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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 바글바글한 천재 서울엔 왜 없을까?

천재 시리즈 8탄 《독일이 사랑한 천재들》 출간한 조성관 작가

김정록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9(Sun) 10:22:46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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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에게 감사를….’

 

14년 동안 천재를 연구한 ‘천재 연구가’ 조성관 작가가 건넨 명함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천재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범인(凡人)도 짧은 기간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천재들은 그 집중력과 끈기를 오래도록 지속했기에 뛰어난 업적을 낼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 것은 어떤 위대한 사람들의 업적 덕분이다. 그들의 업적에 감사하자는 의미다.”

 

조 작가는 월간지와 주간지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좋은 선배들에게 글쓰기를 많이 배웠다.” 30년 기자생활을 마친 그는 천재들이 활동한 장소를 탐사하고 그들의 업적을 취재해 천재의 비밀을 밝히는 천재 연구가이자 작가가 됐다. 2007년 《빈이 사랑한 천재들》을 시작으로 2018년 7월 시리즈 8번째 《독일이 사랑한 천재들》을 냈다. 조 작가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독일이 사랑한 천재들》에서 조 작가는 괴테와 니체, 헤세, 바그너, 디트리히를 독일을 대표하는 천재로 꼽았다. 그들의 삶을 톺아보고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준다. 여기까지는 여타 위인전과 다르지 않다. 조 작가의 차별성은 현장이다. “천재의 이야기를 알고 그 장소를 가면 천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책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었던 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로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환경에 의해 천재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언뜻 생각하면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 같다. 미적분을 휙휙 해결하는 초등학생 영재를 떠올리면 그렇다. 하지만 조 작가는 이에 대해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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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노벨상 수상자 나오지 않는 이유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는 천재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 천재는 타고나서 아무런 노력도 안 해도 되는 의미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1%의 재능과 99%의 노력이 천재를 만든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꽃피울 수 있도록 물을 주고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이 재능을 관리하지 않으면 말라비틀어지고 사라진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그에 맞는 환경에 있어야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좋은 스승, 부모, 적절한 지적 자극 등이 그런 환경을 조성한다.”

 

매년 노벨상 발표 시기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등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는 한국인들이 노벨상에서는 활약을 보이지 못해 왔다. 노벨상을 타는 천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교육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닐까.

 

“서울은 인구가 천만이 넘는 도시인데 다양한 문명을 찾아 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문명이 충돌하면서 불꽃을 일으키는 환경에서 천재는 꽃을 피운다. 비엔나(빈의 영어 표기)라는 도시는 인구 200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도시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고 100년 전에도 천재들이 들끓었다. 서로 다른 문명이 부딪히면서 천재들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기독교 중심이던 환경에 이슬람 문명이 들어오면서 섞였다. 게르만 민족과 슬라브 민족이 만나면서 비엔나라는 음악이 더 풍부해졌다. 또 비엔나는 유럽문명과 동양문명이 만나는 곳이었다. 이런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있는 곳에서 천재들의 업적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서울에서는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조 작가는 8권의 천재 시리즈를 내면서 44명의 천재를 연구했다. 그 결과, 천재들에게 나타나는 네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천재들은 대부분 인생 초기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했던 천재들은 10%도 안 된다. 공부와는 거리가 멀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었다. 이 독서력이 나중에 상상력의 토대가 돼 예술적 재능을 꽃피운 경우가 많다. 또 천재들 대부분은 젊은 날에 큰 고난을 겪었다. 니체의 경우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질병을 앓기도 했다. 천재들은 그런 고난을 견디며 자신을 발전시켰다.”

 

조 작가는 어린 시절 천재들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스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는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재능을 보였다. 이에 학창 시절 스승은 작은 동네가 아니라 큰 도시로 나가 모딜리아니의 뜻을 펼치도록 도와줬다. 괴테도 평생의 후원자가 있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 작가는 천재의 특징으로 ‘노마드’를 꼽았다. 그가 탐구한 결과, 천재들은 대부분 유목민의 성격을 보였다. 자신의 업적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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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작가가 분석한 천재들의 네 가지 공통점

 

천재연구가 조 작가는 지금까지 7개국의 도시를 다니며 천재들을 기록했다. 빈, 프라하, 런던, 뉴욕, 페테르부르크, 파리를 거쳐 독일까지 왔다. 이제 그는 아시아의 천재들을 연구할 계획이다. “천재 시리즈를 한국에서 쓴다면, 두 인물을 꼽고 싶다. 아산 정주영과 조용필이다. 정주영은 젊은 날에 문학에 빠져 있었다. 마크 트웨인, 이광수 소설을 거의 다 읽고 심취해 있었다. 소설가를 꿈꾸며 책에 빠졌던 그때 읽은 것들이 나중에 상상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조용필은 트로트에서 시작해 거의 모든 음악 장르를 다 섭렵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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