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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다시 맺어지는 北·中 혈맹 고리

한반도 긴장 완화에 中 역할론 커져…‘차이나 패싱’ 차단에 나선 시진핑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1(Fri) 17:45:03 | 14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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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두 번째로 5월8일 중국을 다녀왔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김 위원장의 진의가 더욱 궁금하다.

 

한국을 비롯해 주요 외신들은 현재 김 위원장의 방중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다각도로 외교채널을 돌리고 있다. 당초 국제 외교가에선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6월쯤에 답방(答訪) 형식을 빌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을 거란 관측이 유력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CCTV,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5월8일 김 위원장이 전날(5월7일)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방문, 1박2일 동안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같은 날 북한 측 대외 공식 창구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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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전격적으로 2차 방중

 

김 위원장의 2차 방중으로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 시점에 김 위원장은 왜 중국을 다시 찾은 것일까.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방중 길에 올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예정에 없던 전격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준비된 모습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회담이 1박2일 동안 열린 것을 주목해야 한다. 아울러 양국 모두 이번 회담 참가자를 실무형으로 꾸렸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북한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 측에선 이번 회담에 핵심 외교라인인 리수용 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북미국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3월 1차 북·중 정상회담 때처럼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여사의 방중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참석자를 기준으로 볼 때, 1차 회담이 양국 정상 내외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관계 복원의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 2차 회담은 실무회담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보도한 일본 언론은 김 위원장의 2차 방중이 중국의 항공모함 진수식과 관련돼 있다는 쪽으로 해석했다. 중국 해군의 전략자산인 항모 진수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해 북·중 군사동맹을 강조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중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김 위원장의 진수식 행사 참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2차 북·중 정상회담은 군사동맹보다는 앞으로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 양국 정상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볼 때 중국 외교 총책임자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5월2일 평양 방문도 2차 북·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2차 방중으로 북한의 의도는 한층 분명해졌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중국 정부와 사전에 협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대미 협상력이 높아진 것은 부수적인 효과다.

 

예상과 달리 또다시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자 국내 보수언론들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세부 일정이 공개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거세지기 때문이며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의 힘을 빌려 대미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파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5월8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번 회담의 장소와 시기 발표가 오래 걸릴수록, (회담이) 연기되거나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미국을 다녀온 뒤 일부 국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시각이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中 “미국 주도의 한반도 관계 개선 지지”

 

하지만 2차 북·중 정상회담 직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다시 방북 길에 오르면서 비관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도리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 방북을 통해 북한 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데리고 오면서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10일 “북·미 정상회담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도 5월7일자 사설을 통해 “강력한 미국이 전략적 주도권을 쥔 만큼 북한의 우려와 경계는 더욱 클 것이며 양국의 난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상호신뢰를 쌓기 위해 미국이 반드시 더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미국 주도의 협상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중국이 북한 편을 들며 미국과 대리전을 벌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손기웅 한국DMZ학회 회장도 “김정은 위원장이 올 초 신년사 이후 대미, 대남 유화책을 펴는 것은 경제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비핵화의 경우 외세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닌, 북한 스스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다롄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북한의 확고부동하고 명확한 입장”이라면서 “유관 각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을 없앤다면 북한이 핵을 보유할 필요가 없고 비핵화는 실현 가능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또 북한 입장에선 북·미 정상회담 이후까지를 감안해 북·중 관계 개선에 나섰을 수도 있다. 만약 북·미 회담이 실패로 끝날 경우 중국을 내세워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나중에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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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사라진 혈맹 강조 ‘순치’ 등장

 

반대로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이번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두 나라는 운명 공동체”라면서 “변함없는 순치(脣齒·입술과 이) 관계”라고 표현한 것은 의미가 있다. 순치라는 단어는 김일성 시대 북·중 관계를 설명하는 상징적 단어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기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이 단어는 북·중 관계를 설명하는 데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최고위급 인사가 ‘순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북·중 관계를 과거 혈맹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해답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 박승준 인천대 교수는 “주석직에 오른 이후 7년간 사실상 북한을 방치하던 시진핑 주석이 최근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자 한반도 영향력 약화를 걱정한 나머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1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정부가 김 위원장에게 최고 수준의 의전을 제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중국 내 전문가들의 발언을 빌려 이번 북·중 2차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의 중요성을 재차 입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은 북한을 골치 아픈 존재로 보고 한반도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지난해 8월30일 중국 외교부는 공식 논평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련된 직접 당사자들이 용감하게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역할을 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북한, 미국, 한국을 열거했을 뿐 정작 자신들은 쏙 빼놓은 상태였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미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자기모순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입장을 바꿨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종합하면 중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의 모든 성과를 트럼프 행정부가 챙겨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는 한반도 내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 상태를 지켜보고만 있으면 지금까지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 온 중국의 역할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4·27 판문점 선언은 중국의 이러한 현실적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날 남북 정상은 합의문을 통해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합의문이 나온 직후 국제 외교가에선 “합의문에 ‘3자회담’이 언급된 것이 자칫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국이 적극적인 자세로 선회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 볼 때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은 여전히 단계적이면서 동시적인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3월 1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법론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언급하면서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선(先) 비핵화를 주장하는 미국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또 북한 입장에선 중국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 전 미국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처럼 북한도 중국과 사전 회담을 벌여 한반도 정세를 북·중 대(對) 한·미 구도로 짜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선 이번 2차 회담에서 북·미 관계 개선의 취지를 설명하는 것은 물론, 나중 평화협정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에 반발하는 중국의 공세를 차단하려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30여 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대체 무슨 말이 오갔을지 궁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이번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았을 것이 분명하다. 시진핑 주석은 김 위원장과 헤어진 당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북·미 양국이 서로 마주 보고 가면서 상호 신뢰를 쌓고, 단계적으로 행동에 나서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낸 것도 북·미 관계 개선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키신저 “中 빼고 北·美 가까워지는 게 오히려 불안”

 

결국 한반도 긴장 완화에 있어 중국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초기 단계부터 중국 의사를 적극 반영하는 것이 평화체제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 브레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게 전한 말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너무나 가깝고도 강력한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북한이 미국과 합의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베이징의 기류도 나쁘지 않다. 최근 중국 내 한반도 정치 연구자들 사이에 “북한을 개혁·개방시키는 것은 중국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한 중국 소식통은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동북 3성이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선 북한의 개혁·개방이 절실하며 북·미 수교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 경우 미국의 군사위협이 지금의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후퇴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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