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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보다 비싸도 ‘펫택시’ 타는 이유

[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규제․단속 사각지대서 성업…시대 변화 발맞춰 "관련 법규 마련해야" 목소리도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8(Fri) 0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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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강아지 답답해하면 뒷좌석에 꺼내놔도 돼. 개 데리고 택시 잡는데 고생 좀 했겠네.” 

얼마 전, 저의 반려견 ‘오봉이’를 데리고 택시를 탔습니다. 애견 미용실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단골 애견미용실은 저희 집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 평소 오봉이를 데리고 이동해야 할 땐 저희 집 자동차로 움직입니다만, 이날은 카센터에 차를 맡겨둔 터라 그럴 수가 없었죠. 

 

방법은 두 가지였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거나.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만만치 않게 나가는 오봉이의 몸무게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꼬똥드툴레아 종(種)인 오봉이는 몸무게가 13kg입니다. 기본적인 체구도 큰 편인데다 살집도 있죠. 오봉이를 넣은 이동장을 들고 버스를 오르내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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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반려견 이동장을 들고 택시를 잡는 제 앞으로 ‘빈차’ 사인을 켠 택시들이 몇 대나 지나갔습니다. 반려견 동승을 원치 않는 택시를 타면 괜히 마음만 불편할 게 뻔한지라, 저도 지나치는 택시들을 애써 잡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제 앞에 멈춰선 택시의 기사님은 다행히 반려견의 동승을 흔쾌히 받아줬습니다. 심지어 이동장 안에서 답답해하는 오봉이가 뒷좌석에 앉아갈 수 있게 배려해줬습니다. 견주로서 눈물나게 감사한 일이죠. 

 

개를 키우다보면 개와 동반해 이동해야 하는 일이 반드시 한 번은 발생합니다. 병원에 가거나 이사를 가거나, 저의 경우처럼 애견미용을 가거나 하는 경우들이죠. 자가 차량 소유자가 아니라면 개를 데리고 이동할 방법이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반려견을 데리고 버스나 택시를 타는 건 불법 행위는 아닙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소형견은 이동장에 담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승차거부시 운수업체와 운전기사는 신고의 대상이 됩니다. 지하철이나 기차의 경우 원칙적으로 반려동물 승차는 허용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론 이동가방 이용 시 별다른 제제를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타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고, 때론 승차거부를 당하거나 운전기사님의 타박을 받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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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요금 최소 8000원 펫택시 “맘 편해서 좋아”

 

3살 된 푸들을 기르는 김혜경씨는 최근 ‘펫택시(pet taxi)’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개를 데리고 다니기 위해”서였죠. 펫택시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펫(pet)’과 ‘택시(texi)’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자동차로 반려동물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로, 반려동물을 동반해야만 사람도 이용 가능합니다. 동물만 원하는 곳까지 옮겨주기도 합니다. ‘더 이상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택시를 타고 다니고 싶다’는 반려인구의 니즈(needs)를 읽은 반려동물 사업이죠. 

 

“개도 택시타냐”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지만, 펫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는 사치가 아니라 ‘남에게 피해도 안 주고 나도 편하기 위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동장에 넣어서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중․대형견을 키우는 견주들에겐 반가운 서비스죠.

 

펫택시 내부엔 애견시트, 애견 안전벨트, 배변패드 등 반려동물 편의시설이 준비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펫택시 업체는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1~2년 사이 펫택시 업체가 서울에만 10곳 가량 생겼다고 추정합니다. 아직까진 서울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지만 지방 주요 도시에도 관련 서비스가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용요금은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기본요금에 미터당 추가요금이 붙는 방식입니다. 펫택시는 이 기본요금이 비쌉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8000~2만원 선입니다. 서울시내 일반 택시의 기본요금이 2km에 3000원이고, 모범택시가 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비쌉니다. 그래도 하루 평균 이용건수가 50건 안팎이라고 합니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말이죠. 펫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혜경씨는 “내 돈 주고 맘 편히 다닐 수 있어 좋다”고 말합니다. 펫택시 내부에 구비된 각종 애견용품으로 동승한 반려견의 안전도 담보되고, 사전예약제이기 때문에 승차거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펫택시가 반려인구 1000만시대의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자, 이를 둘러싼 잡음도 일고 있습니다. 영업용 차량이 아닌 일반 차량으로 펫택시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택시 업계는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으로 대가를 받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여객운송법상 자동차에 사람을 태우고 이용요금을 받으려면 면허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펫택시는 영업면허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반면 펫택시측은 “반려동물 요금만 받고 동승자에 대한 요금은 받지 않는다”며 “펫택시는 운수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맞받아칩니다. 한 펫택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펫택시 이용요금은 반려동물의 운송에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반려동물이라는 ‘짐’을 운송하는 것으로 사람에 대한 요금은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자동차를 ‘사람에 대한’ 운송용으로 제공해 돈을 받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민법상 반려동물은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분류되죠. 그러니까 사람은 무상으로 태워주고 법적으로 물건인 반려동물에 대해 운임을 받는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저촉되지 않게 됩니다.

 

그럼 화물운송에 대한 법적 근거는 어떨까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사용자는 허가를 받지 않고 유상으로 화물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펫택시 서비스에 사용되는 자동차는 화물자동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이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도 받지 않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중에 어느 것으로도 펫택시를 규제할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국내에는 펫택시에 관해 딱히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습니다. 국내 택시법령을 주관하는 부서는 국토교통부입니다만, 현재 운송 법령 가운데 펫택시 관련 사항은 없습니다. 반려동물 문화의 발달과 반려인구의 증가로 인해 새로이 생겨난 신사업인 만큼 법규와 규제 공백지대에 놓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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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시 보험료 받을 수 없어

 

규제가 없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업용 면허가 없는 펫택시를 타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보험료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관련당국이 없으니 단속대상이 아닌만큼, 사고 시 보험 적용, 운전자의 능력 등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습니다. 

 

보험업계에서도 교통사고 발생 시 탑승고객이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종합보험의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일반 자동차 보험을 가입했다면 사고가 나더라도 동승자와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보상이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택시 차량이 보험에 등록돼 있어도 사고 시 동승자만 보상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타고 있던 반려동물은 보험법상 ‘대물’로 취급됩니다. 

 

펫택시 운영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자, 당국도 이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국토교통부 측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서 여객 자동차가 동물을 운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펫택시’의 반려동물 운송 행위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지난해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엔 반려동물 관련 영업에 동물운송업이 포함됐습니다. 동물운송업 또한 신고 대상 영업으로 추가되면서 모든 펫택시 업체는 내년 3월 이후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등록해야 합니다. 해당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개정안 시행이 펫택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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