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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카페 창업'에 빠진 이유는?

[구대회의 커피유감] 커피 특유의 향미가 주는 매력에 빵 등 다른 음식과도 조화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8(Thu) 13:3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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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조사기관에서 20~30대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이 창업을 꿈꾸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업종은 카페와 제과점이었다. 두 업종이 약 60%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했는데, 이는 젊은 사람들이 커피와 빵에 얼마나 큰 관심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특히 카페에 대한 관심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장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왜 젊은 성인 남녀뿐 아니라 중장년 퇴직자들까지도 카페 창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커피가 주는 기쁨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잔의 완성된 커피는 향기를 맡을 때 한 번, 그리고 커피를 마실 때 또 한 번의 행복감을 준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 편안함과 여유를 느끼게 해 준다. 커피가 뜨거운 것은 시간을 두고 음미하면서 즐기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넘어서는 것은 바로 커피를 만드는 유희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는데, 시각적이고 후각적인 쾌감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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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청결함도 한몫

 

생두는 볶는 과정에서 특유의 고소하고 구수한 향을 뿜어낸다. 커피를 볶는 로스터는 옅은 그린에서 짙은 브라운으로 변하는 커피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 원두는 분쇄 시 미분이 공중으로 비산하면서 드라이한 커피 향을 만들어내는데, 이때 비산된 미세한 커피가루가 축축한 코에 흡착하면서 향기를 맡게 된다. 추출 역시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핸드드립을 예로 들면, 분쇄한 커피가루에 물을 부으면 볶은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원두는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를 두고 ‘커피 빵’이라고 한다. 이윽고 추출되는 커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커피를 만드는 자에게 가장 큰 기쁨은 무엇보다 커피를 받아든 사람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맛있게 커피를 마실 때다.

 

사람들이 카페 창업에 관심을 갖는 두 번째 이유는 커피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이다. 휴식 시간을 영어로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라고 한다. 휴식은 일을 잠시 멈추고 쉬는 것인데, 이때 커피를 마시며 쉬라는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 브레이크(Alcohol Break)’라는 말은 없다. 술은 일을 하는 중간에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일을 마치고 즐기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커피는 사람을 각성시켜 일에 집중하게 하지만, 반대로 술은 사람의 신경을 무디게 하고 몽롱한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술에 취해 일을 계속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 번째 이유로는 커피가 가지는 확장성 때문이다. 커피는 우선 빵과 잘 어울린다. 예전에는 빵집에서 커피를 사이드로 제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커피가 빵만큼이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빵을 먹을 때 자연스럽게 커피를 찾는다. 마치 실 가는 데 바늘이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커피는 파이와 쿠키 그리고 케이크와 궁합이 잘 맞는다. 달달한 조각 케이크를 먹으며 마시는 뜨끈한 아메리카노 한 잔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단맛과 쓴맛이 만나면서 미각을 자극해 식감을 한결 높여준다. 이런 이유로 베이커리 카페가 예비 창업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커피의 확장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에 ‘커피와 인문학’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없이 많은 블로그와 사이트가 나온다. 커피가 인문학사에서 가지는 의미를 강의로 만든 것인데, 커피 한 잔에 이런 의미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흥미를 끄는 내용이 많다. 이렇듯 커피의 확장성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곳으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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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업군에 비해 힘이 덜 들어

 

사람들이 카페에 대해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청결함이 한몫을 한다. 치킨점이나 중화요리점 그리고 다른 음식점들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잔반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가 말도 못하게 많다. 이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위생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이 든다. 하지만 카페에서 나오는 쓰레기라고 해 봐야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원두 찌꺼기, 빈 우유팩, 종이컵, 손님이 먹다 남긴 조각 케이크나 쿠키 등이 전부다. 음식물 쓰레기라는 것 자체가 없기 때문에 고약한 냄새도 없다. 이런 이유로 카페 창업이 20~30대 여성들의 로망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카페 창업을 원하는 이유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힘이 덜 들 것 같다는 것과 카페를 하면서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 등이 뒤를 잇는다. 필자 역시 위에서 언급한 커피가 주는 매력에 빠져 하던 일을 그만두고 커피를 배운 후 카페를 창업했다. 물론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단 한 번도 커피를 업(業)으로 삼게 된 것에 후회를 한 적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컴퓨터 자판 곁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긋한 커피 한 잔이 놓여 있다. 카페가 예비 창업자의 1순위 아이템에 오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제 카페는 끝물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린 지 오래다. 필자는 이를 역으로 생각하고 싶다. 무언가가 끝물이라고 하면 그만큼 그 시장이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승부가 남아 있는 것이다.

 

삼겹살집, 김치찌개집, 순댓국집에 대해 끝물이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미 검증받은 아이템이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커피 역시 그런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술을 끊는 사람은 있어도 커피를 끊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커피가 갖는 중독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커피의 해악이 크지 않고 커피가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도 언젠가는 나만의 카페를 만들고자 마음을 품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맛있는 커피를 많이 마시고, 틈틈이 커피 서적이나 커피 전문가를 가까이하면서 커피에 대한 지식을 쌓고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커피를 만들고 남에게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더한 행복감을 주는지 자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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