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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바람, “야근·특근 NO,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

자녀돌봄휴가·가족의날·PC오프제 등…중소기업은 여전히 ‘사각지대’

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ㅣ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8.02.03(Sat) 16:00:00 |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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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관통하는 경제계 키워드 중 하나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다. 조직문화 혁신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외치는 일반 사기업뿐 아니라 공직사회 역시 워라밸 문화 정착에 부심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무실 PC 전원이 꺼지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행해지는 워라밸 정책은 일과 가정의 양립, 삶의 질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 전반에 번지면서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공직사회서 시작된 ‘워라밸’ 재계에서 ‘진화’

 

‘저녁이 없는 삶’과 ‘과로사회’라는 오명을 숙명처럼 견딘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연간 2069시간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인 1763시간보다 300여 시간이나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욜로’(YOLO)족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만큼 자기계발, 취미활동, 휴식, 가족과 시간 보내기 등 회사와 조직보다는 개인을 위한 시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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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역시 2018년 신년사를 통해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장시간 노동과 과로가 일상인 채로 삶이 행복할 수 없다. 과로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정시 퇴근을 정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사처가 지난해 9월 48개 중앙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인당 평균 연간 근무시간이 현업직(경찰·세관 등 상시근무 체제나 토요일·공휴일 정상근무가 필요한 공무원)은 2738시간, 비현업직은 2271시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당장 공직사회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월16일 청와대 주재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육아시간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자녀돌봄휴가 일수 및 사유 확대를 골자로 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3월말에서 4월초 사이에 시행할 계획이다. 이로써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은 최대 2년 동안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현행 5일에서 10일로 늘어난다. 자녀돌봄휴가의 경우 학교 공식 행사 참석과 병원진료, 검진, 예방접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한 공공기관에 10년째 근무 중인 김아무개씨(대리·37)는 “가정통신문과 같은 학교에서 나눠주는 공문을 제출하면 자녀돌봄휴가로 아이의 학교 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금요일 4시에 조기 퇴근할 수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 제도도 올해부터 일주일 중 하루를 자유롭게 골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쁘다. 확실히 이전과 업무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에서도 워라밸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유통업계가 스타트를 끊었다. 신세계그룹은 1월1일부터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로써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 근무하게 되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를 시행하게 된다. 신세계는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과감히 제공함으로써 선진 근로문화를 구현하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큰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도 확산·사각지대 해소 등은 과제로

 

롯데마트 역시 올해부터 워라밸 문화 정착에 나섰다. 본사 전 팀에 자율좌석제를 도입하고 일정 시간이 되면 사무실을 강제 소등키로 했다. 자율좌석제는 롯데마트 본사 직원들의 자리를 동일한 집기로 구성하고 자리 구분 없이 출근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식이며, 무선 랜과 워킹 허브를 기반으로 노트북과 개인별 사물함(라커)을 활용해 업무를 볼 수 있는 일종의 ‘스마트 오피스’ 개념의 제도다. 아울러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오후 6시30분에 사무실을 강제 소등하던 것을 매일 강제 소등으로 확대 시행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한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은행권 최초로 재택근무, 자율출퇴근제 등 스마트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기 위해 PC 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업무집중층 1개 층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7시(가정의 날인 수요일은 오후 6시30분)에 을지로 사옥의 일반 사무실을 일괄 소등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오후 5시 이후 업무 지시 안 하기, 하나카드는 PC 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워라밸 문화에 대한 인식과 시행 모두 초기니만큼, 전 분야로 확산되기까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공공기관 ‘금요일 4시 퇴근’ 이행률이 방증하고 있다. 기재부의 경우 시행 초기 80% 이상이었던 신청자가 12월 50%대로 떨어졌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은 현재 근무 중인 회사의 워라밸 수준이 나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열악한 직업환경의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는 워라밸이 아직 먼 나라 이야기다. 서울 강남 소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주아무개씨(29)는 “워라밸은 인스타그램(SNS)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야근도 비일비재한 데다, 야근수당까지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라면서 “오히려 야근수당을 요구하면 반사회적이라거나 이기적이라고 찍히는 분위기여서 말도 못 꺼낸다. 법으로 정한 수당까지 안 주는데 추가 복지를 바란다는 건 언감생심”이라고 푸념했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몇몇 선진 기업들은 워라밸과 여성 우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소수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많다”면서 “다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일만 많이 하는 기업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에 주목하지 않는 기업들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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