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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의 영원한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강헌의 하이브리드 음악이야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과 해묵은 슬픔

강헌 음악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Mon) 17:13:32 |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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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서 닷새 지난 8월20일부터 이틀간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됐다. 1949년 서울로 단신 월남한 평안북도 정주군 출신의 청년 윤흥규씨는 이제 92살의 노인이 됐고, 북에 하나 남은 여동생을 70년 만에 만났다. 어디 윤씨뿐이겠는가. 남북 이산가족 찾기가 시작된 이래 헤어진 가족을 한 번이라도 만난 운 좋은 이들이나, 아직도 기회가 오지 못해 모진 시간과의 싸움을 오늘도 거듭하고 있는 20만 명에 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불행한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떠올릴 때마다 귀에 쟁쟁한 노래가 한 곡 있다. 주로 패티김의 목소리로 들리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노래로, 이제는 이 행사의 주제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윽하게 운을 떼는 이 노래가 품고 있는 절제된 정조가 오히려 가슴속에 멍울 진 깊은 아픔과 슬픔을 더욱 극적으로 아로새김으로써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는 시대의 명곡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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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추억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제3공화국 시대인 1971년 대한적십자사가 남북 해빙무드에 즈음해 기획한 ‘이산가족 찾기’ 운동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적대적인 남북한 정치 상황은 생사 확인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당시 1000만 명에 달하는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피맺힌 염원마저도 들어주지 못하고 지지부진, 12년이 훌쩍 흘러간다. 

 

여기에 하나의 거대한 전환점이 되는 TV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1983년 전두환 정부의 KBS는 대한민국 안에서도 서로 찾지 못하고 있는 이산가족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그해 6월30일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라는 특별 생방송을 기획한다. 본래 라디오에서 10여 년간 해 오던 캠페인이라서 어느 누구도 이 프로그램이 나라를 뒤흔드는 파장을 불러올 줄 예견하지 못했다. 제작진조차도 한 열 사람쯤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하루 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문을 열자 상황이 달랐다. 남북한 말고 대한민국 안에서만도 많은 이산가족들이 서로를 찾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데는 몇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분단과 전쟁 중에 가족과 헤어진 시민들이 밀려들자 KBS는 닷새간의 정규방송을 취소하고 이 만남을 주제로 하는 생방송을 진행한다. 

 

그해 여름은 뜨거웠다. 여의도 KBS 본관 근처는 매일같이 가족을 찾으러 나온 이산가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가족의 이름을 담은 대자보와 피켓이 방송국 주위와 여의도광장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해 11월까지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단일 주제로 453시간 45분을 방송했고, 무려 1만189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것을 온 국민이 눈물을 흘리며 지켜봤다. 2015년 이 프로그램은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1000만이 넘는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국제시장》에도 흥남에서 철수하는 미군함을 타고 부산으로 피난 온 주인공이 어른이 돼 여의도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장면이 나와 관객들의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라디오 드라마 작가였던 한운사가 작사하고 박춘석이 작곡해 패티김의 목소리에 담긴 《누가 이 사람을모르시나요》는 이 TV 프로그램의 오프닝과 엔딩을 담당한 주제가로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가슴에 담긴 슬픔의 역사를 감정적으로 완벽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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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의 대명사가 된 노래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이 노래는 패티김의 오리지널이 아니다. 이 노래는 라디오 극작가이던 한운사가 쓴 라디오 드라마를 위해 전쟁 직후 막 비상하던 신예 작곡가 박춘석이 만들고 역시 신예 가수 관순옥이 가곡풍으로 불러 성공을 거뒀다. 전쟁의 비극을 가장 숭고하게 묘사한 이 노래는 한운사의 라디오 드라마를 김기덕 감독(요즘의 그 김기덕 감독이 아니다)이 1965년에 영화 《남과 북》을 만들면서 다시 주제가로 초대됐다. 이분법적인 반공영화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은, 그래서 용공친북의 공격도 받았던 한국영화사의 걸작 《남과 북》은 비평계와 대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로잡은 행복한 걸작이 됐고, 주제가는 또다시 근 10년 만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았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곽순옥이 다름 아닌 평양 출신이다. ‘현해탄의 비극’으로 알려진 윤심덕의 후예로, 미8군 무대에서 경력을 쌓다가 이 노래를 통해 신데렐라가 됐다. 하지만 그는 영화 《남과 북》이 나오던 즈음에 홍콩으로 떠났고, 1970년에는 미국에 정착함으로써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이 안타깝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이산가족의 영원한 주제가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꼭 짚어야 할 노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트로트 가수 설운도의 출세작 《잃어버린 30년》이다. 이 노래는 본래 남국인 작사·작곡의 《아버지께》라는 노래였으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을 보고 동화된 그의 매니저가 작사가 박건호에게 부탁해 하룻밤 사이에 가사를 개작했고, 다음 날 아침 이 노래를 녹음해 저녁 생방송에 나간,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전무후무한 속도전으로 성공을 거둔 노래로 알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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