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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사드 시대’ 中 진출한 한국 기업들 생존방식

[포스트 사드 시대] “토착화 전략으로 중국 공략해라”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9(Thu) 08:00:00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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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8월말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시장 상황 공보를 발표했다. 올 상반기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1335만 대에 달해 전년 동기대비 3.8% 증가했다.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업체는 토종 브랜드인 지리(吉利)였다. 지리는 매출이 394억2400만 위안(약 6조7809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대비 무려 118%나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43억4400만 위안(약 7471억원)으로, 128%나 급증했다. 이런 호성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출시한 SUV(스포츠 다목적 차량) 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 지리가 판매한 53만 대 중 29만 대가 SUV 차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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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실적 하락, 사드 탓만 할 수 있나

 

7월에는 만도가 “상반기 매출이 2조823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6% 늘어났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8% 줄어든 11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정체됐지만, 사드 사태를 감안하면 선방(善防)한 셈이다. 지난해 만도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법인의 비중은 26.5%였다. 만도가 선방한 데는 지리의 공로가 컸다. 올 1분기 지리는 중국에서 현대기아(43%) 다음으로 큰 고객(20%)이었다. 그 밖에 창청(長城·8%), 창안(長安·5%) 등 로컬브랜드에 대한 매출 비중이 37%를 차지했다.

 

#2. 8월말 베이징현대는 “상반기 판매량이 30만 대로, 전년 동기대비 42.4%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한국 부품업체의 실적은 참혹했다. 성우하이텍의 영업이익은 24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6%나 감소했다. 지난해 성우하이텍은 생산량의 86.5%를 현대기아차에 납품했다. 또한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36.3%에 달했다. 세종공업과 덕양산업은 각각 150억원, 2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두 업체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비중은 각각 77%, 98.5%에 달했다. 만도도 본래 현대가(家) 소속(한라그룹)으로, 이들 업체와 함께 현대기아차를 따라 중국에 진출했었다.

 

2005년 9월 필자는 현대모비스 상하이공장을 취재했다. 상하이공장은 중국 내 현대기아 차량의 에어백을 전량 생산하는 핵심 사업장이다. 축구장 11개 넓이의 대지 위에 기술연구소와 시험센터까지 갖췄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직원들을 만나면서 크게 실망했다. 현대기아차가 출시했거나 내놓을 차량의 부품 이야기만 줄곧 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에 의존해 수직 계열화된 부품사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런 사정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부품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08년 12월 취재했던 만도의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공장은 달랐다. 당시 만났던 심상덕 쑤저우법인장은 “10년 내에 중국에 진출한 벤츠,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과 중국 토종 브랜드에 대한 납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를 위해 “베이징에는 R&D연구소와 주행시험장을, 헤이룽장(黑龍江)성 헤이허(黑河)에는 동계 주행장을 건설했다”고 밝혔다. 중국 내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에 부응하는 중국형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사드 배치 보복 조치로 롯데마트가 중국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우리 언론 일각에선 그다음 타깃으로 현대기아차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판매량은 급감했고 합작사와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 수직 계열화된 협력업체는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결과를 사드 보복 조치로만 돌릴 수 있을까.

 

사실 현대기아차의 위기 신호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5월부터 판매량과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고 시장점유율도 떨어졌다. 비록 그해 4분기부터 대대적인 가격 할인으로 판매량은 늘어났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 현지 브랜드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현대기아차보다 20%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신차를 쏟아냈다. SUV 소비가 급증했지만 현대기아차는 과거 출시한 모델의 변형만 선보였다. 2016년 말까지 현대기아차는 할인 전략으로 버텼으나 영업이익률은 급감했다. 올 1분기 차 한 대를 팔아 4100위안을 남겨, 전년 동기대비 37.9% 하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 중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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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위기에 기름을 부었을 뿐”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올 상반기 판매량이 급감한 건 현대기아차만이 아니다. 푸조 시트로엥(-48.2%), 화천(華晨·-41.7%), 장화이(江淮·-39.7%), 하이마(海馬·-28%), 스즈키(-20.1%), 포드(-13.6%) 등도 급격한 판매량 감소를 기록했다. 시트로엥은 프랑스, 스즈키는 일본, 포드는 미국, 화천과 장화이, 하이마는 중국 브랜드다. 특히 시트로엥은 중국 정부로부터 그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았음에도 베이징현대보다 감소폭이 컸다.

 

따라서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겪는 위기의 근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으나 개선하지 못한 낮은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도 △구매성향이 각기 다른 지역별, 연령별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신차 출시가 늦어졌고 판매 전략이 실패했고 △한류를 등에 업은 마케팅 전략은 한계에 다다랐으며 △조직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배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드 사태는 소리 소문 없이 타오르는 위기 속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다.

