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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밑에서 살아남는 자가 없다

좌충우돌에 뒤끝 복수까지…‘백악관 물갈이’ 이어 ‘뮬러 특검’도 자르나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6(Mon) 13:19:56 |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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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장관은 남으려는 의사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늘 아침 통화도 못했고 경질 이유도 알지 못한다.”

 

3월1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자,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외교정책 담당 차관이 내놓은 성명이다. 한마디로 “기분 나쁘다”는 항명(抗命)이 담긴 메시지였다. 이에 놀란 기자가 미 국무부 관계자에게 재차 확인했지만, 이 관계자는 “골드스타인 차관의 성명 외에 더 보탤 것이 없다”면서 국무부 전체가 충격과 불만이 가득 차 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골드스타인 차관도 이 성명을 내놓은 지 몇 시간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바로 잘리고 말았다. 사실 틸러슨 장관은 경질이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뒤끝’은 “누구든지 나한테 반항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백악관 내부 분위기는 서로 눈치나 보며 서로를 피하는 ‘극한 직업’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자도 피해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뒤끝 복수’ 기질을 또 유감없이 발휘했다. 3월16일 미 법무부는 퇴임을 불과 하루 앞둔 앤드루 매케이브 미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을 전격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매케이브 부국장이 승인 없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하고 감사관 조사에서 정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없었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엣가시’로 낙인찍힌 매케이브 부국장에게 ‘치졸한 복수’를 가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매케이브 부국장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하자, 국장 대행을 맡으면서 두 달간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했다. 수사와 관련해 끝까지 중립을 지키자 그도 트럼프 대통령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이브 부국장도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코미 전 국장과 함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기소되지 않도록 눈감아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에게 그를 해고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압력에 따라 그는 결국,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식 퇴임을 26시간 앞두고 전격 해고됐다. 틸러슨 국무장관도 작년에 트럼프 대통령을 ‘얼간이(moron)’라고 말해 눈 밖에 났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 경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3월22일 트위터를 통해 “4월9일자로 존 볼턴이 나의 새 국가안보 보좌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사임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경질 1순위’로 거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모두 부인해 왔다. 후임으로 임명된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과 정권교체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대북 강경파로 유명하다.

 

 

비서실장·보좌관도 “바람 앞의 낙엽일 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통화하기 직전 백악관 NSC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대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큰 글씨로 쓴 보고서를 올렸다. 최근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된 영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의 입장을 고려해 발언을 신중하게 해 달라는 충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이 보고서를 본 적도 없다는 듯이 푸틴과 통화하자마자 “당선을 축하한다”고 큰 목소리로 웃으며 대화를 시작해 이를 지켜보던 백악관 직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옆에 있던 NSC의 책임자인 맥매스터 보좌관의 얼굴이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백악관 직원들의 최고 수장인 존 켈리 비서실장의 거취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경질설이 보도될 때마다 그는 직원들이나 기자들에게 “나는 (살아) 남는다(I’m in)”라고 해명해야만 하는 것이 그의 현실을 말해 준다. 켈리 실장은 특히 3월16일에도 기자들에게 ‘비보도(off the record)’를 전제로 최근 백악관 ‘인적 교체설’의 진원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그는 “여러 혼란스러운 이야기의 상당수에 대해 대통령 본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이게 기자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보도들을 분명히 접했을 트럼프 대통령이 또 언제 ‘뒤끝 복수’의 칼을 빼들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번 기회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를 완전히 지지하고 완벽한 충성심(loyalty)이 있는 인사들로 백악관을 ‘완전히 물갈이’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서실장이든 안보보좌관이든 트럼프 대통령이 내쉬는 바람 앞에는 낙엽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인물이 바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을 전격 해임하고 국무장관 자리에 폼페이오 국장을 내정했다. 그가 미 국무부는 물론 NSC도 배제한 채, 북한 문제 등과 관련해 물밑 접촉 등 전권을 행사해 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숨겨진 오른팔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문제는 트럼프의 마음에 드는 인사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볼턴 전 유엔대사가 새로운 NSC 보좌관에 선임되는 등 이른바 ‘강경 매파’가 주요 요직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강경 매파’ 인사들로 요직을 다 채우다 보면, 북·미 정상회담 등 국제관계를 둘러싼 문제 해결의 외교적 해법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뒤끝 복수’ 기질의 결과가 결국에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마저 해임하는 칼날을 빼들게 할지에 온 관심의 초점이 쏠린다. 최측근들은 물론 공화당 인사들마저도 특검을 해임할 시에는 탄핵을 자초하는 역풍이 몰려올 것이라고 충언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변의 추측과 예상을 뒤엎고 오직 ‘마이 웨이’만을 고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가 어떠한 결말을 낳을지는 현재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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