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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협곡 따라 걸으며 만나는 철원의 또다른 모습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통일시대 준비하는 철원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8(Sun)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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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독 한파가 매섭다. 겨울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야외활동이 꺼려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1월20일,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은 각종 방한용품으로 단단히 무장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쪽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치어리더들이 유쾌한 공연을 펼쳤고, 하늘에는 비행선과 촬영용 드론이 날아다니며 들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은 바로 1년에 단 한번, 꽁꽁 언 한탄강 위를 걸을 수 있는 ‘한탄강 얼음트레킹 행사’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철원에서만 가능한 축제이자, 관광콘텐츠다.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강이 충분히 얼기 위해서는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열흘이상 계속돼야 한다고 한다. 철원은 그 정도로 춥다. 영하 10도 정도면 봄 날씨라는 철원 사람들의 농담이 무색하지 않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한겨울에 서울의 한강도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고 하지만, 대도시에서 얼어붙은 강 위를 걷는 일은 점점 꿈같은 이야기가 돼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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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한탄강 따라 걷는 ‘얼음트레킹’

 

한탄강 협곡은 따라 걷기에도 좋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주상절리와 기암괴석들은 이 지역의 자랑거리다. 이곳은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이기도 하다. 굽이치는 한탄강 줄기를 따라 매번 다양한 장면들이 펼쳐지니 7㎞의 트레킹코스가 지루하지 않았다. 너무 넓지도, 그렇다고 너무 옹색하지도 않은 적당한 강폭은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안정감을 선사했다.

 

한탄강 협곡의 풍경이 아름다운 만큼 이 주변에는 펜션들이 밀집해있다. 저마다 더 좋은 ‘한탄강 뷰’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하듯 늘어서 있는 모습이다. 필자도 가끔 이곳의 펜션을 찾지만, 막상 아래로 내려와 즐비해 있는 펜션 건물들을 보니 그 본새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한탄강은 그렇게 1년에 한번, 우리들의 무분별한 욕심에 경종을 울려주는 듯 했다.

 

중간중간에는 논농사를 위해 만들어진 양수시설들이 있는데, 그 건물외벽은 벽화로 채워져 있었다. 최근에 철원군에서 한탄강 양수장 리모델링 사업을 했다는 모양이었다. 벽화의 소재로는 한탄강의 유명한 지질명소들이 그려지기도 했고, 철원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만큼 두루미 그림과 조형물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아주 기발하다거나 독특하지는 않지만, 한탄강을 따라 걷는 동안 하나씩 문득문득 나타나 은근히 다음 것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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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코스를 따라 이동하는 활동은 중간 볼거리들이 종종 나타날 때 더 즐겁다. 이곳은 다른 계절에도 강변을 따라 트레킹코스가 만들어져 있고 여름철에는 래프팅 명소이기 때문에, ‘강을 따라 이동하는 활동’들이 연중 펼쳐지는 장이다. 애초 양수장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된 이유는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 때문이었다는데, 한탄강 풍경과 철원의 지역색을 해치지 않고 이곳에서 펼쳐지는 방문객들의 여가활동을 더 풍성하게 만든 좋은 시도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탄강 위를 걸을 수 있는 기간은 공식적으로 9일간으로, 개막행사가 열리는 이틀동안은 갖가지 이벤트가 많이 준비돼있었다. 이튿날은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도 함께 진행돼 특별함을 더했다.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출발지점에서부터 걷기 시작한지 2시간정도 지났을 때쯤 나타난 메인 행사장이었다. 특히나 지역주민들이 운영하는 먹거리장터는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쌀이 유명한 지역답게 이곳에서 난 쌀로 만든 떡국을 트래킹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는 인기 최고였다. 그 옆에 놓여 있는 얼음터널은 행사장 조형물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는데, 주민들의 노하우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지역주민들은 지질공원해설사나 자연환경해설사로 활동하면서 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 정도면 ‘지역축제의 좋은 예’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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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와 대북관계 영향도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작년에는 이상기후로 기온이 너무 높아 강이 채 얼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강변을 따라 새로이 코스를 만들어 손님맞이를 했었다. 갈수록 기후문제는 심각해져, 살인적인 폭염이라든가 이례적인 혹한과 폭설 따위의 뉴스를 접하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시대가 돼버렸다. 얼음 위를 걸으며 자연의 신비에 감동하고 지역문화를 배우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오래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철원은 접경지역인 탓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덩달아 들쑥날쑥해지는 방문객들의 막연한 거부감이나 공포심도 문제다. 더 먼 미래가 되어 만약 통일이 된다면 어떨까. 지난 글에서 한번 다뤘듯이, 철원은 풍요로운 땅이고 오래 전에는 크게 성장했던 대도시였다. 남북을 잇는 중요한 관문이었던 만큼 더 큰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랬을 때 한탄강 일대를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는 반드시 던져질 것이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철원이 현명한 미래를 개척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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