 

이와 반대로 만도는 토착화를 추구하는 경영 전략과 비전 아래 위기를 최소화했다. 또 다른 중국 진출 기업인 오리온은 더욱 두드러진다. 오리온도 사드 보복 조치 직후 경쟁업체가 “롯데그룹 산하의 제과회사”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고전했다. 실제 상반기 오리온은 매출 8818억원, 영업이익 525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8%, 64.2% 감소했다. 이는 중국법인의 매출이 309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2.4%나 줄어 22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법인의 매출은 전체 2조3863억원의 56.4%(1조3460억원)로, 한국 본사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3% 감소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회복되고 있어 2분기보다 114.1% 증가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430억원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리온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 곳곳에 거미줄처럼 뿌리내린 판매망과 토착화된 판매 전략 및 인력 관리 덕분이다. 과거 필자는 동쪽 끝 하얼빈(哈爾濱), 서쪽 끝 우루무치(烏魯木齊), 남쪽 끝 싼야(三亞)의 할인매장과 슈퍼마켓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한 오리온 제품을 구매했다.

 

사실 한류가 대륙을 강타하기 전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국 식품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유일했다. 오리온은 1995년 중국에 진출한 이래 화북, 화중, 화남, 동북 등 지역별로 나눠서 공장을 설립했다. 심지어 2015년 서쪽 끝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베이툰(北屯)에 6번째 공장을 열었다. 각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해당 지역에 맞는 마케팅 전략에 맞춰 7000여 명의 판매사원이 지역 소비자를 공략했다. 또한 오리온의 한국인 주재원은 보통 한 지역에서만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토착화됐다. 필자는 2005년 9월 상하이판매법인을 취재하며 오리온의 저력을 확인한 바 있다.

 

토착화 전략은 기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소자본으로 사업하는 자영업자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중국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하는 한국인이 있다. 중국 최서단인 카슈가르(喀什)에서 식당 겸 커피전문점 ‘아로마스토리’를 운영하는 이규성(56) 사장이 주인공이다. 카슈가르는 중앙아시아의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과 맞댄 변경도시다. 베이징과는 3시간의 시차가 날 정도로 멀다. 우루무치에서도 여객기로 1시간5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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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 자영업자도 토착화 전략 구사해야

 

카슈가르의 원주민은 위구르족이다. 2016년 말 카슈가르의 인구 451만 명 중 92%(416만 명)가 위구르족이다. 위구르족은 독실한 수니파 무슬림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 사장은 2008년 부인과 함께 신장에 왔다.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 먼저 우루무치에서 중국어를 배웠다. 또한 위구르어도 익혔다. 그런 뒤 카슈가르로 이주해 1년간 시장을 조사했다. 다시 수개월 동안 정식 절차를 밟아 20만 위안(약 3440만원)의 자본금으로 요식업체를 세웠고, 4000여만원을 투자해 아로마스토리를 개업했다.

 

지난해 4월 아로마스토리가 문을 열자 단박에 현지 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이 사장은 “개업한 지 3일 만에 시공산당위원회 선전부 기자가 찾아와 취재한 뒤 이튿날 SNS 매체를 통해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손님이 쉴 새 없이 몰려왔고, 석 달 만에 매장을 넓혔다. 지난 7월 필자와 만난 이 사장은 “사드 보복 조치 직후 한족은 절반 가까이 발길을 끊었지만 위구르족은 변함없이 찾아왔다”며 “여름 들어서는 한족도 지난해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로마스토리가 사드를 이겨낸 비결은 간단하다. 첫째, 토착화를 위한 철저한 준비와 뛰어난 소통능력이다. 이 사장 부부는 8년 동안 중국어와 위구르어를 익혔고 지역 시장과 사회를 연구했다. 그 덕분에 한족과는 중국어로, 위구르족과는 위구르어로 막힘없이 대화한다. 둘째, 한국식으로 경영하고 주방을 운영한다. 아로마스토리는 한국과 똑같은 음식재료와 커피머신을 쓴다. 개방식 주방을 청결히 해서 손님은 마음 놓고 요리를 먹는다. 셋째, 무슬림인 위구르족을 고려해 할랄(Halal)음식만 판다.

 

여기에 중장기 계획에 따라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사장은 평소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이런 청사진을 전파한다. 하지만 이 사장 부부처럼 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소수다. 기본적인 중국어조차 구사하지 못하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이들이 허다하다. 토착화는 한국인으로서의 장점은 살리면서, 중국 체제와 현실을 정확히 숙지하고 중국인을 세밀히 이해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중국에서의 사업은 토착화하는 한국인과 한국 기업만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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