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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우주 속에 우리 자리는 어딜까?”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통해 ‘시간의 역사’ 알려주고 떠난 호킹 박사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4.06(Fri) 14:02:41 |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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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4일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7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생전 특이점(特異點) 정리, 블랙홀 증발, 양자우주론(量子宇宙論) 등 현대물리학에 3개의 혁명적 이론을 제시한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연구 업적은 우주가 사라질 그날까지 기억될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1942년 갈릴레오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하게 300주년이 되던 날에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유니버시티칼리지와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으며, 1963년 루게릭(근위축성 측색경화증)이라는 전신마비의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1974년 사상 최연소 왕립학회 회원이 되었고, 1978년 이후 영국 과학자로서는 최고 영예이며, 아이작 뉴턴이 거쳐 간 케임브리지대학 루카시안 석좌교수를 맡았다.

 

1985년 폐렴으로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 호흡을 하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통해 대화를 해야만 했다. 삶을 어렵게 연장해 가는 속에서도 그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뒤를 잇는 천재 물리학자로, 우주의 비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게 되었다. 그는 과학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는데,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40개 국어로 번역돼 1000만 부 이상 팔렸고, 과학 저술의 역사에서 공전의 성공을 거두었다. 후속작인 《호두껍질 속의 우주(The Universe in A Nutshell)》, 킵 손과 공동 저술한 《시공의 미래(The Future of Spacetime)》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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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관련한 종래의 학설 뒤집어

 

최근 영국 BBC방송은 지난해 10월 방송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인데, 블랙홀을 호킹의 시각으로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랙홀이란 한마디로 말해 표면의 중력이 아주 강력한 천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당연히 블랙홀이 아니다. 지구 표면에서의 중력이 그리 강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표면중력이 얼마나 강력해야 블랙홀이 될까? 그 천체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흔히 ‘탈출속도’라고 부른다)의 크기가 광속보다 크면 블랙홀이다. 탈출속도의 크기가 광속보다 크다는 이야기는 빛조차도 그 천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런 천체를 멀리서 바라본다면 정말로 검게 보일 것이다. 그 어떤 빛도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여기에다 ‘어둑별(dark star)’이라고 하는, 아주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다.”

 

호킹 박사는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을 연구해 왔는데 로저 펜로즈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시간과 공간이 빅뱅에서 출발해 블랙홀에서 끝난다는 함축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 결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론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양자론은 20세기 전반기에 이루어진 또 하나의 중요한 과학적 발전으로, 이러한 통합의 결과 중 하나로 그는 블랙홀이 완전히 검지 않으며 복사를 방출해 결국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블랙홀은 강한 중력을 지녀 주위의 모든 물체를 삼켜버린다는 종래의 학설을 뒤집은 것이다.

 

호킹 박사는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핵전쟁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위협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가까이 와 있다. 때가 되면 지구는 섭씨 460도의 고온 속에 황산 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핵전쟁·인공지능의 위협 경고하기도

 

“우리는 우리를 매우 어리둥절케 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며, 이런 물음을 던지고 싶어 한다. 우주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그 속에서 우리의 자리는 어디이며, 우주와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주가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호킹 박사가 《시간의 역사》에 남긴 말이다. 그가 물리학자로서 살아온 이유가 이 질문에 들어 있다. 사실 우리는 우주에 관해 거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로 여러 궁금증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보는 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호킹 박사가 있었기에 우리는 잠시나마 우주가 던지는 물음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호킹 박사가 별세하자 오래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댓글 또한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5년 영미권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sk Me Anything)’ 행사에서 네티즌들과 댓글로 온라인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당시 그는 총 8개의 댓글을 남겼다.

 

“산업 현장에서 급격한 자동화로 노동자의 대량 실업이 우려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호킹 박사는 “기계가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한다면 어떻게 분배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계로 만든 부를 공유하게 되면 누구나 호화로운 여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기계 소유주가 부의 재분배를 반대해 이를 관철시키려 하면 대부분 비참한 생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기술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후자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경고했다.

 

AI가 인류에 위협적으로 작용할지 묻는 질문에는 “AI가 두려운 건 ‘악의’가 아니라 ‘능력’ 때문이다. AI가 세운 목표가 인류의 목표와 맞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수력발전소를 지을 때 발전소 부지에 사는 개미의 목숨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역시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인간을 ‘개미’처럼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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