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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불만 “지금이 韓·中 정상회담 할 땐가?”

한·중 관계 회복은 한·미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18(Mon) 15:00:00 | 14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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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옵션 실행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북 압박에 전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 정상의 ‘한반도 전쟁 불가’ 합의에 대해 기분 좋게 생각하겠는가?” 중국 베이징에서 12월14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전문가가 내뱉은 답변이다. 그는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한·중 정상의 입장도 “트럼프 대통령은 못마땅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입장도 “결국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가 강해 트럼프 행정부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기분 나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합의했다는 ‘4가지 원칙’ 중에 ‘한반도 비핵화 원칙’ 말고는 미국이 환영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국무부 관계자도 “한·중 정상회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중국 정부에 물어보라”며 퉁명스러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중 관계 개선을 기대한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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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우리 정부에 ‘줄서기’ 강요할 수도”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최대한 압박(maximum pressure)’ 작전을 구사하고 있는 와중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놓고 이야기는 못하지만, 대북 압박과 제재를 한참 강화해도 못마땅할 시기에 문 대통령이 항상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시 주석을 지금 만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11월초에도 중국 정부에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사드(THAAD)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不) 정책’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관해서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당시 “확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권’까지 거론하며 한·중 정부 간의 이러한 기류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 일부 미국 외교관들은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미 동맹의 틈을 벌려 놓으려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한·미 동맹을 강조해도 부족할 시기에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인 셈이다.

 

미국 내에서도 주로 친한파(親韓派)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국 정부의 이른바 ‘균형 외교’ 방침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했던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는 언급을 미국 정치인들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현실적으로 한·미·일과 북·중·러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한반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기존 한·미 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것이 빤하다고 역설한다. 미국은 ‘남중국해’ 사례처럼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대중(對中) 견제’를 통한 패권 유지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결 구도 속에서 한국이 중국으로 기우는 것을 반길 리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삼각 동맹’에 공을 들이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친중(親中) 성향을 감지한다면 이른바 ‘줄서기’를 강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방문에 앞서 ‘대북 추가 독자제재’를 발표한 것도 미국의 이러한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발표에서 중국은 북한의 도발 중단이나 제재·압박 등을 언급하지 않아 미국 측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 발표에서 “두 정상이 북한의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며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발표나 관영 언론의 보도에서는 이러한 내용은 아예 빠졌다. 중국으로서는 양국이 따로 발표하기로 한 점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은 다 삭제한 셈이다. 가뜩이나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백악관은 오히려 한·중 정상회담이 진행된 시기에 때맞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발표했다. 양 정상이 10분간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이 통화에 관해 백악관이 두 문단도 안 되는 발표문에서 유독 “양국 대통령은 북한의 매우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중 정상회담을 희석할 견제구를 날렸다는 성급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중 간 첨예한 대립 생기면 한국 더욱 난처해질 듯

 

이에 관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에 한·중이 합의했다는 ‘4가지 원칙’을 트럼프 대통령이 좋게 볼 리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잘 판단해 조화롭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충격 외교(shock diplomacy)’의 달인”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 불사론까지 휘두르면서 긴장을 최고조로 이끌어낸 다음 자기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특히 “설령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대로 중국에 원유 중단 등 대북 압박을 강하게 요청한다고 해도, 중국 정부한테는 통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우리 나름의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국제관계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균형 외교’를 비롯해 우리 정부가 마음대로 한반도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드 문제로 시작된 한·중 간의 냉랭한 관계가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복원기로 접어들었지만, 자칫 대북 문제를 둘러싸고 이번에는 한·미 관계가 ‘삐걱’거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북한 문제를 떠나서라도 미·중 관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국 정부는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산 넘어 또 산’의 숱한 난관들이 눈앞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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