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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픈캠퍼스’ “꼭 합격해서 우리 서클에 들어와요”

[이인자 교수의 진짜일본 이야기] 여름방학 전 대학 홍보하는 ‘오픈캠퍼스’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1(Sat) 16:00:00 |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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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의 여름방학은 이게 끝나야 시작합니다. 입시를 염두에 둔 고등학생들을 대학이 맞이하는 ‘오픈캠퍼스’입니다. 올여름 연일 톱뉴스는 폭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낮 외부활동을 자제하라는 주의까지 덧붙입니다. 하지만 그런 주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도 어김없이 각 대학이 치르고 있는 오픈캠퍼스에 많은 고등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가 참여합니다. 

 

지난 8월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도쿄대(東京大)에서 치러진 오픈캠퍼스에 다녀왔습니다. 재직 중인 도호쿠대(東北大)도 하루 앞서 행사가 있었고, 저도 구성원으로 모의수업을 마치고 도쿄로 향했었지요. 

 

오픈캠퍼스란 일본에서 만들어진 조어(造語)인데, 고등학생들에게 대학을 개방해 소개하는 홍보행사의 일종이라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 입시생인 만18세 연령대 인구가 줄어든 반면 늘어날 대로 늘어난 대학 건립이 낳은 행사라 볼 수 있습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입시설명회, 학부설명회, 모의수업(재직교수 담당), 캠퍼스 투어, 재학생과의 좌담회 등이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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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나 젊은 연구자가 모의수업 진행

 

먼저 도쿄대에서 이뤄진 모의수업을 좀 전해 볼게요. 이학부 수업 리스트만 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의가 18개나 있습니다. 농학부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순번제처럼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분야의 대표선수 격인 교수나 젊은 연구자(조교나 조교수)가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수업에서는 잡담이 많은데 오늘은 모의수업이라 시간이 없어 그러진 못하겠네요. 하지만 후반에 잡담을 하기 위해 속도를 내겠습니다.” 긴장하고 있는 듯했던 200여 명의 수강자(입시예정자, 동반부모, 일반인 등)가 일제히 웃으며 지금까지 심각했던 분위기가 바뀝니다. 고등학생들에게 실제 대학 수업이 그다지 권위적이지 않다는 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더 친근감 있는 말도 건넵니다. “지금 설명하는 건 좀 어려운 문제인데 더 알고 싶은 학생은 제 연구실에 연락해서 놀러 오세요.” 이런 말을 듣고 실제로 가는 수험예비생은 소수겠지만 뭔가 열려 있는 느낌을 주고 고등학생이라 해도 강의를 듣고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보러 가는 방법이 있음을 제시해 줍니다. 

 

농학부 농학생명과학연구과의 삼림과학 전공 구마가이 도모오미(熊谷朝臣) 교수의 모의수업 모습입니다. ‘숲과 지구’라는 제목으로 숲의 황폐화가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모의수업이었습니다. 점점 장이 무르익자 이런 말이 나옵니다. 

 

“형편없는 트럼프가 NASA에서 하던 탄소순환관측 프로젝트를 없앴습니다. 미국이 안 하게 되면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이 할 수밖에. 안 그래요? 여러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없앴다고 하는 프로젝트는 지구 건조화 현상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알아내기 위한 삼림의 연구조사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구마가이 교수의 이런 말 안에는 현재 학계에서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고 세계적인 문제에 대해 미국이 안 하면 할 수 없이 일본이 해야만 한다는 것을 전함과 동시에 공유하고자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잘 정리한 그래프와 그림을 등장시켜 이해를 도와주더니 실제 숲에서 어떻게 조사를 하는지 제자들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도심 속에 있는 고라쿠엔(後樂園) 유원지 놀이기구에 스카이플라워라는 게 있지요? 그게 60m 정도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건데 이 사진을 보세요. 정글에서 나무를 조사하기 위해 90m까지 크레인 바구니를 타고 올라갑니다. 유원지 놀이기구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지요. 이렇게 올라가 나뭇잎을 만지고 채집도 하고. 높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연구 아주 재밌습니다.”

