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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내세우며 점점 넓혀가는 디즈니의 세계 지도

《코코》 선보이는 디즈니·픽사, 그들이 만들면 이승 풍경도 남다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0(Sat) 11:00:00 | 14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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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7일(현지 시각)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은 디즈니·픽사의 신작 《코코》에 돌아갔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글로브는 매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아직 정식 후보 발표 전이지만, 각종 외신에서 오는 3월4일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코코》의 수상을 유력하게 점치는 이유다. 신작을 내놓기만 하면 흥행과 평단의 호평 모두를 이끌어내며 그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에 등극하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의 저력은 무엇일까. 《코코》는 그간 디즈니·픽사가 제일 잘해 온 것, 그리고 새로운 지향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쉽지 않은, ‘죽음’ 내세워

 

《코코》는 멕시코 소년 미구엘(안소니 곤잘레스)이 하룻밤 동안 겪는 모험을 그린다. 멕시코 최대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el Día de los Muertos)’에 벌어지는 일이다. 죽은 가족을 기리고, 산 자의 번영을 기원하는 날. 사람들은 즐겁게 해골 분장을 하고, 마을 곳곳에 망자(亡者)를 안내하는 주황색 금잔화 꽃잎을 뿌리며 축제를 준비한다. 이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는 《코코》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멕시코의 전설적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리 크루즈(벤저민 브랫) 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은 게 미구엘의 바람. 그러나 대대로 가족 모두가 신발 만드는 일을 해 온 미구엘 가문에서 음악은 요원할 뿐 아니라, 절대 금지의 길이기도 하다. 오래전 가족을 버리고 음악을 택한 조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족이 최우선 가치인 가문이기에 할머니를 비롯한 집안사람들은 미구엘의 꿈을 질색하며 말린다. 모두가 축제 준비에 한창인 때, 미구엘은 음악 경연대회 참여를 반대하는 가족에 반항하며 집을 뛰쳐나온다. 대회 참가 전 기타가 필요한 미구엘은 우연히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대고, 어찌 된 일인지 그길로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선다. 말로만 듣던 조상들뿐 아니라 꿈에 그리던 우상 에르네스토도 만나게 된 미구엘. 그러나 가족에게는 뜻밖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고, 그 일은 미구엘이 저승에서 만난 또 하나의 망자 헥터(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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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소년은 미구엘인데 영화의 제목이 《코코》가 된 이유는 영화의 후반에 밝혀진다. 미구엘의 집에는 거동이 불편할 뿐 아니라 가족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노인 ‘마마 코코’가 있다. 미구엘의 증조할머니다. 저승과 이승으로 나뉜 미구엘의 가족이 진정한 화해를 나누는 계기이자, 그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바로 코코다. 이 영화는 미구엘과 마마 코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들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인지 그 ‘한 조각’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코코》가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이다. 《업》(2009)의 주인공을 부인과 사별한 할아버지로 설정하는 등 상실의 정서를 영화 전체에 드리운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죽음이 중심에 놓인 건 디즈니·픽사 영화 중 처음일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쉽지 않은 시도다. 《코코》는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기억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남은 자는 죽은 자를 기억하고, 기억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그 가치를 믿지 않았던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직접 그 광경을 목격한 뒤 이승에서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 애쓴다. 감탄이 나올 정도의 화려한 색감과 환상적인 미래 도시를 보는 듯한 《코코》의 사후세계는 죽음을 향한 인간의 공포와 어두운 마음을 부드럽게 밀어낸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는 자연스럽게 삶과 죽음이 서로를 껴안고 있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천진한 소년의 모험담 아래 삶과 죽음의 철학, 가족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디즈니·픽사의 모험은 이번에도 더없이 성공적이다.

 

 

‘다문화 애니메이션’이라는 목적성에 부합

 

디즈니·픽사의 스토리텔링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치들을 모으는 시도로부터 출발한다. 우주를 유영하는 로봇을 통해 고전영화의 향수를 재연한 《월-E》(2008),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스포츠카 캐릭터가 느린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카》(2006) 시리즈,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인형들의 이야기를 담은 《토이 스토리》(1995) 시리즈 등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코코》는 저승과 음악이라는 낯선 조합을 통해 이 세계를 삶과 죽음이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묘사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이들이 모험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힘을 지닌 존재인지 이전보다 뚜렷이 알아가는 과정이 이 모든 영화들 안에 녹아 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장애나 고쳐야 할 점이 아니라는 것을 일러주는 것 역시 디즈니·픽사 작품들의 핵심이다. 다름은 곧 개성이다. 대표적으로 《도리를 찾아서》(2016)는 아예 결함이 있는 캐릭터들을 떼로 모아놓은 경우다. 심각한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블루탱 도리, 다리가 7개뿐인 문어, 음파탐지 능력을 쓸 수 없는 흰고래 등등. 이들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이뤄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건 이 모든 개별 특성들을 별나고 이상한 결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감싸 안는 스토리텔링의 방식이다. 《코코》에서는 가족 모두가 반대하는 뮤지션의 꿈을 지닌 미구엘,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이방인이었던 헥터가 극의 핵심 인물이다.

 

여기에 다양성 추구라는 회사 전체의 지향점이 더해졌다. 디즈니·픽사가 북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전 세계 문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선 작품은 디즈니·픽사 사상 최초다. 지난해 10월말 북미보다 앞서 개봉한 멕시코에서 《코코》는 당연하다는 듯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웠다. 죽은 자들의 날은 멕시코의 명절이지만, 조상을 모시는 가족의 풍습이라는 점에서 동양권 국가 관객들과의 심리적 거리감 역시 좁히는 기능도 한다. 실제로 《코코》는 중국에서 유령과 좀비 등이 나오는 외화 상영 검열 기준을 완화한 정부 정책과 맞물리며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는 지난해 인터뷰를 통해 2018년까지 제작하는 자사 영화의 20% 이상의 주인공을 소수민족으로 내세워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양성은 향후 몇 년간 디즈니의 핵심 전략이라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 폴리네시아 신화를 바탕으로 한 《모아나》(2016) 등을 비롯해 디즈니·픽사가 그리는 지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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