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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비 플레이’로 이뤄내는 충무로 세대교체

흥행 담보 기성배우에 가능성 있는 주연급 신인배우 조합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3(Sun) 15:00:00 |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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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가 발 빠르게 진행되는 TV 드라마 분야와 비교하면 영화는 상대적으로 그 속도가 더딘 편이다. 200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3인방 송강호·최민식·설경구는 아직도 탄탄하게 충무로를 지키고 있다. 그 외 주연급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영화계에 세대교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영화들이 배우 풀의 급작스러운 교체보다는 ‘콤비 플레이’를 지향해 의미 있는 결과들을 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흥행력과 연기력 면에서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기성배우들과 가능성 넘치는 주연급 신인배우들의 조화를 꾀하는 기획 영화들이 두루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개봉작만 해도 여러 편을 떠올릴 수 있는데, 최근 개봉한 《7호실》과 《침묵》도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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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능란 신하균, 젊은 패기 도경수가 만난 《7호실》

 

11월15일 개봉한 《7호실》은 우리 사회 ‘을(乙)’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다. 망해 가는 DVD방을 운영 중인 두식(신하균)은 어떻게든 가게를 처분하려 분투한다. 밀린 시급을 받아야 하는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은 어쩔 수 없이 가게에 붙어 있는 중이다. 기적처럼 매수자가 나타나 기쁨에 젖은 것도 잠시, 우연한 사고로 또 다른 알바생이 가게에서 사망한다. 당황한 두식은 7호실에 시체를 숨기는데, 여기는 태정이 빚을 탕감할 목적으로 운반을 제안받은 마약을 숨겨둔 터다. 밀봉하듯 방을 닫아 일단 계약부터 성사시키려는 두식과 이 사실을 모른 채 어떻게든 그 방을 열어야 하는 태정의 대결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정규직을 꿈꾸는 비정규직 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 사회의 계층과 불평등 문제를 기발하게 꼬집었던 《10분》(2013)을 연출한 이용승 감독의 신작이다. 그가 이번에는 임대료 지옥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학자금 대출 지옥에 시달리는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국 사회의 다른 그늘을 조명한 셈이다. 극 중 두식의 가게가 위치한 곳부터 의미심장하다. 한때 개발 투자가 경쟁적으로 벌어지면서 성황을 이뤘으나, 지금은 상권 분위기가 가라앉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을과 을의 싸움’은 현실적이어서 슬프고 다분히 코미디를 의도한 것이라 우습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소한의 동선과 명확한 캐릭터 설정, 입에 착 달라붙는 대사들로 상황들을 빚어낸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대부분의 상황이 DVD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구조상 두 주연배우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보여주는 신하균과 도경수의 콤비 플레이는 기대 이상이다. 능글맞을 정도로 능수능란한 대사 처리와 물 오른 코미디 감각을 보여주는 신하균의 노련함,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와 영화 《카트》(2014)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간 여러 편의 영화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주연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던 아이돌 스타 도경수의 신선함이 만나 빚어지는 시너지가 탁월하다.

 

생각해 보면 이는 시간이 흐르며 충무로에 생겨난 재미있는 풍경이다. 신하균이 2000년대 초반 송강호와 함께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 백윤식과 함께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에 출연했던 젊은 배우였음을 상기해 보라. 지금은 중견 배우가 된 신하균이 처음 스크린에 데뷔할 때 나이는 《7호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도경수와 비슷하다. 현재의 충무로는, 과거부터 활발하게 활동했던 주연급 배우들이 새로운 세대와 호흡을 맞추면서 작품의 안정성과 신선함을 동시에 꾀하게 할 수 있는 기획들을 두루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제작 추세가 단독 주연보다 멀티 캐스팅, 혹은 분산형 캐스팅에 집중되면서 생긴 변화다. 여전히 한국영화를 책임지는 든든한 기성배우 풀에 더해 재능 있는 주연급 신인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 시기이므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7호실》을 비롯해 이 같은 긍정적 사례들은 최근 개봉한 몇 편의 영화들에서도 발견된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최민식 주연의 《침묵》이 있다. 재력가 태산(최민식)의 약혼자이자 유명 가수 유나(이하늬)가 살해되고, 태산의 딸 미라(이수경)가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재판이 시작된다. 사건 당일 일어났던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미라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태산은 과거 미라가 믿고 따랐던 젊은 변호사 희정(박신혜)을 선임한다. 태산은 미라를 범인으로 몰아붙이는 검사 성식(박해준)도 상대해야 하며, 유나가 살해되던 날 CCTV를 가지고 있는 유나의 광팬 동명(류준열)과도 접촉해 사건을 해결하려 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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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부터 《불한당》까지 보여준 가능성

 

이 영화는 엄밀히 두 명의 주연배우가 펼치는 콤비 플레이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정확하게는 최민식이라는 믿음직한 배우를 극의 중심에 두고, 그의 주변을 둘러싼 각각의 인물들과 카운터파트를 주고받는 재미를 목격하게 하는 영화에 가깝다. 태산과 유나가 만날 때는 멜로, 태산과 미라가 마주할 때는 가족 드라마, 태산과 희정 혹은 성식이 맞부딪칠 때는 차디찬 법정 드라마, 태산과 동명이 거래할 때는 스릴러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결국 ‘태산이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극의 온도와 장르가 조금씩 바뀐다. 그리고 최민식의 노련함은 그와 상대하는 젊은 배우들의 재능을 자극하고 역량을 끌어올리는 매개로 기능한다.

 

캐스팅과 작품의 시너지가 맞아떨어진 최고의 케이스로는 올해 5월 개봉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빼놓을 수 없다. 작품 안팎으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설경구는 젊은 배우 임시완과 호흡을 맞춘 이 누아르로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가 나누는 눅진한 감정들은 이 영화를 누아르로 가장한 진한 멜로드라마로 해석하게끔 한다. 누아르의 단골 소재인 언더커버(위장 잠입)를 내세웠지만 인물의 정체를 드러내는 구조가 아닌, 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이 주고받는 감정, 그리고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 나간다는 점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시나리오였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관객과 평단이 설경구라는 배우의 내공을 재확인하고, 신예 임시완의 가능성을 확신하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영화들은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충무로가 고민해야 할 기획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결과로써 충실하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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