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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킨포크 라이프의 성지서 맛본 ‘천상의 커피’

[구대회의 커피유감] 포틀랜드 커피, 시애틀의 대중성과 차별화된 ‘개성미’로 승부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1(Sat) 16:00:00 | 14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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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포틀랜드는 오리건주의 주도(州都)다. 시내에는 수제 맥줏집과 로스터리 카페, 그리고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수많은 음식점이 있어 식도락가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이외에도 포틀랜드는 최근 유행하는 자연친화·간소함·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의 성지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필자가 찾은 일요일은 지역축제가 사우스이스트 호손 지구(Southeast Hawthorne District)에서 열렸다. 각양각색의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 지역 특산품을 팔러 나온 상인, 그리고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오래된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벼룩시장이 장사진을 이뤘다. 거리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빽빽하게 가득 찼다.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무대에서는 우스꽝스러운 복장의 배우가 기타 반주에 맞춰 익살스럽게 구연동화를 하고 있었다. 히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은 길바닥에 앉아 돈 주고는 차마 못 들을 노래를 자기들만의 흥을 위해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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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간소함, 그리고 느림의 미학

 

널찍하고 확 트인 공간, 스테인리스 콘 필터 커피를 처음 선보인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Coava Coffee Roasters)’는 자유분방함 가운데 질서가 있으며, 비어 있으나 공허함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곳이다. 약 6m의 높은 천장과 330㎡(100평)쯤 되는 넓은 공간에 테이블이 4개밖에 없다.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으나, 이 덕분에 손님은 무한한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 추출과 스테인리스 콘 필터 드립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원두 또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니, 추출 방법과 원두를 달리하면 총 4가지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무더운 날씨에 오랜 시간을 걸은 터라 갈증 해소를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추출은 에스프레소 머신이었고, 원두는 산타 소피아 온두라스로 골랐다. 빨대로 커피 한 모금을 쭈욱 빨아 올렸다. 입안 가득 퍼지는 기분 좋은 청량감 때문인지 “와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개운한 커피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깔끔했다. 한 모금을 더 빨아들이자 그때서야 아열대 과일향의 향연이 혀를 감싸 안았다. 더위와 피로에 지친 몸이 위로를 받기에 충분한 커피였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맛있게 비운 후 나머지 원두인 루이스 마드리아노 온두라스가 궁금해졌다. 추출법은 이 집의 자랑인 스테인리스 콘 드립으로 종이필터와 달리 기름 성분이 많은 커피를 추출하는 데 좋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섬세한 드립 법은 아니었지만, 아카이아 전자저울로 사용할 원두를 정확히 계량한 후 추출을 시작했다. 바리스타는 오직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 가벼운 춤을 추듯 팔을 움직여 커피를 추출했다. 이윽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필자 앞에 놓였다. 잔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커피를 마시기 전에 코를 ‘킁킁’거리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향을 만끽했다. 구수한 커피 향이 코털을 간지럽혔다. 더는 기다릴 수 없어 한 모금을 삼켰다. 기대한 대로 쓴맛보다는 가벼운 산미가 지배적인 커피였다. 그렇다고 미간을 찌푸릴 만큼의 신맛은 아니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블루 보틀과 함께 미국 서부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며 스타벅스를 긴장시킨 ‘스텀프 타운 커피’는 포틀랜드의 작은 커피집에서 시작됐다. 대개 유명한 카페의 1호점이 그렇듯 여기도 그 위치나 규모 때문에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66㎡(20평) 남짓한 공간을 커피 바, 로스팅 스페이스, 손님 테이블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손님 테이블이 놓인 공간에는 벽 가득히 그림을 걸어놨는데,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판매도 하는 것 같았다. 좀 의아한 것은 유명한 카페의 1호점 정도 되면 순례객들로 붐비는 것이 보통인데, 필자 외에는 딱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커피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스텀프 타운 커피의 마력은 누가 뭐라 해도 콜드브루(Cold Brew·더치커피)가 아닐까? 필자는 오리지널·스몰배치·니트로 세 가지 종류의 콜드브루 중 스몰배치 한 잔을 주문했다. ‘뜨거운 커피는 코로 마시고, 차가운 커피는 눈으로 마신다’는 말이 있다. 갈증이 단박에 해소되는 청량감이 지배적인 가운데, 우리네 보리차 같은 구수함이 입안 가득 감돌았다. 카페인 부담만 없다면, 몇 잔이라도 마실 수 있을 만큼 목 넘김이 부드럽고 정갈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래서 스텀프 타운 하면 콜드브루, 콜드브루 하는구나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콜드브루를 병과 캔에 담아 판매하고 있어 기호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즐거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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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시골집 분위기 ‘스텀프 타운 커피’

 

카페라테는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매력인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볶음도가 높지 않음에도 신기하게 산미가 별로 없었고, 전체적으로 균형감이 잡힌 것이 매력적이었다. 시애틀의 카페 비타와는 또 다른 카페라테의 신세계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커피 위에 살짝 얹어진 우유 거품은 실크처럼 부드러웠고, 에스프레소와 잘 섞여서 우유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소했다. 스팀 온도 또한 적당해 비리거나 텁텁하지도 않았다. 카페라테의 교과서를 보는 듯 황홀했다.

 

시애틀의 커피가 대중적인 맛을 추구한다면, 포틀랜드의 커피는 각자의 개성이 충실히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커피의 볶음도 역시 시애틀은 중간 볶음 이상으로 쓴맛을 강조한 카페가 많았던 반면, 포틀랜드는 중간 볶음으로 산미와 커피의 복합적인 맛을 내려는 커피집이 주를 이루었다. 필자가 찾은 포틀랜드 대부분의 커피집은 스페셜티급 생두와 그보다 더 귀하다는 마이크로 랏 생두를 산지 농장에서 직거래로 가져와 자가 사용과 판매를 겸하고 있었다. 시애틀의 스타벅스가 잘 짜인 시스템과 거대 자본으로 견고하게 쌓은 영주의 성(城)이라면, 포틀랜드의 스텀프 타운 커피는 오직 실력과 지역 주민과의 관계를 통해 쌓아 올린 정겨운 시골집 토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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