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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아이는 무서운 감독이 될 수 있을까

39살에 프로팀 감독 된 고종수, 젊은 바람 부는 K리그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3(Wed) 11:59:01 | 14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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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은 ‘무서운 아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소설가 장 콕토가 쓴 동명의 책 제목에서 비롯된 이 표현은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스포츠계에서는 재능과 개성을 갖춘 거침없는 어린 스타의 별명으로 즐겨 쓰인다.

 

이 별명이 따라붙었던 대표적인 선수는 고종수다. 1978년생인 그는 1996년 금호고 졸업과 동시에 신생팀 수원 삼성의 창단 멤버로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어린 나이지만 정확한 패스와 크로스, 센스 있는 플레이, 왼발에서 나오는 강력한 슛과 프리킥으로 금방 주목을 받았다. 득점 후 펼치는 텀블링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고종수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기점으로 이동국, 안정환과 함께 한국 축구의 신(新)트로이카로 자리 잡아 프로축구 중흥을 이끌었다. 성인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등에서도 에이스로 확고히 부상했다. 축구는 물론 연예계에서도 고종수를 찾을 정도로 실력과 인기 모두 하늘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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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축구 천재, 젊은 감독으로

 

거칠 것 없던 천재 고종수의 축구 인생은 그에게 최고의 무대가 될 거라 믿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을 1년 앞두고 꼬이기 시작했다. K리그 경기 도중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은 것이다. 부상도 문제였지만 심적 붕괴가 컸다. 이후 J리그 진출을 택했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 리그에 복귀해서도 이적 문제로 소속팀과 갈등을 일으키며 임의탈퇴, 소속팀이 없는 무적 신세를 거듭했다. 2007년 백지 연봉으로 입단한 대전 시티즌에서 부활의 기미를 보였지만, 2008년을 끝으로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한국 축구를 책임질 희망에서 비운의 축구 천재로 선수 생활을 마친 고종수는 2011년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지도자만큼은 바닥에서부터 철저히 배워나가겠다”는 다짐을 지켜갔다. 고교팀 코치로 시작해 스카우트, 2군 코치, 1군 코치로 올라가는 데 6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7년에는 수원의 리저브팀(2군)을 맡았다. 용두사미의 선수 시절을 겪어서인지 심지가 굳어진 그는 “예전엔 내가 최고인 줄 알고 까불었지만 지금은 한 번 참고, 두 번 참는 성격이 됐다”며 ‘지도자 고종수’를 소개했다.

 

2017년 11월 고종수는 차근차근 지도자로 성장 중이던 수원을 떠나 대전으로 향했다.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 소속의 대전 시티즌이 그를 11대 감독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2017 시즌 2부 리그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한 대전은 이미 시즌 중 전임 이영익 감독이 물러난 터라 사령탑 교체는 불가피했다. 지역 출신 지도자들이 하마평에 오르던 가운데 지난 10월 부임한 김호 대표이사가 전격적으로 고종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1994년 미국월드컵 대표팀과 수원 삼성 1대 감독으로 활약한 김호 대표는 만 18세의 고졸 선수 고종수를 프로 무대로 이끈 은사다. 고종수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전의 부름을 받고 고민했지만 스승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처음 감독을 맡은 만큼 판단, 결정, 책임 모두 짊어져야 하는 역할에 부담이 클 수 있다. 김호 대표의 경험과 조언은 고종수 감독의 시행착오를 줄일 완충 효과가 될 수 있다.

 

2015년 1부 리그 승격의 기쁨을 맛봤지만 1년 만에 강등된 대전은 지난 2년 동안 추락을 거듭했다. 우수한 선수는 모두 떠났고, 팀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김호 대표와 고종수 감독은 2007년을 추억하고 있다. 당시에도 위기였던 대전의 지휘봉을 긴급히 잡았던 김호 대표는 고종수를 앞세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축구특별시’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잠재된 축구 열기가 뜨거운 대전의 부활을 이번엔 감독과 선수가 아닌 대표와 감독으로 이끌게 됐다.

 

아직 30대인 고종수 감독의 등장은 K리그에 부는 새 바람의 풍속계 수치를 높였다.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는 2017 시즌이 끝나고 10개 팀 중 8개 팀이 감독 교체를 단행하거나 예정하고 있다. 새로운 사령탑에는 1970년대생 젊은 감독들이 대세다. 남기일(성남FC, 1974년생), 김대의(수원FC, 1974년생), 인창수(서울 이랜드, 1972년생) 감독이 주인공들이다. 고종수 감독 선임 일주일 뒤에는 1979년생 박동혁이 아산 무궁화 감독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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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젊은 감독 바람의 명암

 

시드니올림픽 대표와 국가대표를 거친 박동혁 감독은 아직도 K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하고 있는 이동국(전북 현대), 김용대(울산 현대)와 동갑 친구다. K리그 최초로 200골 기록을 돌파한 이동국은 최근 재계약에 성공하며 다음 시즌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김용대는 FA컵 MVP를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 역시 내년에도 현역이다. 2부 리그이긴 하지만 선수와 동갑인 감독들이 등장한 셈이다. FC 안양의 고정운 감독이 1966년생으로, 새롭게 선임된 감독 중 유일한 50대다. 아직 감독 선임을 매듭짓지 못한 부산 아이파크, 광주 FC도 40대 젊은 감독을 후보군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감독 바람은 축구계 전반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홍명보, 박지성 등이 대한축구협회 행정에 합류하며 기성세대를 밀어낸 것처럼 K리그 챌린지도 최근 기회를 잡았던 50대 감독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40대는 물론 30대 감독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기대치는 높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올림픽 등 세계무대에 빈번하게 뛰어들고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 세대들이 감독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진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일본·중국·남미 등을 거치며 경험의 색이 다채로운 이들이 쏟아지는 만큼 전술, 선수 기용 등 축구 내적인 변화는 물론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축구단의 경영·행정까지 감독들이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너무 젊은 감독들이 구단에 휘둘릴 것을 우려한다. 선수로서의 경험은 충분하지만 다수가 프로팀 감독 데뷔는 처음이니만큼 의사 결정에서 구단의 목소리에 일방적으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승강제 도입 후 K리그, 특히 2부 리그는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기다림이 필요한 젊은 감독들이 결국은 구단에 이용만 당하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희생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선수 이미지가 강한 고종수로 대표되는 젊은 감독들의 등장은 K리그에 어떤 영향을 줄까. 2017년 K리그는 2013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했다. 투자와 흥행 모두 위축되고 있는 K리그가 여전히 옛 추억에 기대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신반의에 대해 젊은 감독들이 자신의 능력으로 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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