 

이런 농담으로 다시 교수와 그 연구실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연구를 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도록 강의를 이끌어 갑니다. 인공적인 건조 상태를 만들기 위해 지름 30m의 거대한 우산을 설치해 놓고 10년간 생태를 살피는 이야기도 합니다. 나무가 점점 없어지면 기온이 올라가고 건조해져 수해와 화재의 위험이 높아지는 점, 새로운 삼림 황폐화 지역으로 동남아시아가 대두된 점 등을 문과인 저마저도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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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같은 축제 마쳐야 여름방학 시작

 

이틀 동안 흥미로워 보이는 강의 4개를 들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던 수업도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 하고 둘러보니 반짝이던 아이들 눈도 더위와 피곤함이 묻어나고 심지어 조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무한과 연속’이라는 제목의 수업이었는데, 교수 자신이 그 세계에 심취해 의미 있게 연구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외엔 공감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여 명 안엔 이 강의가 재밌다고 느끼는 학생이 있겠지’라는, 수강생에게 있어 약간의 패배감 같은 걸 느끼게 할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조는 학생도 있지만 집중해서 듣고 메모까지 하는 학생도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조교들이 하는 수업도 일부러 들어가 봤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정확하게 소수점 이후 숫자까지 말하는 건 얼마 전에 쓴 책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탈고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역시 도쿄대 연구자라는 인상을 깊이 심어주는, 아주 스스럼없는 발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조교는 자신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경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 줍니다. 교토대(京都大)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도호쿠대 연구실에 근무하다 도쿄대에 왔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세 곳의 연구소 분위기와 연구의 차이점을 전해 줍니다. 모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굴지의 국립대학인데 직접 경험한 연구실을 비교해서 전해 주니 학생들 눈이 더 빛납니다. 

 

“도호쿠대에서는 하고 싶은 실험이 있는데 도구가 없으면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실험했던 게 좋았습니다. 아무도 발상하지 못한 실험은 실험도구도 없잖아요. 그런데 공학부 내 다른 연구실 연구자들이 도와줘 직접 만들었어요. 세계에서 유일한 실험이고 연구가 되지요.” 

 

모두 성의껏 준비한 수업임이 역력한 내용으로 예비수험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철도에 관심 있나요?”(학부 선배와의 상담코너 담당 재학생)

“네, 저는 철도 시간표 다 외우는 게 1학년 겨울방학까지의 목표예요”(오픈캠퍼스 방문자, 남자 명문고교 가이세이고교(開成高校) 1학년 학생)

“그래요? 그럼 꼭 합격해서 우리 서클에 들어와요.”

 

아직 입시가 2년도 더 남아 있는 방문고교생에게 재학생은 서클 권유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옆에서 보고 있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피상적인 대학 모습을 보여주는 오픈캠퍼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의수업 교수들도, 직접 대화 형식으로 맞이하는 재학생의 설명회도, 조금 관찰력이 있으면 그들의 보통 때 모습이 상상이 될 정도는 오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구하면서 느낀 트럼프에 대한 괘씸함이며, 열정적인 후배에 조금은 허덕이고 있는 듯한 재학생의 서클 권유며, 고등학생들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방문자들 중에는 그런 메시지가 큰 동기부여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앉아 기다려도 수재들이 몰린다는 국립대학부터 18세 인구 감소로 존속 위기에 몰려 있는 사립대학까지 매년 ‘오픈캠퍼스’라는 열병 같은 축제를 마쳐야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대학 내의 교수, 학생 모두 오픈캠퍼스를 학기 초인 4월부터 준비합니다. 연구 외의 일을 극도로 싫어하는 교수들도 국립대학에는 많은 편입니다. 그렇기에 1980년대부터 사립대는 행사를 했지만 유명 국립대는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2000년 국립대학이 법인화되면서 까다로운 교수들까지 전원 동원돼 오픈캠퍼스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눈에 보이는 손해가 분명히 나타나기 때문에 안일하게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립대에서는 관광버스를 고등학교 측에 보내주고, 여자대학에서는 케이크 뷔페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까지 있습니다. 그러니 법인화돼 운영에 책임을 지게 된 국립대학들도 뒷짐 지고 있지 못하지요.

 

오픈캠퍼스가 예비입시생들에겐 뜨거운 입시 준비를 알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우연히 들어간 모의수업의 분위기를 자기 것으로 하고 싶어서, 학교 풍경이 멋있어서, 상담에 응해 준 재학생의 후배가 되고 싶어서, 철도연구 서클의 내일의 주역이 되고 싶어서 등등, 구체적인 나만의 동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매년 고교생들이 전국으로 움직이는 걸 대학과 가정은 지원해 주는 것 같습니다. 대학 전체(건물, 교육자, 재학생, 사무직 등)를 오픈해 그들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 주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자세입니다. 이제 저도 여름방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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