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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일본 이야기]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아요”

재해지역의 상량식(上樑式) 풍경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8(Sat) 16:00:00 |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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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님! 상량식(上樑式)을 보신 적이 있나요?”

“아주 어릴 때 어렴풋이 들어본 적은 있어도 본 적은 없어요.”

“한국도 그런 풍습이 있었군요. 7월19일 우리 집을 세우는데 정식으로 상량식을 올리니 꼭 보러 오세요.”

 

재해지역 조사로 이시노마키에 갔던 지난 6월말 산조 교사부로(三條経三郎·67)씨와 나눈 대화입니다. 그는 2011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쓰나미로 18세 아들과 집을 잃어 남은 가족과 가설주택에서 만 7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집을 짓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목수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사하는 마을엔 그와 그의 아버지에게 집을 맡겨 지었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재해 후 복구작업으로 바빴고 주문받은 손님의 집을 짓기에 바빠 자신의 집은 8년이나 지나 짓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재해지역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준비한 부흥단지에 새 집을 짓지요. 즉 지금까지 같은 마을 사람도 있지만 재해로 집을 잃은 다른 지역 사람들도 함께 살게 된 단지에 새 집을 짓는 것입니다.

 

상량식은 집 짓는 목수(이곳에서는 이들을 다이쿠(大工)나 쇼쿠닌(職人·장인)이라고 부르고 우리나라 목수보다 좀 더 대우하는 명칭으로 들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의식과 행사라고 합니다.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기까지 수고했고 앞으로 남은 작업도 무사히 잘 마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주인이 베푸는 잔치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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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웃들도 참석해 함께 공사 도와

 

실제로 7월19일 아침 일찍부터 산조씨 신축 저택 상량식에 갔습니다. 기둥이 들어서고 골격을 갖춰 지붕을 올린 공사장 주변에 아침 8시도 안 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노란 수건을 목에 건 사람들은 목수나 건설 관계자들이고 그 외엔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전 마을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단지에서 이웃이 될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낮 12시에 상량식이 거행되는데 그 시간이 될 때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집짓기를 도와주는 거라 합니다. 산조씨와 평상시 함께 일하는 목수는 물론이며 설계공·수도공·전기공 등 건축 관련 사람들이 집 주변이나 공사장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풍경은 건설 관계자만 일을 하는 게 아닌 점이었습니다. 평소에 낯이 익은 마을분들이 공사장에서 작은 목재라도 나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부인들도 몇 명 있었는데 공사장 주변에서 음료를 따라주거나 언제라도 필요하면 불러 부탁할 수 있는 거리에서 서성거립니다. 

 

“옛날에 마을에서 상량식이 있을 땐 아이들까지 모두 와서 거들었지요. 못을 나르거나 어른들이 시키는 잔심부름을 맡아 했어요. 그렇게 하면 맛있는 떡이며 밥을 주거든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한 아베 구니오(阿部邦夫·70)씨의 말입니다. 

 

공사 중인 2층에서 집주인과 목수들이 행하는 의례를 마치고 떡과 종이에 싼 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사장 주변에 던집니다. 그때까지 일을 도와줬던 사람과 축하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일제히 그것들을 줍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입니다. 앞치마 자락을 벌려 떡을 담는 부인, 모자를 벗어 넣는 사람, 아예 봉투나 망태기를 준비해 온 사람 등 모두 떡을 줍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7월19일은 햇살이 강하고 기온도 30도를 훌쩍 넘긴 날씨였지요. 그늘이 없는 공사장에서 정오에 이뤄진 상량식은 일사병이 염려될 정도였지만 떡이 던져지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재해지역 사람들의 밝은 모습이었지요.

 

“같은 단지에 사는 사람이 이런 성대한 상량식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아요.” 

 

산조씨와 아직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는, 다른 재해지역에서 온 이웃 사람이 앞치마 가득 떡을 담고 함박꽃 웃음을 띠며 말합니다. 이사 오길 기다린다며 축의금을 내고 자리를 뜨려 합니다. 그러자 식사를 준비했으니 참석해 달라고 붙잡습니다. 이런 모습이 하나의 또 다른 의식처럼 눈앞에서 펼쳐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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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준비한 음식과 술로 잔치

 

이렇게 공사장에서의 의식을 마치자 손님맞이가 시작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을 짓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는 목수 등 쇼쿠닌들에 대한 대접입니다. 상석에 그들을 앉게 하고 집주인은 정중히 인사하며 돈이 든 빨간색 예쁜 문양의 봉투를 나눠 줍니다. 산조씨는 이게 참가한 기술자들에게 재미라 했습니다. 오전 중에 일해 준 일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목수나 기술공들에겐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일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주인이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봉투를 전해 주니 기분이 좋을 거라는 점은 짐작이 됩니다. 이날 봉투를 받은 기술자는 20여 명이었습니다. 현재 60대 이상의 목수들은 어린 나이에 5년이나 연수(修業)를 거쳐야 했습니다. 정식 목수가 될 때까지는 월급도 거의 없습니다. 숙식을 제공해 주지만 급료는 스승으로부터 받는 용돈(산조씨 말에 의하면 3000엔, 목수가 돼 받은 첫 급료가 15만 엔)이 전부입니다. 물론 이런 상량식 때 돈봉투를 받는 것도 목수로 인정받은 사람들만의 특권입니다.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기술자(職人)로 인정받고 싶어서라도 열심히 연수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런 마음을 굳게 하는 데 상량식도 큰 몫을 차지했다고 산조씨는 말합니다. 

 

이날은 정성껏 준비한 각종 음식과 술로 잔치를 벌입니다. 오랜만에 뿔뿔이 흩어져 살던 재해지역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날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새롭게 이웃이 될 단지 사람들도 자리를 같이합니다. 집주인이면서 동량(棟梁·집을 짓는 책임자)이기도 한 산조씨는 “목수로 일생을 살았기에 이런 의례가 점점 없어지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짧게 아쉬움을 전했는데, 집짓기를 둘러싼 여러 상황의 변화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해지역에 집을 지을 때 지진제(地鎭祭)는 많이 봤지만 상량식은 처음 봤습니다. 지진제는 신사(神社)의 사제와 집주인만 참가해 제를 올리는 조촐한 의례입니다. 하지만 상량식은 이렇게 모든 사람이 동원되는 행사지요. 마을에서 누군가 집을 짓는 것은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마을 전체가 축하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일본에도 우리의 속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처럼 ‘옆집이 창고를 지으면 신경질 난다(隣の家が?を立てると腹が立つ)’라는 말은 있지만요. 특히 쓰나미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아직 가설주택에 살고 있는 이웃이 많은 상태여서 상량식을 성대하게 올리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집 건설을 누가 맡느냐도 변화의 원인입니다. 목수에게 발주하는 사람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주로 하우스메이커라 불리는 대기업 형태의 건설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런 업체가 관여하는 건축에는 단독주택을 지어도 상량식을 올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건축업체는 상량식 경비를 아낄 수 있으니 득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인다고 합니다. 

 

최근 일사병으로 90여 명의 사망자를 내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그런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 정오에 이뤄진 재해지역의 상량식에 지푸라기라도 주워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부흥단지의 새로운 이웃들의 모습은 절감된 건축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인지요.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던 사람들의 축하하는 마음이며 기술자들의 수고에 보답하고자 하는 집주인의 기분 등은 어떤 명목으로 더해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살 집을 짓는 산조씨의 상량식을 보면서 우리가 경비 절감을 이유로 많은 것들을 삭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날 저는 열사병 초기증상까지 보여 힘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의례가 좋아 보여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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