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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전부 가짜뉴스다”…SNS만 집착하는 트럼프

트럼프, ‘언론과의 전쟁’ 벌이는 속내…“치밀한 계산의 산물”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0(Sat) 15:00:01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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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되고 나서야 언론이 얼마나 고약하고 비열하며 사악하고 거짓됐는지를 깨닫게 됐다.”

 

1월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폐막식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발언 내용이다. 한마디로 국제회의에 가서도 자국 언론을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칭했다가 본전도 못 건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과연 진실일까.

 

그가 말한 뉘앙스는 자신이 비즈니스를 할 때는 잘 몰랐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야 미국 언론들이 가짜 뉴스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도 ‘가짜’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지지율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였다. 미국 주류 언론은 그의 당선 가능성은 고사하고 관심조차도 두지 않는 형국이었다. 이런 이단아가 선택할 수 있는 싸움은 이른바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 즉 전쟁 선포였다. 트럼프는 대선 전부터 자신에게 관심도 두지 않는 주류 언론과의 싸움을 시작하면서 전략적으로 그들에게 ‘가짜 뉴스’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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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빼고는 전부 가짜 뉴스?

 

이 치밀한 전략은 결과적으로 그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대성공으로 결말났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가장 비판적이었던 CNN 방송을 첫 타깃으로 뉴욕타임스(NYT)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칭하며 전면전을 벌였다. 결과는 달랐다. 멀쩡한 사실(fact)을 보도해도 가짜라고 몰아세우는 정치지망생에 대해 해당 언론은 그가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고 다시 보도해야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미국 대중에게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트럼프라는 인물이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과 싸우고 있는 인물이며, 주류 언론은 이러한 사실도 보도하지 않는 같은 부류라는 프레임이었다. 그의 치밀한 이미지 전략은 결국 성공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기자들에게 “내가 당신의 뜻대로 사라지고 난다면 당신 방송의 시청률은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 거야”라며 여유 있는 배짱을 부릴 정도로 변해 버렸다. 주류 언론 기자들 사이에서 “결국 우리가 트럼프를 키워준 꼴 아니었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가 애초부터 주류 언론을 배척한 이유는 또 다른 데 있다. 그가 언론이 아니라 ‘트위터’로 대표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힘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 트위터이고 트럼프야말로 세계적인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하루에도 몇 개씩 ‘트윗’을 올리며 자신의 입장을 전파하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말해 준다. 이는 대선 과정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주류 언론에 반격을 가하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고, 이를 열렬한 지지자들이 다시 ‘리트윗’하면서 자신의 지지층을 더욱 확보하는 계기로 발전했다. 주류 언론이 이른바 ‘팩트 체크’를 통해 아무리 트럼프의 말이 ‘거짓’이라고 밝혀도, 그가 주류 언론을 공격하는 내용은 더 퍼져 나갔다. 결과적으로 더욱 지지층을 모이게 하는 기현상까지 속출했다. 따라서 트럼프 입장에서 원천적으로 주류 언론은 그의 당선은 고사하고 낙선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힘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가 오직 트위터만 맹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전략은 대통령 당선 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조금만 그의 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기사화해도 그는 그 언론에 ‘가짜 뉴스’라는 주홍글씨를 붙이고 있다. 그의 전략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최근엔 그나마 자신을 지지하는 언론으로 분류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포르노 배우와 성관계 사실을 무마하고자 거액을 지불했다는 보도를 내놓자, 이 역시 ‘가짜 뉴스’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FoxNews)’ 하나 빼고 살아남을 언론이 있겠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언론이나 기자들이 그의 지지자들한테서 위협적인 메일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신만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전략은 성공할까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과연 끝까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역설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트럼프 비판의 선봉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기를 맞아 1월17일, 독자투고면 전체를 트럼프를 예찬하는 지지자들의 글로 채웠다. 당신들은 우리를 ‘가짜 뉴스’라고 하지만, 우리는 당신들의 목소리도 게재할 정도로 공정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일종의 몸부림이었다. 반대편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물론 그동안 ‘폭스뉴스’ 외에는 ‘가짜 뉴스’라고 칭해 왔던 다른 주류 방송들과의 인터뷰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이는 타협의 결과라기보단 현직 대통령이란 직무상 이유로 인해 형성된 불가피한 변화일 뿐이다. 더욱 의기양양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1월17일엔 자신이 뽑은 가짜 뉴스 ‘톱 10’을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1등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CNN방송과 ABC방송 등이 줄줄이 순위에 올랐다. 그만큼 ‘언론과의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 의회 중간선거는 물론이고 재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끝까지 ‘언론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때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 실권자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운영하던 보수매체에서도 쫓겨난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1월29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디지털 세계는 물리적이고 아날로그 세계보다 더욱 현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능적으로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막가파’식으로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나름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에겐 ‘팩트’보단 논쟁 과정에서 자신이 더욱 부각되고 자신의 지지층이 결집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비판론자들은 트럼프의 도박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까진 통했을지 모르나 일국의 대통령으로선 더욱 빛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럼에도 이 패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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