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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낯설지도, 너무 익숙하지도 않은, 강릉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4(Sun) 1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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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2일이면 서울과 강릉을 한 시간 반 거리로 연결해준다는 고속철도가 개통된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한 여러 교통인프라 사업들의 결과물 중 하나다. 이전에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기차를 타고 가려면 무궁화호로 6시간가량을 달려야 했다고 하니, 고속철도 개통은 상당히 파격적인 사건이다. 

 

개인적으로 강릉은 명성에 비해 생소한 도시였다. 여행을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나서는 대학교 1학년 때 경포대로 MT를 다녀온 것이 전부다. 아무리 고속도로가 잘돼있어도 물리적인 거리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그 때 경포대에서 바라본 동해바다의 풍경은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짙은 푸른색의 광활하고도 텅 빈듯한 동해의 바다는 마치 이 세상의 끝이자, 또 다른 피안의 세계로 가는 입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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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개통으로 서울서 부쩍 가까워져

 

이달 초, 오랜만에 다시 찾은 강릉의 바다는 여전히 웅장했다.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라면 해변을 따라 줄지어 들어선 수십곳의 카페들이었다. 언제부턴가 강릉은 ‘커피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그 유래가 재밌다. 지금은 카페들이 가득 늘어서 있는 안목해변은 원래 커피 자동판매기로 유명했던 곳이라 한다.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커피 한잔 들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그 시절의 작은 사치였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6시간을 달려 강원도의 거친 산맥들을 돌고 돌아 비로소 동해바다를 마주했을 때, 일상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일탈의 시공간이 주는 특유의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이 간다. 거기에 따뜻하고 달달한 커피 한잔이면 시린 바닷바람도 기분 좋은 힐링이 됐을테다.

 

이제 커피자판기의 자리는 넓고 세련된 카페들이 대신하며 옛날의 낭만과는 다른 장소가 됐다. 주말이라 더 북적거리는 카페는 시끄러워서 대화조차 힘들었지만, 그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덕분에 이 ‘커피거리’의 명성은 한동안 계속되리라.

 

그런데 동해안의 하고 많은 도시 중에 왜 유독 강릉이 이렇게 주목을 받을까. 90년대 국민드라마였던 ‘모래시계’의 촬영지라는 등의 소소한 이유들은 차치하고, 강릉이 오래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강원도의 주요 대도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강릉은 고려시대부터 강릉 대도호부로서 행정적, 문화적 거점이었고 그 위상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강원도’라는 지명 또한 강릉의 ‘강’자를 따서 지었을 정도였다. 덕분에 고즈넉한 역사유적지까지 품은 도시가 되어, 잠시 일상을 떠나온 다른 도시민들에게 너무 낯설지도, 너무 익숙하지도 않은 볼거리 많은 휴가처가 됐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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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거리에 단오제까지, 볼거리 많아

 

강릉이라고 하면 단오제를 빼놓을 수 없다. 대관령 국사성황신을 숭상하는 근래에 보기 힘든 전통축제다. 강릉에서는 음력 5월 5일인 단오를 전후로 8일간 대규모로 축제가 벌어지는데,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마케팅된 지역축제가 아니라 전통적인 축제의 의미를 계승하고 있다. 혹자는 강릉단오제가 이렇게 명맥을 잘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강릉이 강원도의 험준한 산맥들로 인해 다른 지역과 단절돼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강릉의 지형적 고립은 문화적인 특수성을 발전시켜 관광명소로서의 자질을 단련시킨 역설을 낳은 셈이다.

 

그래서 도시에 대한 주민들의 애착과 그들만의 공동체의식이 좀 더 각별한 것일까. 강릉의 역사적인 중심지 명주동은 지난 과거의 소박한 기억들을 보존하려는 강릉문화재단과 주민들의 노력덕분에, 조금 낡았지만 잘 가꾸어져 그 특유의 시간적 깊이를 내뿜는 골동품 같은 동네였다. 여느 다른 도시의 구도심들과 비슷하게 강릉시청이 이전하고 신시가지가 발달하면서 그 위상이 점차 시들해지긴 했지만 낡고 소외된 동네 같진 않았다.. 오래된 방앗간은 카페가 됐고 옛 초등학교 건물은 지역주민을 위한 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여러 셋방을 놓았다던 한 주택건물은 마을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마을박물관이 되었는데, 주민들이 알차게 모아놓은 옛날 생활용품이나 지금은 볼 수 없는 이 동네의 옛 풍경을 기록한 사진들로 채워지는 중이었다. 박물관을 지키던 주인분은 요즘 서울의 ‘뜨는 동네’ 성수동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와 이렇게 동네의 옛 기억을 보존해가는 것을 부러워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시며, 이 공간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경강선 고속철도 개통은 강릉에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너무 익숙한 여행지인 탓에 관심이 시들해졌다면 다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전까지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강릉관광의 정석이었다면, 여러 투어프로그램들을 통해서 강릉의 숨겨진 다른 매력적인 장소들을 발견하게 할 수도 있다. 한편 갑자기 편리해진 교통이 강릉의 전통적인 매력들을 퇴색시키는 원인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도 되지만, 이 도시에 대한 주민들의 탄탄한 애정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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