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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박복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놀 계획”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12년 만에 《품위있는 그녀》로 돌아온 김선아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2(Sun) 12:58:20 |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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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종영 직후 만난 김선아는 여러 번 울컥했다. 밝게 이야기하다가도 금세 감정에 취했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연신 손부채질로 식혔다. 세 번째 눈물을 터뜨리던 순간, 김선아는 이렇게 말했다. “아, 돌아버리겠다.”

 

김선아가 인터뷰 내내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또 울었다. 아마도 그 눈물엔 다시 만나지 못할 ‘박복자’에 대한 그리움과 철저하게 외로웠던 ‘박복자’에 대한 연민, 그리고 ‘박복자’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쉬움이 담겨 있을 것이다. 짐작하건대 김선아에게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는 복귀작 그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김삼순’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던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표를 만들어준 작품이자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를 얻게 해 준 작품이니까. 김선아는 이 드라마에서 전과자 신분으로 재벌 기업 회장 간병인을 하다가 회장의 아내 자리까지 꿰차는 ‘박복자’ 역할을 맡았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삼순’을 잇는 인생 캐릭터를 다시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감사해요. 무엇보다 그런 칭찬을 받게 해 준 ‘박복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지난 겨울 약 5개월 동안 그녀로 살면서 배운 게 참 많거든요(《품위있는 그녀》는 지난 겨울 촬영한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제가 경험하지 못할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주었고, 진짜 품위가 뭔지를 고민하게 해 준 여자잖아요. 방송이 끝나고 나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녀의 감정이 남아 있네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삼순이’처럼 ‘복자’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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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을 뛰어넘는 인생작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쉽지 않았지만 ‘삼순이’에게서 벗어나려 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봤다. 김선아는 캐릭터로 기억되기보다 배우로 남길 바랐다. 

 

“지난 시간, 제 삶은 ‘삼순이’의 영향이 컸어요. 다른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삼순이’가 늘 신경 쓰였죠. 시청자들이 제게 원하는 것도 분명했어요. 감독님들도 ‘삼순이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했으니까요. 사실 ‘삼순이를 뛰어넘는 인생작’이라는 표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품위있는 그녀》가 고마운 작품인 건 맞지만, 인생작이라는 표현보다 ‘김선아 잘하네’ 정도의 칭찬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거든요. 누군가의 삶을 잠깐씩 살아보는 게 직업이니까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텐데, 그때도 ‘복자’가 떠오르면 안 되잖아요.”

 

따지고 보면 ‘삼순이’ 덕분에 ‘복자’도 만나게 된 셈이다.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감독과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작업하게 됐다.

 

“감독님은 제게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예요. 제가 아직 배우로 다듬어지지 않았을 때도 저를 믿어주신 분이죠. 늘 ‘잘한다’고 다독여주시고 용기를 주셨어요.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하게 된 것도, 《품위있는 그녀》를 주저 없이 선택한 것도 감독님 때문이에요. ‘잘해야지, 아버지한테 짐이 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

첫사랑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뭐든지 처음이기 때문이듯, 그녀에게 《품위있는 그녀》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박복자’라는 캐릭터를 처음으로 연기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독한 연기를 또 하라고 한다면 절대 못한다고 고개를 내저으면서도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참 이상해요. 길을 가다가 어떤 노래를 듣고 괜히 눈물이 나오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OST만 들어도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요. 아무렇지 않게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촬영할 때 생각이 나면서 눈물이 나네요. 방송 모니터링을 하다가도 울고,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어도 울었어요. 며칠을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삶 자체가 철저하게 혼자였던 그녀가 불쌍해서일까요? 어린 시절에 인형이 갖고 싶은데 그걸 가지지 못하고 파양당하는 ‘복자’의 인생을 보면서 너무 슬펐거든요. ‘복자’에게 연민이 들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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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서 빨리 벗어나는 배우들 보면 부러워”

 

김선아는 ‘박복자’의 외로움을 공감했다. 여자 김선아로, 배우 김선아로 살면서 문득문득 외로워질 때가 있었으니까.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외롭게 했을까?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죠. 작품에 들어가면 캐릭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게 싫어서 친구들과도 연락을 다 끊어요. 그런 저만의 연기 소신이 저를 많이 외롭게 했죠. 어쩌면 바보 같겠지만 저는 열심히 연기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고쳐지지 않아요.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은 ‘이제는 자신을 압박하지 말라’고 조언하는데, 쉽지 않네요. 이번 작품 역시 촬영장에서도 일부러 외롭게 지냈어요. 배우로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인간 김선아에겐 힘든 시간이었죠.”

김선아는 드라마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박복자’에게서 벗어나려 노력 중이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복자’와 멀어지지 않겠느냐며 애써 웃어 보인다.

 

“캐릭터에서 빨리 벗어나는 배우들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성격이죠 뭐. 당분간 다른 작품은 못할 것 같아요. ‘복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놀 계획이거든요.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도 다녀올 거예요. 연기 수업도 받고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받고 있어요.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해 보지 못한 캐릭터가 많고, 다음에 어떤 캐릭터를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 미리 연습하면서 준비하는 거죠. 연기를 하면 할수록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내가 한 연기를 다시 보면 한숨밖에 안 나올 정도로 모자란 부분만 보이죠. 앞으로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려면 쉬지 않고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계획은 없다. 언제 어떻게 인연이 닿을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 김선아 역시 또 다른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계획이나 목표 같은 건 없어요. 작품도 PD와 배우가 만나 ‘합시다!’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이런저런 상황이 맞아야 하죠. 결국 인연이 돼야 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당분간은 신나게 놀 거예요.”

데뷔 21년 차.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그만하면 됐다고 말해 주고 싶다. 우리에겐 김선아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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