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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치매의 시작은 주관적 경도인지장애

증상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 치매전문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6(Sat) 20:01:00 | 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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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 P대표는 오랫동안 전자산업체에 근무하다 몇 해 전부터는 다국적기업 한국지사의 지사장을 맡고 있다. 은퇴 준비를 하고 있으며 취미 삼아 치는 당구를 꽤 좋아한다. 당구장에 고등학교 동창이 모이지만 대부분 은퇴한 지 오래됐고, 아직 경제활동을 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한때는 다들 잘나가던 사람들이었다. 천재들만 모인다는 소리를 듣던 고등학교를 나왔고, 졸업 후 각자의 전공과 진로가 달라 저마다 생활환경도 달라졌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모임을 유지해 왔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심사는 여생을 버텨낼 경제적인 문제와 건강 문제다. 새로운 경제활동을 시작하거나 투자하기에는 겁이 나고 부담이 커서 대부분 절약으로 버티고 있다. 당구장에 나오는 것도 절약하는 경제 행위에 해당되고, 삼삼오오 즐기는 당구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셈이지만 다들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며 치매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P대표도 올해부터 기억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메모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졌고, 본인이 시킨 일의 결과를 보고받을 때 그 일이 생소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예전과 달리 판단력이 떨어지고 결정력 장애가 생겨서인지 결재를 빨리 하지 않고 미루다 보니 직원들도 힘들어했다. 가끔 나오는 동창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는 그렇다 쳐도, 자주 만나는 친구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할 때도 있다. 매일 다니다시피 하는 당구장을 못 찾아 헤맨 적도 있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아내로부터 성격이 고약해졌다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주관적 경도인지장애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는 알 수 없다. 뇌가 나이를 먹으면 임상적 정상, 주관적 경도인지장애, 객관적 경도인지장애를 거쳐 치매에 이르게 된다. 당구를 즐기는 60대 동창 중에는 임상적 정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주관적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다. 임상적 정상이더라도 주관적 경도인지장애에 가까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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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직관으로 치료해야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되는 시점에는 이미 사멸된 뇌세포도 상당히 많으며, 많은 뇌세포의 활성도 떨어져 있다. 뇌세포는 대부분 재생되지 않지만 재활은 가능하다. 뇌세포 재활은 배타아밀로이드나 타우단백과 같은 몇몇 대상(major target)을 치료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뇌세포에 대한 전반적인(multi target)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치료는 약성이 약한 한약이 적합하다. 뇌세포의 재활 치료가 가능하다면 빨리 치료를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뇌세포가 재활되면 뇌세포의 활력이 커지고 세포 사멸도 늦게 시작되기 때문에 뇌가 나빠지는 속도가 느려진다.

 

P대표의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만일 지금 주관적 경도인지장애가 시작됐다면 지금과 같은 생활을 지속할 경우 향후 약 8년 정도 지난 70대 초반에는 치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 P대표가 지금 느끼는 증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뇌 기능은 뇌세포가 많이 사멸하고 남아 있는 뇌세포의 기능도 많이 떨어져야 표가 난다. 근거에만 의존하지 말고 추정적인 사고, 즉 직관에 의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으로 바꿔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인 노력으로 뇌세포 재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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