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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야, 리콜은 타이밍이야!(上)

화재 가능성만으로 ‘빠릿빠릿’ 리콜해 놓고…정작 불타고 있을 땐 ‘느릿느릿’

공성윤 기자 ㅣ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2(Wed) 08:00:00 | 15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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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냉각 펌프에 화재가 발생해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 2011년 정부가 밝힌 BMW코리아의 자발적 리콜 사유다. 당시 BMW7 시리즈 등 1400여 대가 화재 발생 우려로 리콜 대상이 됐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제조사는 ‘늑장 리콜’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며, 정부는 전례 없던 운행정지 카드를 꺼냈다. 어느 하나 나아진 부분이 없다. 

BMW가 화재 위험으로 리콜 조치를 한 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4년부터 올 6월까지 BMW 차량 2만9212대가 리콜 대상이 됐다. 이는 수입차 브랜드 중 벤츠(4만6030대)에 이어 2위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 8월3일 발표한 자료다. 

이는 다만 절대적인 수치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 미만인 점을 감안해 상대적인 비율을 볼 필요가 있다. 시사저널이 같은 기간 각 브랜드의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리콜 비율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벤츠는 18.5%, BMW는 12.6%로 나타났다. 화재 가능성이 발견돼 리콜 통보를 받은 BMW 차량이 10대 중 1대가 넘는 것이다. 

화재가 나기 전에 시행하는 리콜을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민경욱 의원실 자료를 토대로 2014년 1월~올 6월 BMW 화재 관련 리콜 내역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BMW는 2016년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31종 차량에 대해 리콜 조치를 했다. 사유는 모두 ‘화재 발생 가능성’이었다. 사고로 확대되기 전에 선제적 조치를 한 셈이다. 화재 우려가 있는 부품은 ‘연료펌프 커넥터’ 또는 ‘저압연료 공급라인’이었다. 미국 투자 전문 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는 “리콜 이후 장기적으로 보면 제조사의 브랜드 이미지와 주가는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리콜 사태 이후에도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BMW 520d 모델은 올해 들어서만 19대가 불탔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7월15일은 520d의 11번째 화재가 발생한 날이다. 국토교통부는 그다음 날인 7월16일에야 자동차안전연구원에 BMW 결함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10일 뒤인 7월26일 BMW는 520d를 포함해 10만6000여 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제적 조치는커녕 수습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리콜은 10대 넘게 불타고서야 이뤄져

또 이번 리콜은 BMW가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제조사가 스스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강제적 리콜’이 있다. 이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른 정부의 행정명령이다. 어기면 위법행위로 간주된다. 

언뜻 생각하면 BMW가 행정명령을 받기 전에 화재 책임을 인정하고 재빨리 조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시기가 애매하다. 자발적 리콜은 정부가 결함조사를 지시하고 나서야 발표됐다. 이 때문에 BMW가 소비자와 정부의 눈치를 보다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BMW가 2년 전부터 화재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무마했다’는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8월6일 브리핑에서 “BMW는 2016년부터 유럽에서 (이번 국내 사태의 경우와) 비슷한 엔진 화재사고를 인지하고 있었다”며 “EGR 문제도 알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BMW 측도 국토부의 발표 내용을 인정했다. 다만 요한 에벤비클러 BMW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EGR에 (화재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올 6월”이라고 주장했다. 어찌 됐든 리콜을 발표한 7월26일까지 최소 한 달이란 시간이 있었던 셈이다. 이래저래 늑장 리콜과 관련된 비난을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화재 우려와는 상관없지만, 어쨌든 EGR을 리콜한 전력도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6년 10월 BMW는 EGR 문제와 관련해 21개 차종을 리콜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EGR이 마모될 가능성이 있으며, 극히 드물게 엔진 부조(실린더 내 연료 폭발이 원활하지 못한 현상)가 나타나거나 정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BMW는 지난해 3월 ‘535d 등 디젤 차량 2412대에서 EGR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10월엔 추가 보고서를 통해 “EGR 냉각기 내 차가운 냉각수가 배출가스관으로 누수돼 EGR 냉각기의 관로 막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BMW 측 발표에 따르면, EGR 냉각수 누수는 이번 화재를 일으킨 세부적인 요인 중 하나다. 

한편 EGR을 화재 원인으로 못 박는 BMW의 태도에 물음표가 달리기도 했다. BMW는 국내에서 문제가 된 EGR을 유럽에서도 똑같이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들어 화재사고는 유독 한국에서만 집중적으로 터졌다. 진짜 EGR만 문제라면 상식적으로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야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BMW는 ‘EGR과 관련된 기술 자료를 달라’는 정부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비밀이란 이유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GR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는 건 BMW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해외 리콜 사례 등을 감안해 더 광범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BMW가 사태를 덮는 데 급급해 화재 원인을 특정하고 거기에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피어오르고 있다. 

EGR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듯한 BMW 측의 주장에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동차명장 박병일 카123텍 대표는 “EGR을 교체해 당장은 안전해질 수 있겠지만, 추가로 6만~7만km를 달리면 또 화재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연성 물질인 오일 찌꺼기가 쌓여 불붙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화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EGR과 연결된 파이프를 불연성 재질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BMW 차량에 들어가는 EGR 파이프는 가연성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다. 업계에선 플라스틱 파이프가 효율성과 원가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 사태가 비극으로 치닫기까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을까. 2015년 11월, 행정안전부 소속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MW와 함께 차량 화재 원인을 조사한 적이 있다. 세 달에 걸친 조사의 결과는 ‘원인 불명.’ 당시 BMW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은 피해 고객에겐 모두 보상했다”고 발표해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

화재 원인을 못 밝혔단 이유로 정부 당국을 비난하긴 이르다. 보통 차량 화재는 발화점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마이크 히긴스 미국 화재폭발조사관(CEFI)은 화재 예방 관련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화재는 주택 화재와 달리 작은 소각로에서 일어난 화재와 비슷하다”며 “많은 경우 15분 이내에 불길이 전체로 번지기 때문에 화재 원인을 보여줄 증거가 사라져버린다”고 했다.​

 

※계속해서 BMW야, 리콜은 타이밍이야!(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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