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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민원이 ‘청와대’로 몰린다

청와대 홈페이지 하루 평균 300개 청원…“장난 섞인 민원은 자제해야” 지적도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3(월) 09:30:00 |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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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일 많이 들어가는 사이트가 ‘청와대 청원 코너’다.” “청와대 청원, 내 ‘자주 가는 사이트 목록’에 뜰 듯….”

 

최근 온라인에선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홈페이지에 신설된 ‘국민청원 및 제안(국민청원)’ 코너는 지금 가장 뜨거운 ‘여론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갖가지 이슈가 가장 먼저 이곳으로 몰려 연일 방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 아래 개설된 ‘국민청원’ 게시판엔 개설 후 하루 평균 300개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페이스북·카카오톡·트위터 계정으로 편리하게 로그인할 수 있으며, 청원이 접수되면 각 청와대 수석실로 곧장 할당돼 검토가 이뤄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등 기존에 있던 여느 민원 창구보다 참여도가 높다. 온라인에서 논의가 활발한 청원은 한나절 동안 수만 건의 서명이 달리기도 한다.

 

현재 가장 반응이 폭발적인 청원은 단연 9월6일 게재된 ‘조두순 출소 반대’ 건이다. 청원 두 달 만에 42만 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해 게시판 개설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조두순은 2008년 8살 여자 아이를 무참히 성폭행하고도 3년 후인 2020년 출소를 앞두고 있어 여론의 분노를 사고 있다. 처음 청원한 글쓴이는 “제발 조두순 재심 다시 해 무기징역으로 해야 한다”는 글과 함께 서명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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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20만 명 이상 서명한 청원엔 직접 답변

 

청원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던 중, 11월7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출소 반대 여론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나흘 새 20만 명 이상 증가하는 현상을 빚었다. 이들은 “피해자가 숨어 살아야 하는 말도 안 되는 나라다” “조두순 이름만 들어도 소름 끼친다” 등의 댓글을 달며 청원에 동참하고 있다. 서명에 참여하려는 접속자가 갑자기 몰리면서 11월8일 오후와 9일 오전 한때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20만 명 이상의 추천(서명)을 받은 청원에 대해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가 30일 이내 직접 답변해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8월 게시판 개설 후 3개월여 동안 서명 20만 건을 넘긴 청원은 ‘소년법 폐지’ ‘낙태죄 폐지’에 이어 ‘조두순 출소 반대’가 세 번째다.

 

지난 9월 발생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소년법 폐지 청원은 한 달도 안 돼 20만 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그러자 정부는 공식 SNS에 ‘친절한 청와대’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직접 답변을 내놓았다. 영상은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이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재 청와대는 10월29일 20만 명을 돌파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서도 ‘당연히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밖에도 청원 게시판은 매일 터지는 갖가지 이슈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한샘 여직원 성폭행 사건의 올바른 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2만5000명 이상의 서명을 얻어 ‘베스트 청원’에 올라 있다. 스포츠 경기나 공연 암표상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에도 2만 건 가까운 서명이 모였다. 댓글에 자신의 피해 경험담을 적으며 지지를 표현하는 이들도 많았다. 과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에 대한 재조명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거론돼 온 2005년 발생한 부산 개성중학교 폭행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무죄를 받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한 청원은 9월13일부터 3개월간 약 2만 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게시판은 활용되고 있다. 정치와 관계된 가장 대표적인 청원은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심판 청구’다. 9월11일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자유한국당을 헌법정신에 반하는 ‘반(反)민주정당’으로 규정했다. 방송 장악과 국정원 댓글 알바 활동 등 구체적인 근거를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엔 게재 두 달 동안 2만7000여 건의 서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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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투표 우려…장난·도배式 청원도 많아

 

현 정부 모토대로 해당 게시판은 ‘소통’ 면에서 가장 열려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간편한 로그인 방식이나 댓글 기능 면에선 이전 정부는 물론,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와 비교해도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원의 무게가 지나치게 가벼워지거나 게시판이 국민들 간 싸움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례로 ‘나에게 50억만 달라’ ‘남자도 인공자궁을 통해 아기를 낳게 하자’ ‘데이트 비용을 지급해 달라’는 등의 장난 섞인 청원이 매일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 민원이 아닌 종교적인 내용의 글을 반복 게재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8월에 올라온 ‘여성 군복무 의무화’ 청원은 온라인상에서 성(性)대결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서 ‘온 동네 청원을 다 청와대에 하고 있다’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오만 것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이슈의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원 게시판인 ‘국민참여마당’ 업무를 담당했던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장은 “청원으로 올라오는 업무 대부분은 사실 구청 선에서 해결해야 할 경미한 일들”이라며 “청와대에 바로 얘기하는 게 더 힘이 실릴 거라는 생각이겠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업무상 상당히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번 서명하지 못하도록 막는 시스템이 허술한 것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톡 등 4개의 계정으로 한 사람당 최소 4번 서명할 수 있는 건 물론, 같은 계정으로도 PC와 모바일을 오가며 거듭 참여할 수 있다. 실제 SNS엔 특정 청원에 많게는 12번까지 서명했다는 글들이 적잖이 올라와 있다. 이렇게 쌓인 서명 수에 따라 청와대의 답변 여부가 정해지는 현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민경배 교수는 “현재 청원 게시판은 완벽하게 제도화되지 않아 처리상 모호한 점이 많다”면서 “온라인 공론장이 청와대 게시판으로 독점화되는 지금의 현상은 그리 이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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