적 예측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여기서 짚어볼 것은 삶의 풍요로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신기술이 과연 삶의 질을 향상시켰는지 되돌아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분명히 자동차 덕분에 먼 거리를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농경시대에는 직장인 논밭으로 출근하는 데 10분 정도면 충분했지만,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출근시간이 한 시간 넘는 회사원들이 부지기수다. 자동차가 시간을 절약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오히려 시간을 더 빼앗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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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의 보급 덕분에 신속하게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게 됐다. 그런데 좀 더 따져보자. 매스미디어가 전혀 없던 과거에는 식구나 이웃들이, 모여 앉아서 그날 있었던 일들을 공유하는 주체적인 이야기꾼이었다. 라디오가 가정에 등장하면서 가족들은 모여 앉아 정보를 전달받는 수동적인 청취자가 돼 버렸다. 그래도 그때는 효과음을 통해 장면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TV의 등장은 시청자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화면에 자막이 등장하면서 상상력마저 강탈당해 버렸다. TV에서 즐거움을 강제해 주는 덕분에 뇌의 기능은 최소한이면 충분하다.

 

인터넷은 우리를 전 세계로 연결해 주는 연결망이다. 인터넷 덕분에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편지는 물론 용량이 큰 동영상도 즉각 전달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시간적 지체 없이 세상과 연결해 주는 인터넷 덕분에 가족의 공간이 사라져버렸다. 자녀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누군가와 소통하느라 가족 간의 만남과 대화는 뒷전이 돼 버렸다. 최근 카톡금지법이 입법 발의됐다는 사실이 기술발전이 우리 삶을 옥죄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삶의 질에 대한 개념이 이전과 달라졌다. 물질적 풍요 추구에서 여유롭고 주체적인 삶이라는 지향점으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전셋돈 빼서 세계여행을 간다고 하면 정신 나간 짓이라고 손가락질했지만 이제 그런 소식을 들으면 그 용기를 부러워하게 됐다. 유독 제주도가 TV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손 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바심 내지 않고 삶의 여유를 보상받을 것인지, 아니면 귀차니즘에 귀의해 기술발전의 모든 혜택에 목말라 할 것인지를 택해야 한다. 자칫 자신의 주체성을 내주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에 종속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고마감 한 시간 전까지 이 글을 쓸 수 있는 나의 게으름도 인터넷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뭔가 모순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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